5가지 맛 코타키나발루5 Different Taste in Kota Kinabalu

즐거운 인생을 영유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8시간 수면’을 고수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24시간을 쪼개가며 일하는 것에 즐거움의 원천을 두는 이도 있을 테다. 저마다 자신만의 해피 라이프를 위한 방법을 비밀처럼 갖고 있겠지만, 누구에게라도 공통으로 적용될 즐거운 방법 하나는 바로 식도락. 세상은 넓고 맛봐야 할 음식은 너무나 다양하다.

 말레이와 차이니즈 푸드의 전략적 제휴

세계 어느 곳으로 가더라도 쉽사리 찾을 수 있는 곳이 중식당이라지만 그 흔한 중식당도 모두 같지는 않다. 재료의 신선도나 인테리어와 음식의 질에 따라 그 격차가 많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 수트라하버 리조트 내 퍼시픽 수트라 1층의 중식당 실크가든(Silk Garden)은 코타키나발루에서는 물론이고 말레이시아 전역을 통틀어 맛과 서비스를 인정받으며 ‘말레이시아의 베스트 레스토랑’ 중식당 부문에 선정되었다. 2001년부터 매년 빼놓지 않고 선정되었으니 벌써 8년째다.
북경오리 요리를 비롯하여 해산물 요리, 소고기 요리, 밥과 두부 요리, 국수류, 수프류, 채소류 등 기본적인 차이니즈 푸드 메뉴를 고를 수 있지만 실크가든의 대표 요리는 다양한 맛과 종류의 딤섬. 같은 딤섬이라도 튀기거나 찌는 등 요리법에 변화를 주고 해산물, 닭고기, 소고기, 채소류 등 식재료를 달리하여 저마다 다른 식감의 딤섬 종류가 무려 30여 가지에 달한다. 게살을 다져 만든 샐러드에 날치 알을 얹은 것, 소고기와 몇 가지 채소를 잘게 다져 튀진 것, 연어나 새우를 얹은 것 등 처음 보는 종류의 딤섬의 화려한 색과 데코레이션도 즐겁지만, 맛이 담백해 위안이 된다. 식도락 뒤에 항상 따라오는 것이 고칼로리에 대한 불안 아니던가. 입이 즐거운 데 반비례해 불행해질 몸매를 생각하면 마냥 즐거울 수만도 없었던 것이 보통인데 ‘중국 음식은 느끼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의외의 담백함은 어쩐지 감사하다. 건강과 웰빙에 포커스를 맞춘 수트라 그룹의 방침에 따라 리조트 단지 내 레스토랑에서도 가능한 기름기를 제거한 헬시 푸드를 제공한다 하니 고칼로리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 듯하다. 실크가든에서는 딤섬과 더불어 사유르 마니스(Sayur Manis)에 다진 마늘과 간장, 오일을 넣은 볶음 요리를 먹어볼 것. 시금치보단 조금 억세게 보이지만 그보단 줄기가 더 길고, 잎이 좁은 사유르 마니스는 동남아 지역에 흔한 채소류이다. 우리 식단에서 김치가 가지는 존재감에 따라갈 수야 없겠지만 아주 기본적인 말레이 식단으로, 고기나 딤섬을 먹을 때 사이드 디쉬처럼 함께 먹으면 식단의 밸런스가 맞다. 참깨 소스를 곁들인 로스트 치킨도 추천.

 로열패밀리가 사랑하는 말레이 전통 퀴진

‘전통음식’이라는 단어에 뭔가 소박하고 간소한 풍경을 자연스레 연상했었던 내 선입견이 깨진 곳이 스파이스 아일랜드(Spice Island)다. 수트라 하버 리조트의 마리나 센터 2층에 자리 잡은 스파이스 아일랜드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다소 맵고 자극적인 향신료와 허브가 가미된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을 코스별로 제공하는 말레이 퀴진이다.
레스토랑 입구로 들어서면 우리나라의 징처럼 생긴 말레이시아의 전통악기인 ‘공’이 웅- 소리를 내며 울린다. 새로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스태프들끼리의 암호이다. 주문 메뉴에 상관없이 제공되는 마와 바나나를 슬라이스해 튀긴 칩과 함께 레몬그라스 티를 마시고 있으면 이름도 독특한 오탁오탁(Otak-Otak)이 먼저 나온다. 바나나 잎으로 감싸 구운 생선과 튀긴 새우가 한 접시에 담긴 애피타이저다. 연이어 나오는 캐슈넛, 건포도를 넣어 지은 밥과 톰양 쿵처럼 보이지만 신맛이 나거나 맵지 않은 담백한 국물의 생선 수프를 먹으며 점점 배가 불러오는데, 막상 메인 푸드는 나오지도 않았단다.
파인애플을 곁들인 양고기, 버터를 발라 구운 닭고기, 레몬그라스를 얹어 쪄낸 생선, 실크가든에서 이미 맛본 사유르 마니스 볶음, 커리향이 나는 새우요리, 마늘향을 가미해 화덕에서 구워낸 난까지 나오자 테이블이 가득하다. 이때야말로 진정한 미식가와 대식가를 판별할 순간이다. 조금씩 음미할 것인지,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는데 의의를 둘 것인지.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리했다고는 하지만 적절히 가미된 허브 덕분인지 오히려 어설픈 퓨전요리보다 입에 맞는 식사를 했던 스파이스 아일랜드는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코타키나발루의 명소로도 종종 꼽힌다. 가끔 국왕이나 로열패밀리가 동말레이시아를 방문할 때 이곳에서 거한 저녁식사를 하기 때문.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여행 중 한 끼 쯤은 로열패밀리급 입의 호사를 누려도 좋지 않을까.

 캐주얼하게 즐기는 아시안 디쉬

저녁에 문을 여는 고급 레스토랑, 스파이스 아일랜드 1층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아시안 푸드를 맛볼 수 있는 마리나 카페(Marina Cafe)가 있다.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은 물론이고 중식, 일식, 한식까지 준비되어 있다. 물론 코타키나발루 시내에 몇 개의 한식당이 있기는 하지만 5시간 반이나 날아가야 하는 곳에서, 게다가 한식당도 아닌 일반 레스토랑의 메뉴판에 보이는 비빔국수, 비빔밥, 김치볶음밥 등의 한식 메뉴는 유난히 반갑다. 타지에 왔으니 말레이시아 요리를 주문하긴 했지만.
캐주얼한 레스토랑의 분위기만큼이나 마리나 카페에서 제공하는 음식도 캐주얼하다. 말레이시안 푸드를 주문하더라도 누구나 별 이질감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퓨전하게 조리하는 것. 튀긴 생선, 치킨 커리, 계란 프라이 등과 함께 내는 볶음밥 나시고랭(Nasi Goreng), 구운 새우, 로스트 치킨과 함께 먹는 차이니즈 풍으로 볶아낸 플랫 누들 등을 시켜놓고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모여앉아 있는 풍경도 마리나 카페이기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배낭을 메고 혼자 여행을 갔거나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려고 코타키나발루를 찾은 사람들에게 코타키나발루는 수많은 여행지 중 한 곳이 되겠지만, 일생에 가장 로맨틱한 여행으로 기록될 허니문의 데스티네이션이었다면 코타키나발루는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허니무너들에게 더없이 좋을 레스토랑이 수트라 하버 마젤란 리조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르디난드(Ferdinand's)이다. 스파이스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오후 6시가 넘어야 비로소 문을 여는 이곳에서 식사하려면 포멀한 수트는 아니어도 캐주얼한 느낌의 정장 정도는 입어주어 레스토랑의 드레스 코드에 맞출 것. 레스토랑의 셀러에 보관 중인 와인을 곁들여 이탈리아 현지와 흡사하게 조리한 샐러드나 파스타로 식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허니무너를 위한 스페셜 디너를 앞에 둔 커플의 모습도 제법 눈에 띈다. 허니문 스페셜 디너를 이용하려면 예약은 필수. 테이블보부터 일반 테이블과는 다른 것으로 깔아두고 꽃과 비즈 장식 역시 기본이다. 음식은 코스로 제공되는데, 셀러리와 사과 샐러드를 곁들인 연어와 관자 요리를 시작으로 해산물 스파게티, 허브와 치즈로 감싸 구운 소 안심 스테이크에 이어 베리 소스를 곁들인 패션 후르츠 피나코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코스에는 없지만, 레스토랑에서 직접 구워내는 빵도 맛있으니 올리브 오일, 에그 플랜트 소스와 함께 먹어볼 것.

 지중해의 맛을 찾아라

가능한 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원고에 사심이 끼어드는 때가 있다. 이를테면, 알 프레스코를 소개하려는 지금 같은 순간. 다섯 개의 레스토랑을 공평하게 소개해야 하건만 앞서 소개한 레스토랑에 별 다섯 개씩을 준다면, 알 프레스코에는 보너스로 별 하나를 더 추가하고픈 마음이다.
페르디난드 바로 아래층의 알 프레스코(Al Fresco)는 퓨전 메디테리언 레스토랑이다. 콘셉트가 ‘지중해풍 레스토랑’이어서 레스토랑 내에 화덕을 갖추어 리조트 앞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올린 담백한 피자를 구워 내고, 역시 해산물을 응용한 각종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전형적인 지중해의 음식이라기보다는 퓨전의 바람이 한번 스쳐간 독특한 메뉴가 인상적이다. 아보카도와 게살, 그리고 참치를 다져 만든 탱발(Timbale), 잘게 다진 버섯과 모짜렐라 치즈를 녹여 얹어낸 랍스터, 소고기와 닭고기, 양고기의 모둠 사테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메뉴도 독특한 데다 식감이 어울리는 재료들을 절묘하게 섞어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낸 데 과감히 별 하나를 더 얹어주어도 아깝지 않다.
게다가 레스토랑의 양쪽 벽이 완전히 오픈되어 있어 실내이지만 바닷가의 노천카페에 앉은 듯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인데다, 해 질 녘 레스토랑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먼바다로 넘어가는 일몰은 알 프레스코에서만 볼 수 있는 특허 경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