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의 마지막 정박도시, 코브 Ireland

아일랜드의 겨울은 한국보다 빨리 찾아온다. 거리에선 두꺼운 코트를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비 오는 횟수도 잦다. 바람이 세차게 몰아쳐서 우산을 쓰기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이리쉬라면 웬만큼 내리는 비에는 우산을 펼쳐들지 않는다. 주말에 비가 오지 않을 거라는 일기 예보에, 날씨가 더 나빠지기 전에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으로 길을 나선다.

더블린에서 출발해서 약 세 시간이면 도착하는 작은 도시 코브(Cobh). 주말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한 이유는 아무래도 큰 도시보다는 작은 타운이나 빌리지를 선호하는 내 취향도 작용했겠지만, 그 역사적인 배경이 내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코브는 아일랜드 남쪽 코크(Cork) 지방의 그레이트 아일랜드(Great Island)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지금은 작은 어선들만 정박하는 전형적인 작은 어촌마을로 보이지만 19~20세기에는 대형선박들이 정박하던, 큰 항구도시였다.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발생했을 무렵, 많은 이들이 이민을 결심했고, 1848부터 1950년에 이르기까지 약 6백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이민길에 올랐으며 그중에 250만 명이 코브를 통해 빠져나갔다. 1912년 4월 10일 영국의 사우샘프턴 항을 출발해 미국의 뉴욕 항으로 향하던 타이타닉호가 마지막으로 정박했던 곳도 이곳 코브였다.
타이타닉호 비극의 아픔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1915년 5월7일, 미국에서 출발하여 퀸스타운 (Queenstown) 항구, 지금의 코브를 향해 항해하던 영국 여객선 루지타니아(Lusitania)호가 독일 잠수함 U-20에 의해 침몰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은 코브 바로 앞바다인 밴트리 베이(Bantry Bay)에서 일어나 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당시 많은 아이리쉬들이 구조작업에 참여하였지만 결국 1천여 명의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루지타니아 침몰사건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을 지키고 있던 미국이 유럽의 전쟁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미국은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을 선언하게 되었다. 지금도 많은 미국인이 고인을 기리려고 찾아온다는 이곳 코브는 이런 끔찍했던 역사적 사건을 모르는 이가 보기에는 그냥 작고 평화로운 마을일 뿐이다.
중간에 욜(Youghal)에 들러 잠시 쉬면서 점심도 먹고 왔기에 코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 예약했던 B&B(Bed and Breakfast)에 도착하니 주인아주머니가 차를 권한다. 직접 구운 스콘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하고, 식당이나 펍을 추천받기도 하였다.
주인아주머니가 챙겨준 지도를 들고 타운으로 들어섰다. 타운을 걸으며 받은 첫인상은 조금 독특했다. 출항을 기다리는 배들, 항구 앞에 늘어서 있는 색색의 작은 집들과 그 뒤로 보이는 성 콜맨(St.Colman's) 성당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하면서도 뭔가 웅장한 느낌이라고 할까.

성당으로 오르는 조금은 가파른 길에는 경사를 고려해 설계된 집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고, 성당 앞은 뜻밖에 한산했다. 해 질 녘 조용한 성당 앞마당에서 바라보이는 코브 항과 그 너머로 보이는 슬픔을 간직한 바다의 풍경은 너무도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한참을 그렇게 석양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린 곳은 B&B 주인아주머니가 추천했던 펍, 술 마시는 당나귀(Pub, The Roaring Donkey)였다. 매주 수요일마다 아이리쉬 연주가 열리는 이 오래된 펍은 작은 규모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다. 관광객에게는 타이타닉의 유품 등을 전시해둔 타이타닉 펍 같은 곳이 더 유명할지 모르겠지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이곳이 아닐까 싶다.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 것이 왜 거리가 한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기네스 한잔하며 사람들과 얘기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아이리쉬 펍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 여행지마다 그 지역 펍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역마다 다른 느낌의 펍, 조금씩 미묘하게 다른 맛의 기네스가 주는 즐거움은 아일랜드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부록 같은 존재일지도. 

How to get there 코브
가 는 길_더블린에서 코크 행 기차/버스를 타고 가서 코브행 버스탑승  N11 또는 N9 - 워터포드(Waterford) - N25 코크 방면
문    의 www.cobhharbourchamber.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