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눈높이가 달랐던 대만여행

2006년 2월, 당시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이었던 아이들과 함께 4박5일간 대만여행길에 올랐다. 중국어를 할 줄 몰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행히 대만여행 경험이 있는 언니가 동행을 해주었다. 첫날 도착한 타이베이에서는 저녁에 토림(土林) 야시장에서 대만음식에 도전해보고 전통기념품도 사면서 대만 서민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여행코스를 짤 때는 아이들을 위하여 교육적인 효과를 고려하여 일정을 잡았다. 둘째 날, 타이베이 외곽에 위치한 타이베이 동물원을 찾은 것도 그런 의도에서였다.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으로 동물의 야생성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날 밤에는 타이베이의 야경을 보기위해 거금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신광마천전망대에 올랐다. 그곳에서 바라본 타이베이의 야경은 홍콩이나 뉴욕의 야경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넷째 날은 오래(烏來)를 찾아갔다. 오래는 타이베이 근교에 위치한 곳으로 타이베이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지만 산과 강, 온천이 있어 이곳 시민들이 주말휴양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이미 봄이 한창인 오래는 벚꽃이 만발해 운치가 있었다. 미처 수영복을 챙겨가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는데 마침 무료로 빌려주는 시설이 있어 아이들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중 한 가족의 또래 형제와는 아이들 특유의 친화력으로 금방 친구가 되었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후 비행시간을 기다리며 두 아이들에게는 이번 여행이 과연 어땠는지 궁금해 ‘좋았던 여행지 베스트 3’를 물었다. 나와 언니는 마음속으로 신광마천루야광이나 타이베이 동물원 등을 꼽아보았다. 그러나 전혀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1위는 첫날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에 들렸던 228화평공원의 돌 미끄럼틀이었고, 2위는 오래 노천온천에서 대만아이들과 논 일, 3위는 여행 중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잠깐씩 들렀던 맥도널드였다. 결국 어른들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아이들은 대만여행을 즐긴 것이다. 다음번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물론 그 때도 기대와는 다른 대답이 나올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장이숙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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