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냐고요!

내게는 공항징크스가 있다. 공항에만 가려고 하면 비가 주루룩 내리기 일쑤. 이제는 번개가 쳐도 끄떡없을 정도로 강철심장이 됐지만, 그 날은 유난히 감이 좋지 않았다. 입국 심사장에서 이민국 직원이 여권을 스윽 한 번 살펴보더니 심상찮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어떻게 왔습니까?” “비행기 타고 왔는데요.”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여권에 도장이 찍혀있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여권을 확인했지만, 당연히 찍혀있어야 할 도장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우물쭈물 하다가는 국제 미아가 될 것 같아 국제 운전면허증까지 꺼내들고 지금까지의 경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류를 심사하는 직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장이 없는데 어떻게 비행기를 탔느냐?” ‘아니, 내가 새냐고?’ 속으로는 이렇게 툴툴거렸지만 증명할 길이 막막했다. 같이 온 사람이 있었으면 같이 왔다고 말이라도 한 마디 해줄 텐데. 같은 비행기에 탔던 사람들은 분주하게 심사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까 본 사람인데. 어, 저 사람도 봤는데.’ 다급했지만, 그들이 나를 기억하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때 갑자기 직원이 “그럼,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다. 기내에 들어가면서 정신없이 수첩 어딘가, 혹은 지갑 어딘가에 쑤셔넣었을 티켓을 찾느라 또 한참이 소요됐다. 겨우 찾아낸 티켓 위엔 다행히 출국 도장이 찍혀있었다. 내 공항징크스, 그 끝은 어딜까? 공항에만 가면 슬슬 악운이 기지개를 펴지만, 다음번엔 만반의 준비를 갖춰 무사히 통과해 보일 테다!
이미경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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