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익듯 술이 익어가는 전주전통술 박물관 Jeonbuk

 술이 익기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의 꿈이 조용히 담겨 있는 듯,
전주전통술 박물관의 공기는 제법 단단하고 밀도 있다.
글, 사진 안소민 (전주/전북 통신원)

전주 전통술 박물관은 ‘수을관’으로도 불린다. 쌀을 발효시킨다는 의미의 ‘수’자에 ‘을’자를 결합한 술의 고어(古語)이다. 
가을빛이 완연한 어느 날, 전주전통술 박물관에 들어섰다. 그 정취가 참으로 고아하고 단아하다. 마치 잘 익은 술을 마주 대하는 듯 향기롭고 그윽하다. 한옥마을에서 오목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전통술 박물관은 평소에는 오가는 이 없이 한산하고 적조하지만 썰렁하지는 않다. 술이 익기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의 꿈이 조용히 담겨 있는 듯, 전통술 박물관의 공기는 제법 단단하고 밀도있다.
전통술 박물관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통명주들이 전시, 판매되는 ‘계영원’과 술 빚는 도구 및 과정이 전시된 ‘양화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맷돌, 시루 밑, 절굿공이, 쳇다리, 소줏돌, 용수, 체 등 술 빚는 도구를 비롯한 술통, 술춘(술을 저장하거나 운반할 때 쓰던 도구), 술 항아리와 같은 술 마실 때 쓰이는 도구 등의 유물도 보관되어 있다.
때마침 양화당에서는 ‘서화를 통해 보는 우리 술’ 전시회(9.16~12.31)가 한창이다. 우리 전통 민화나 서화, 고문서를 통해 우리 고유의 술 문화와 종류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로, 우리의 술 문화가 참 다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농민이 마시는 술, 사대부가 마시는 술, 중국 사견단에게 접대했던 술, 아녀자가 마셨던 술, 심지어는 어린아이까지 술을 즐겼다 하니 우리 민족이 얼마나 술을 사랑하고 아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술을 누구나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가정집에서  술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술에 들어가는 재료, 빚는 방법도 모두 달라서 아주 다양하고 많은 술이 만들어져 전수됐다. 그렇게 집에서 만든 술을 ‘가양주’라고 한다. 전통술 박물관에서 중점을 두고 펼치는 사업도 바로 이 가양주 살리기 운동이다. 가히 ‘풍류’라 불릴 만큼 정성스럽고 고상했던 조선의 가양주 문화는 일제의 주세법에 따라 맥이 끊기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주는 그 형태에 따라 탁주와 청주, 소주로 나눌 수 있다. 술독에 용수를 박아 맑은 술을 받아내면 청주, 용수를 박지 않고 그냥 걸러내서 얻은 뿌연 술을 탁주라고 한다. 흔히 막걸리라고도 하는 그 술이다. 소주는 청주, 탁주 등을 가열해서 소주 고리를 통해 얻은 도수 높은 술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소주는 희석식 소주로 높은 도수의 주정을 만들고서 물로 희석시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주라 하면 ‘청주’를 일컫지만 뜻밖에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전통술 박물관에서는 100여 년간 끊긴 가양주의 맥을 찾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년 내내 전통술 박물관 실습장에는 술 빚는 향기가 끊이지 않는다. 총 11주 과정을 마치고 난 후 ‘수을사랑회’라는 동호회를 만들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누룩 빚기, 소주 내리기 등의 체험활동도 미리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명절이 다가오면 세주 빚기나 제주 빚기 등의 단기특강도 개설된다.

how to get there
승용차 전주역-남원 방향-
아중역 삼거리-전주고등학교-
리베라호텔 후문-전통술 박물관
문의 063-287-0904 www.urisu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