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의 비밀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당시 태국은 해외 여행지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출장이 아닌 나만의 여행을 가고 싶어 직장을 다니는 동안 틈틈이 모은 돈으로 태국 패키지여행을 신청했다. 여행 코스 사이사이 들렀던 쇼핑센터 중 특이한 곳이 하나 있었는데, 듣자 하니 뱀을 판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먹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 현지에서 특별히 고안된 게 아닌가 싶다. 뱀이 득실거리는 철장 안에는 온갖 종류의 뱀들이 꽈리를 틀고 있었다. 난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잠시 후 식사를 하러 갔더니 설렁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식사 준비를 했구나 싶어 내심 흐뭇해하며 수저를 들었다. 일행 모두 “역시 설렁탕이 최고”라며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한데 국물까지 싹 비워내고 나니 함께 온 일행들이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었던 설렁탕이 사실은 뱀탕이었던 것. 순간 억울한 마음에 눈물까지 날 뻔 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한 건, 그때 아무것도 모른 채 맛있게 먹었던 뱀탕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다시 먹으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테지만 말이다.
정다혜 전주 완산구 서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