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에서 내가 배운 것

유럽 여행을 할 때였다. 마침 친한 동생이 런던에서 어학연수 중이어서 함께 일주일 동안 런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코트를 입어야 할 만큼 쌀쌀했지만, 다행히 볕은 쨍쨍했다. 5일째 되던 날. 아침에 일어나니 햇살이 너무 좋아 리젠트 파크에 가보기로 했다. 공원은 사람들로 붐볐다.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꽃밭에서 사진도 찍으며 넓은 공원 안을 산책하다가 호수에 떠다니는 보트를 발견한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는 호수 위에 떠다니는 배를 타고 있는 연인들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노 젓는 배는 둘 다 난생 처음이었지만, 우리는 ‘뭐, 어려울 거 있어. 까짓것 그냥 노 저으면 되는 거지.’하며 그 길로 당장 뛰어가서 보트를 하나 빌렸다. 시험 삼아 노를 저어봤는데 배는 그냥 제자리를 맴돌았다. 우리는 뱃놀이나 하자는 심산으로 노 두개를 걷어서 배 안 바닥에 던져 놓고 갖가지 포즈로 호수 위의 백조인 양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배가 점점 호수 중앙으로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어느 순간 동생이 “언니 우리 너무 멀리 온 것 같아.”라고 외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호수 한가운데 떠 있었다. 늦으면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발이 동동 굴러졌다. 그제서야 노를 구멍에 꽂고 열심히 배를 저었지만 나아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해는 저물어 바람은 점점 쌀쌀해지고 대여시간 30분은 이미 훌쩍 지나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창피함을 무릅쓰고 SOS를 외쳤지만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울먹울먹 하는 동생을 보며, 나는 언니로써 어떻게든 이 난관을 극복해야겠다싶어 다시 노를 잡았다. 이를 악물고 갖가지 방법으로 수십 분간 노를 저어본 끝에, 나는 겨우 노 젓는 법을 터득했고 1시간이 조금 넘어서야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배 주인은 시간 계산도 하지 않고 보증금을 그냥 돌려주는 게 아닌가! 우리는 방금 전의 공포심은 모두 잊고 하하 웃으며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함께 보트를 탔던 동생은 10개월의 런던 어학연수를 마치고 올해 한국으로 돌아 왔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그때 이야기를 한다. “너, 이 언니가 생명의 은인인거 알지?”라며. 누군가 여행은 공부라고 했다. 영국 여행에서 내가 배운 건 바로 ‘노 젓는 법’이다.  (이희경 경북 구미시 고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