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Food Travel

맛있는 여행
영화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에서 전직 복서였던 기범은 앤티크 카페의 파티셰 선우가 만든 케이크를 맛보며 울음을 터뜨린다. 영화 내내 달디 단 케이크들을 서너 개쯤은 무리 없이 한 자리에서 해치우는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건 영화니까 가능한 거야.”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저마다 그 나라의 특성을 잘 살려낸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카페와 레스토랑을 둘러보며, 생각을 바꿨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그 즐거움을, 여러분도 한 번 느껴보시길.  글 안수련 기자 | 사진 박진희 기자

친구들아 모여라 로스 아미고스
전 세계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이태원에 지난 5월, 텍스-멕스(Tex-Mex) 레스토랑 로스 아미고스가 문을 열었다. ‘친구들’을 뜻하는 로스 아미고스란 상호에서 볼 수 있듯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로, ‘Food Drink Fun’을 기치로 하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목요일을 제외하고 언제나 라이브 밴드의 신나는 연주를 들으며 진한 멕시코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로스 아미고스의 음식은 전통 멕시칸 요리라기보다는 텍사스와 멕시코의 경계를 뜻하는 텍스-멕스 스타일에 가깝다. 때문에 멕시코 음식을 파는 다른 레스토랑과는 여러 면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메뉴. 토르티야 안에 고기와 채소, 콩을 넣고 튀겨낸 후 과카몰과 사워 크림을 올린 ‘치미창가’나, 한 피스로 서빙되는 ‘바하 브리토’, 소시지와 채소를 넣고 피자처럼 구워내는 ‘초리소 퀘사디아’는 이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다. 디저트도 눈여겨 볼만 하다. 토르티야에 사과를 넣고 튀겨낸 ‘사과 엠배나다스’, 기다란 막대처럼 생긴 튀김에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올린 ‘츄러스’는 데킬라가 들어간 ‘멕시코 커피’나 카카오가 들어간 ‘스페니시 커피’와 잘 어울린다. 쌀과 우유에 연유와 시나몬을 넣어 만드는 멕시코 전통차 ‘오르차타’는 달달하면서 계피향이 강해 ‘차이 티’ 같은 맛이 난다. 푸짐하게 나오는 프로즌 마가리타와 한국에 처음으로 수입된 멕시코 맥주 도스에퀴스(Dos Equis)까지 곁들이면 부족할 것 없는 풍성한 식탁이 차려진다. 천장에 매달린 나무 수레 모양의 조명과 석양이 내리는 멕시코의 저물녘 풍경이 그려진 벽, 흥겨운 멕시코 음악과 함께 마주한 텍스-멕스 디시는 순식간에 공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할 것이다.
위치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직진. 헬리오스 골목 안 오른쪽  문의 02-795-9711  웹사이트 amigos.kr

동심으로 돌아가다 찰리 브라운 카페
능글능글한 고양이 가필드와 쌍벽을 이루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완소’ 강아지 스누피. 찰스 M 슐츠가 그린 만화 ‘피너츠’의 사랑스런 캐릭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홍대 앞 놀이터에 문을 연 찰리 브라운 카페가 바로 그곳. 피터래빗 캐릭터 사업을 맡아 했던 넥스트에프앤비의 김진호 이사가 찰리 브라운과 그 친구들의 캐릭터를 테마로 한 카페를 연 것. 입구에선 사람만한 크기의 찰리 브라운 피규어가 손님을 맞는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여기 저기 세워져 있는 주요 캐릭터 모형들과 마주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벽과 천장, 테이블과 찻잔에도 캐릭터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고개를 돌리면 통유리 밖으로 깔끔하게 진열된 스누피 피규어가 보인다. 이 모형들은 김진호 이사가 카페를 위해 특별히 모은 것이라고 한다. 곳곳에 전시된 미술작품들과 캐릭터 모형들 덕분에 카페는 갤러리처럼 깔끔한 분위기다. 예술가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마시, 루시, 샐리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리스타가 추출하는 커피 맛은 전문점 못지않다. 이탈리아 스타일의 아이스 에스프레소 ‘샤케라토’를 비롯해 룽고와 콘파냐, 카페 사이공 등 커피 베이스의 독특한 음료 뿐 아니라 허브티와 블랙티, 스노우 초코, 녹차라테도 맛볼 수 있다.
위치 2호선 홍대입구역 6번출구로 나와 홍대방향으로 걷다가 놀이터 골목으로 올라가면 찰리 브라운 피규어가 보인다
문의 02-332-2600
웹사이트 charliebrowncafe.net

기내식이 좋아! cup n plate
평상시에도 기내식을 먹을 순 없을까? 잡지 기자인 이미정 씨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녀의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얼마 후 현실이 됐다. 컵앤플레이트라는 이름을 달고. 2인용 테이블 네 개와 4인용 테이블 2개. 작은 기내식 식당은 끼니때면 늘 만석이다. 영화 ‘카모메 식당’ 속, 동네 사람들로 북적이던 작은 가게처럼. 그러고 보니 나무로 만든 탁자와 의자, 흰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진 벽면까지. 실내 분위기도 카모메 식당과 비슷하다. 여기에 오래된 전화기와 수동 카메라, 자동차 미니어처와 구식 타자기, 또 여행을 다니면서 틈틈이 사 모은 다양한 모양의 콜라병들과 귀여운 레고 피규어들이 더해져 컵앤플레이트만의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완성된다. 런던에서 1년간 요리 수업을 받은 언니와 제과제빵을 배운 동생이 만든 음식들은 인테리어만큼이나 깔끔하고 정갈하다. 채도가 낮은 묵직한 색감의 트레이에 기내식을 그대로 옮겨온 듯 작은 접시들이 오밀조밀 올려진 모양이 소꿉놀이 장난감 세트 같기도 하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스팸 오니기리. 스팸을 올린 오니기리 두 조각이 메인. 여기에 명란 주먹밥 세 조각과 직접 만든 단무지, 고추절임, 양념 버섯이 곁들여 지고, 샐러드와 과일(키위, 바나나, 딸기가 한 조각씩 곱게 담겨 있다), 커피가 사이드로 나온다. 포크와 나이프가 담긴 비닐에 소금과 후추가 따로 나와 진짜 기내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 난다.
위치 홍대입구 맞은편 커피빈 골목으로 내려가다 서교초등학교 골목으로 우회. 10미터 쯤 가면 오른쪽에 비행기 간판이 보인다
문의 02-322-9050  웹사이트 cupnplate.com

일본식 홈메이드 베이커리 미루카레
일본인 다카미 가나코 씨가 운영하는 미루카레(밀가루를 스페인식으로 발음한 것)는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의 빵집이다. 대표 메뉴는 메론빵. 보통 오전에 한 번만 만드는데, 요즘엔 수요가 많아져 오후에 또 구워내기도 한다. 일본 만화에 감초처럼 등장하지만 한국에서 진짜 메론빵을 맛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어서, 그저 ‘곰보빵과 비슷한 맛이 아닐까’ 막연히 추측해볼 뿐이었는데, 직접 먹어보니 메론빵은 실제로 메론향이 살짝 날 뿐 아니라 곰보빵보다 달달한 맛이 덜해 훨씬 담백했다. 미루카레의 주인 다쿠미 가나코 씨는 어릴 때부터 뭔가 만들기를 좋아해서, 5살 때 생일 선물로 가스오븐을 받은 후로는 빵과 쿠키, 케이크를 곧잘 만들어 내곤 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4년 정도 살았는데, 국내에 진짜 일본식 빵을 구워내는 가게가 없는게 아쉬워서 직접 빵을 만들기로 결심. 일본 ABC 쿠킹스튜디오에서 제빵 자격증을 딴 후, 지난 4월 미루카레를 열었다. 근처의 학원생들부터 슬리퍼를 걸치고 찾아오는 동네 아저씨까지 손님은 다양한 편. 마침 찾아온 아주머니들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주인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명란젓 프랑스’란 이름의 빵을 들어 올리며 도저히 무슨 맛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여주인은 책을 펼쳐 빵 안에 든 재료를 짚어 보이며 “일본에선 어느 베이커리에서나 흔히 만드는 평범한 빵.”이라 알려준다. 손님들이 몇 명 더 들어오자 가게는 잔뜩 복작인다. 그럴 때마다 딸기밀크크림, 소금캬라멜머핀, 시나몬롤 등 바구니 안에 그득했던 빵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 날 저녁, 혹은 다음 날 아침. 그들의 식탁 위에 담백한 일본식 빵이 오르면, 그들은 잠시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할 것이다. 그 여행은 미루카레가 주는 어감처럼 독특하고 이국적이지 않을까?
위치 홍대 정문에서 신촌 방향으로 직진. 무과수마트 골목으로 좌회전해 내려가다 보면 골목 중간에 있다
휴무 매주 일요일, 첫 번째와 세 번째 월요일

작은 디저트가 주는 감동 르쁘띠푸
르쁘띠푸는 홍대앞 푸르지오 상가 내에 문을 연 프랑스식 디저트 가게다. 쁘띠푸는 작고 귀여운 오븐이라는 뜻으로, 프랑스에선 이미 커피와 같이 먹는 작은 디저트의 총칭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에서 5년간 유학한 김대현 파티셰가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기초로 만들어내는 케이크들은 먹기 아까울 만큼 앙증맞다. 덕분에 지난 10월 오픈했지만 벌써부터 든든한 단골들이 생겨났다. 일본식 마카롱과 달리, 겉은 바삭하고 안은 쫀득할 뿐 아니라 아몬드의 고소한 맛까지 느낄 수 있는 프랑스식 수제 마카롱이 특히 인기 있다. 아몬드 가루를 재료로 만드는 마카롱은 파이 사이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바나나스플리 마카롱, 쁘띠 마카롱, 바닐라크림 마카롱, 피스타치오크림 마카롱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코코넛밀크크림이 들어간 쁘띠 마카롱과 버터크림이 들어간 바닐라크림 마카롱이 많이 판매된다. 각양각색의 케이크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건 쁘띠 카카 가또. 한국어로는 (조금 민망하지만) ‘똥 케이크’라고 불리는 이 귀여운 케이크는 헤이즐넛 다쿠아즈 시트에 두 배로 농축한 생크림을 발라 만든 것으로, 위에 초콜릿과 아몬드 슬라이스로 만든 파리 세 마리까지 얹어져 있다. 이 파리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만만찮다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몸통에 흰 초콜릿으로 눈까지 그려져 있었다. 레몬과 생강이 강렬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레몬생강 슈의 맛도 인상적이다. 케이크는 화과자처럼, 예쁜 상자에 포장해 준다. 10개들이 선물세트는 18,400원. 피아노 티라미슈, 에펠 무스, 신데렐라 케이크 등 대형 케이크류는 적어도 이틀 전에는 주문해 둘 것.
위치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홍대 방향 큰길 왼편 푸르지오 상가 2층  문의 02-322-2669  웹사이트 blog.naver.com/ds4njb

진한 벨기에의 맛 디디스 고프레
와플 붐은 여전하다. 과열이랄 만도 하지만, 디디스 고프레(Didi’s Gaufre)의 와플 맛만은 진짜다. 벨기에인 디디 씨와 한국인 아내는 디디스 고프레는 벨기에 브뤼셀로 날아가 수 세대를 이어온 전통 있는 와플 가게에서 비법을 전수 받아오는 등 꼬박 2년 간 성심성의껏 오픈을 준비했다. “고프레는 영어로 와플이란 뜻이에요.” 디디 씨가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느 제과회사에서 만든 와플 모양 과자도 고프레란 이름이었던 것 같다. 메뉴는 2시간마다 구워내는 따끈한 브뤼셀 와플(Brussel Waffle)과 벨기에에서 수입한 설탕 알갱이가 서걱서걱 씹히는 바삭한 식감의 리에쥐 와플(Liege Waffle), 스낵처럼 차갑게 식혀 먹는 미니바닐라 와플(Mini Vanilla Waffle) 세 종류다. 기본은 사각형 틀에 3분간 구워낸 후 슈가 파우더와 생크림을 올린,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브뤼셀 와플. 메이플이나 초콜릿 시럽, 과일, 아이스크림 등 토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바쁘게 와플을 구워내던 디디 씨는 잠깐 숨을 돌리더니 넓적한 판으로 와플 기계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60개를 굽고 나면 한 시간을 청소해야 한단다. 고된 일이긴 하지만 맛있다고 말해주는 손님들의 칭찬에 피로회복제를 마신 것처럼 힘이 난다. 와플을 구워내는 기계 사이로 보글보글 반죽이 끓는다. 브뤼셀에서 직접 수입해 왔다는 이 와플 기계는, 갈색 빛이 도는 벨기에 설탕과 더불어 진짜 벨기에 와플을 만드는 데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진짜 맛있는 벨기에 고프레를 맛보고 싶다면, 홍대앞 디디 씨네 가게에 가보시길.
위치 홍대 정문에서 신촌 방향으로 30미터 쯤 걷다보면 오른쪽에 있다
문의 02-322-6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