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의 추억

지난 달 일본 오사카에 있는 시댁에 다녀왔을 때의 일이다. 시댁에서의 이런저런 일들로 남편과 심하게 다퉈서 서먹한 상태로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간사이공항을 출발한 지 40여 분쯤 됐을까. 기류가 좋지 않은지 갑자기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말겠지….” 곧 괜찮아질 거라고 위안을 삼아봤지만, 요동은 더욱 심해졌고 기내 중앙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을 비롯한 모든 스크린이 꺼졌다. 승무원들이 모두 착석하고 곧이어 상황을 설명하는 듯한 기장의 안내멘트가 나왔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남편의 손을 꼭 붙들고 이렇게 죽으면 안 된다고 계속 되뇌었다. 얼마 후, 10분 쯤 지나자 다행히 기체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고, 무사히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그 날의 비행은 남편과의 다툼마저 소중한 일상의 기쁨임을 알게 해준 아찔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
송진성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