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ish Barbecue

입맛 당기는 스페인 요리
흔히 스페인 요리라고 하면 파에야, 토르티야, 하몬(돼지고기로 만든 햄) 등을 떠올린다. 여기에 바비큐도 추가할 수 있는데, 바비큐의 기원은 서인도제도에 건너간 에스파냐(스페인의 옛 이름) 사람이 통째로 구워먹는 모습을 보고 발견했다는 설이 있을 만큼 스페인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이기 때문이다. 

독특한 조리법과 맛을 자랑하는 스페인 요리는 로마시대 때부터 많은 국가의 영향을 받았으며, 갖가지 해산물과 와인이 더해져 풍성하고 다양하다. 더불어 1492년 스페인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정복한 배경 덕분에 미국 요리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런 스페인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이태원에 있다. 해밀턴 호텔 뒤편 르 생텍스 맞은편의 ‘라 플란챠’로, 허브에 숙성된 고기를 즉석에서 구워주는 바비큐가 대표적인 메뉴다. 메인은 100그램 단위로 직접 골라서 취향껏 먹을 수도 있는데, 다양하게 즐기고 싶거나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콤보세트를 권한다. 콤보세트는 허브에 재운 등심 100그램, 닭고기 100그램, 두 가지 소시지와 새우 꼬치, 두 가지 소스와 가니쉬가 함께 제공된다. 가니쉬는 7가지, 소스는 블루치즈, 아보카도 살사, 페스토 브랜디 등 무려 9가지나 있으니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 소스가 낯선 사람들은 안내를 부탁하면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골라줄 것이다.
이곳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지향하기보다 정통 스페인 요리를 추구한다. 한국인의 입맛에만 신경 쓰다 보면 스페인식도 한국식도 아닌 국적불명의 맛이 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인지 이곳 손님의 3분의 1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다. 라 플란챠는 스페인의 맛을 살리기 위해 스페인에서 향신료를 공수해오는데 특히 파에야에 들어가는 샤프란은 비행기로 수입한다. 초리조와 블랙타이거 쉬림프, 홍합, 닭가슴살이 들어 있는 이곳의 발렌시아식 파에야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쌀이 아니라 파에야에 잘 맞는 수입 품종의 쌀을 사용해 죽처럼 달라붙지 않고 생생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스페인 요리의 전채라고 할 수 있는 타파스는 일주일에 두 번씩 메뉴가 바뀌는데, 기자가 맛본 것은 카탈로니아 지방식 타파스였다. 총 세 가지로 구성된 타파스는 안초비와 가지, 홍피망을 올리브에 구운 후 빵에 얹어 다시 구운 것과 초리조 소시지와 송이버섯을 올리브유에 버무린 것, 바게트 빵과 선 드라이 토마토, 연어튀김을 얹은 후 올리브로 간한 것이었다. 직접 만든다는 초리조 소시지의 쫀득한 맛이 입맛을 자극하며, 송이버섯의 말랑한 식감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갓 구워서 따끈따끈한 바비큐를 블루치즈와 홈메이드 바비큐 소스에 찍어 먹어보았는데, 치즈 소스라서 느끼하지 않을까 싶던 우려가 금방 사라졌다. 불 맛이 살아 있는 고기와 어우러져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느꼈을 뿐이다.
식사 후에는 최근 리모델링한 2층 라운지에 올라가 와인이나 칵테일을 즐길 것을 권한다. 물론 라 플란챠에서 갖춘 40여 가지 와인을 바비큐와 곁들여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서는 10여 가지의 스페인 와인도 갖추고 있으니 요리와 함께 함께 즐기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