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홀로 맞이한 새해

2005년 가을에 일본의 츠쿠바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면서 2006년 새해를 일본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다같이 이방인 처지인 외국인 학생들끼리 잘 어울려 지냈고, 우리는 도쿄타워에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한다는 소식에 함께 가기로 하였다.
츠쿠바에서 도쿄까지의 교통수단은 전철과 버스가 있는데, 차가 밀릴까 걱정한 친구들은 전철로 가고, 나를 포함한 몇 명은 저렴한 버스를 이용해 도쿄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도쿄타워는 굉장히 붐볐지만 모두가 들뜬 분위기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다 같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도 “해피뉴이어~!”를 부르짖으며, 신나게 카운트다운 행사를 마치고 우리는 클럽들이 즐비한 록본기로 향했다. 한밤중 임에도 거리엔 사람들이 넘쳐났고 굉장히 들떠 있었다.
한동안 신이 나긴 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웠고, 클럽은 이미 만원이어서 입장이 힘든 상황이었다. 클럽을 찾고자 친구들이 두 패로 나뉘었는데, 여기서부터 불행이 시작되었다. 어쩌다 보니, 나 혼자만 전철을 타고온 친구들과 일행이 되었고, 클럽에 못 가게 되자 지친 친구들이, 츠쿠바 왕복 전철이 새해에는 특별히 24시간 운행한다는 소식에 츠쿠바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왕복 버스권이 아까웠던 나는 남아서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통화실패. 졸지에 홀로 덩그러니 도쿄에 남게 되었다. 새벽 3시에 가까운 시각, 츠쿠바행 첫차는 아침 6시. 기왕 이렇게 된 거, 야경 사진이나 찍자는 생각에 오다이바의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이는 항구로 향했다. 지도상으로는 가까워 보였는데, 걷다 보니 1시간이나 걸렸고 그곳 역시 새해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틈에서 홀로 사진 몇 장을 찍은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츠쿠바행 첫차에 몸을 실었다. 타국에서 혼자 외로운 새해를 맞기 싫어 떠난 도쿄행인데, 새해 아침부터 더 외로워진 내 자신이 어찌나 처량하던지….
홍영주 대전시 유성구 구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