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ao San Road,
the Backpacker's Mecca
무조건, 카오산으로 가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방콕의 카오산 로드. 겨우 200미터 남짓한 이 도로가 왜 그토록 유명한지 궁금하다면 더도 말고 딱 반나절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자연히 그 이유를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카오산 로드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들.

방콕의 중심지 프라나콘(Phra Nak hon)의 방람푸(Banglamphu) 지역에 있는 200미터 길이의 짧은 도로, 카오산 로드(Khao San Road). 식상한 말이지만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라는 말은 카오산 로드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하다. 어떤 이들은 조금 지저분한 거리 풍경에 인상을 찡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예전의 정취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실망하지만, 여전히 이곳은 배낭을 둘러멘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고,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픈 세계 여행객이 모여드는 곳이며, 그래서 여행객들을 들뜨는 하는 흥미로운 지역임이 분명하다.

여행자를 위한 거리
처음 카오산 로드를 방문한 것은 6년 전이었다. 방콕에 간다고 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카오산 로드를 이야기하기에 이곳을 찾았는데, 사실 그때는 너무 잠깐 머물렀던 탓인지 값싼 숙소와 여행사가 밀집한 지역이라는 것 외엔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6년 만에 다시 방문한 방콕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카오산 로드다. 이곳에서 맛보았던 비닐봉지에 담아 팔던 달달한 커피 맛 때문인지 몰라도, 이곳에 가야만 여행의, 아니 적어도 방콕에서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온전히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찾은 카오산 로드는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과 레스토랑이 몇몇 들어선 것을 제외하면 예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지금 막 도착한 건지, 아니면 어디론가 떠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이 눈에 띄고, 노천카페에서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맥주를 마시는 무리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레게머리로 변신하기 위해 몇 시간째 낮은 의자에 앉아 꽤 피로한 표정으로 머리를 맡기고 있는 여행객도, 왕궁까지 가는 툭툭의 가격을 흥정하며 손짓하는 아저씨도, 모두 그대로였다.
카오산 로드는 원래 주택가였다고 한다. 왕궁이나 왓 프라케우, 왓 포 등 유명 관광지 옆에 자리한 카오산 로드의 주민들은 자신의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해 이곳으로 모여드는 여행객을 받았고, 그렇게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하나 둘 숙소가 들어서고 뒤이어 음식점과 기념품점이 문을 열면서 오늘날 카오산 로드가 형성된 것이다. 전 세계 여행객이 모여들면서 만들어진 거리인 만큼 이곳에는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방콕을 경유해 주변 국가로 가는 값싼 티켓을 판매하는 여행사는 물론 배낭, 중고 여행서적 등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으며 사진 한 장만 있으면 국제 학생증 같은 여행에 유용한 가짜 신분증까지 만들 수 있다.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
노점에서 한참 승강이를 벌인 끝에 마음에 쏙 드는 바지를 저렴한 가격에 사고는 뿌듯한 기분으로 카오산 로드의 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리라지만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곳을 거니는 여행객과 노점상이 전부인데, 그럼에도 개성 넘치는 여행객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여행의 자유와 열정을 뿜어내며 카오산 로드만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신기하다 싶을 만큼, 이 짧은 거리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건너편에는 길거리 악사의 연주 장단에 맞춰 몸을 흔드는 이들이 보이고, 그 옆으로는 맥주 한 병을 손에 든 채 그 풍경을 감상하는 이가 눈에 들어온다. 웃통을 벗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마음에 드는 티셔츠를 발견했는지 바로 옷을 사 입고는 걸음을 재촉하는 이도 있고, 더운 날씨에 지쳐 손수레에서 파는 과일주스를 손에 들고 그늘에 서서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는 여행객도 만날 수 있다. 이미 팔뚝 가득 타투를 하고도 타투 숍을 기웃거리던 한 남성은 결국 안으로 들어가고, 한참 전부터 호객행위를 하던 툭툭 운전사는 드디어 손님을 만나서 왕궁으로 향한다.
노천카페에 앉아 배낭여행객들이 만들어내는 그 자유로운 풍경에 빠져 있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다. 기자 역시 그 모습에 빠져 꽤 오랜 시간을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출출함에 노점에서 꼬치 하나를 먹을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니, 처음 카오산 로드에 들어섰을 때부터 머리를 땋고 있던 스페인계의 한 남성이 드디어 완성된 레게머리를 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스쳐 지나간다. 단언하건대, 카오산 로드에서 몇 시간이고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누구든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고픈 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며,
그래서 여행객을 들뜨는 하는 흥미로운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