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y
Restaurant in Shanghai
상하이 레스토랑 열전

중국에 속해 있지만 중국답지 않은 독특한 도시 문화를 지니고 있는 상하이는 건축부터 패션, 문화까지 도시의 외적인 면뿐 아니라 맛과 멋도 전세계의 트렌드와 발걸음을 나란히 한다. 트렌디한 도시에 넘쳐나는 트렌디 레스토랑을 찾아 상하이 여행을 떠난다.  

중국 여행을 하면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음식이라고 대답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재료와 기름기 가득한 요리가 접시 위에 담겨나올 때면 아직 맛도 보지 않았는데 헛배가 부른 느낌까지 들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 없이는 못산다”고 외치는, 음식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한국 사람들에게는 느끼하고 강한 향을 가진 음식들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중국에서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상하이라지만 지금껏 입맛 까다로운 한국인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상하이가 변하고 있다. 물론 서구의 문물이 거친 파도처럼 상하이를 덮치면서 현대화된 것도 그렇지만 상하이와 상하이인 모두가 점차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의 문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카테고리가 음식인 것처럼 상하이의 음식 문화도 변화의 바람을 타고 순항 중이다.

라오 상하이를 추억하다
라오자오점
자고로 여행이란 그 문화를 보고 느끼는 데 의의가 있는 법. 중국 전통 음식을 먹는 일이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상하이까지 가서 현지식을 맛보지 않는다면 진정한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1900년대 초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라오취(老區)가 신톈지와 비슷한 상업 오락지구로 변신한 통러팡(同樂坊). 현대화되고 있는 상하이의 일면인 이곳에 의외의 장소가 있으니 라오자오점(Laozaodian, 48 Xu tiao Road, +86-21-5213-5277)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일반 중식 레스토랑과 다름이 없지만 문 안쪽으로 들어서면 영락없이 옛날 객잔의 모습을 하고 있다. 메뉴에서부터 인테리어에까지 오리엔탈리즘을 한껏 살렸다. 이곳에서는 옛날 상하이 사람들이 먹고 살았던 상하이 라오차이(老菜)를 그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식탁과 의자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옛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옛날식 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하고, 옛날 같은 분위기에서 옛 추억을 떠올린다. 갈수록 현대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상하이에서 상하이의 옛 맛과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옛날을 추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상하이에는 최초로 근대 문물이 들어오던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서구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서구 열강이 차지하고 있던 조계지였던 탓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의 이국적인 풍모를 살려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건축에 세련된 분위기를 입힌 고급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 와이탄을 따라 광둥루(廣東路)로 가면 나타나는 란 클럽 상하이(LAN Club Shanghai, 102 Guangdong Road, +86-21-6323-8029)도 그중 하나다. 신개념 럭셔리 라이프를 지향하는 이곳은 중국 고전문화에서 차용한 전통 중국색과 모던한 디자인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테리어의 4층 건물로 꾸며져 있으며, 각 층마다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설계되었다. 따뜻한 느낌이 나는 핑크 컬러와 차가운 느낌이 나는 블루 컬러를 사용해 공간을 분리했다. 중식 라운지부터 라이브러리 바 등이 마련된 1층은 매일 밤 젊은이들이 화려한 밤을 수놓는 클럽으로 변신한다. 2층에는 차이니즈 레스토랑과 시푸드 바 등이 마련되어 있다. 프라이빗 룸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3층에는 VIP 룸이 마련되어 있으며, 연회도 가능하다. 자연 채광이 돋보이는 서니 레스토랑과 디저트 바, 미슐랭 스타 셰프가 선보이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마련되어 있는 4층에서는 용도와 목적에 맞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고, 또 다양한 메뉴를 고를 수도 있다.

근대 중국과 현대 문화의 만남

상하이 트렌드세터의 놀이터
상하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꼽으라면 역시 동방명주(東方明珠)가 빛나는 와이탄 일대다. 황푸강(黃浦江) 건너로는 동방명주가 화려하게 빛나고 와이탄에는 세계 각국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건축 박람회를 열고 있다.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와이탄에는 프러포즈 명소들이 많은데, 세계적인 셰프들과 럭셔리 브랜드 숍이 즐비하는 와이탄에서도 3온더번드(3 On the Bund)와 번드18(Bund 18)이 특히 눈에 띈다.
1916년 중국 최초의 철골 구조물로 지어졌던 3온더번드가 미국 출신의 건축가 마이클 그레이브스에 의해 2004년 새롭게 태어났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과 갤러리, 헤어 살롱 및 에비앙 스파는 물론이고 다양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이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건물 6층에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몇 년째 가장 인기 많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꼽히고 있는 라리스(Laris, 6F bund 3 Zhongshandongyi Road, +86-21-6321-9922)가 자리잡고 있다. 데이비드 라리스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오픈한 이곳은 하얀 대리석으로 마감된 인테리어가 깔끔한 느낌을 준다. 내부에는 시푸드 바, 칵테일과 샴페인을 즐기면서 체스나 게임, 시가를 즐길 수 있는 볼트 바, 그리고 다이닝 공간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3온더번드의 성공에 힘입어 2005년에 탄생한 번드18은 와이탄의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핫 스팟이다. 까르띠에 매장과 갤러리 등이 입주해 있으며 센스 앤 번드(Sense & Bund, 6F bund 18 Zhongshandongyi Road, +86-21-6323-9898) 같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도 마련되어 있다. 모던한 레드와 블랙을 절묘하게 믹스 매치한 인테리어에 마음을 전하는 미식, 그리고 안개에 가려진 동방명주가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환상적인 야경까지 있으니 프러포즈 성공률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짐작할만하다.

꼭꼭 숨겨둔 보물 같은 레스토랑 AFP
AFP(A Future Perfect, No.16 Lane 351 Hwashan Road, +86-21-6248-6118)는 상하이 출장을 다니면서 찾아낸 보석 같은 레스토랑이다. 사실 상하이 민가에 콕 박혀 있는 이 레스토랑은 아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에 꼭꼭 숨어 있다. 상하이힐튼호텔 앞에서 큰 길을 건넌 후 오른 편으로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좁은 골목으로 꺾으면 빨래가 잔뜩 널린 주택가가 나온다. 여기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목적지는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간판이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눈을 부릅뜨고, 골목 오른편의 건물들을 주시한다. 작은 글자 하나도 놓치지 말고 주시한다면 ‘AFP’라고 쓰여진 작은 간판을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일반 가정집의 마당에 테이블을 가득 깔아놓은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실내와 실외에 테이블이 놓여진 이곳은 1900년대 초반 건물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이다. 작지만 친환경적인 분위기와 깔끔한 음식으로 상하이 왕래가 잦은 비즈니스맨과 매체 에디터들을 불러 모으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당에도 마루를 깔아 집처럼 아늑한 느낌이 들어 더욱 좋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친근한 분위기가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
68위안(RMB)에서 98위안의 저렴한 가격에 런치 세트를 즐길 수 있으며, 각종 샐러드를 비롯해 파스타, 연어 스테이크, T본 스테이크 등의 다양한 메뉴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