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que Guide to Travel  France
프랑스를 만나는
또다른 방법
장 피에르 다비트가 지은 어린왕자의 후속작, ‘다시 만난 어린왕자’의 화자는 진짜 여행 대신 책을 보면서 그 여행지를 상상하곤 한다. 물론 그도 나중에 진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어린왕자를 만나게 되지만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참고할만한 방법이 아닐까? 지금도 다양하게, 꾸준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프랑스 여행서적 중 ‘상상 여행의 재료’로도, ‘진짜 여행의 길잡이’로도 좋은 독특한 여행 책들을 모아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행서적 April in Paris
고운 색연필과 4B연필, 크레파스 한 통이면 언제라도 세상을 담을 준비가 된 멀티 아티스트 센이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의 듀엣곡 ‘4월의 파리(April in Paris)’에 이끌려 훌쩍 파리로 떠나 쓴 책이다. 평범한 여행서적이 아니라 일러스트집이나 동화책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손그림이 눈을 간질인다.
몇 페이지의 일러스트 삽지와 텍스트들이 어우러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고 책 한 권이 손글씨와 그림으로 빼곡히 차 있다. 파리, 샹젤리제, 오페라, 마레, 생제르맹 데프레, 몽마르트, 생 마르탱 운하로 나뉘어 맛있는 식당, 거리 악사, 퐁피두센터에서 공짜로 피서하는 방법 등을 자신이 움직인 동선별로 적어놓았다. D.I.Y 장난감가게, 가게에서 산 맛있는 과자나 괜찮은 바디용품, 파리의 ‘찝쩍’남 출몰 다발 지역, 세컨핸드(중고품) 숍에서 30분에 걸쳐 찾아냈지만 속은 삭아서 안감이 떨어져나오는 부츠에 관한 이 야기들은 전문 여행서에서는 쉽사리 만날 수 없는 아기자기한 소재. 설명과 함께 그려놓은 사랑스러운 일러스트가 감성을 자극한다. 몇 장의 사진이나 글로도 파리를 전달할 수 있지만 손그림이 주는 매력은 봄과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성큼 눈앞으로 다가오는 서울의 봄 안에서 느끼는 파리의 봄. 매력적이지 않은가?

도보 여행자를 위한 파리의 뒷골목 이야기 에펠탑 없는 파리
물론 파리에는 많은 관광지, 유적, 명소들이 있다. 매력적이고 화려해서 많은 관광객들은 그 코스를 밟는 것으로 파리 여행을 마쳤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번화가와 경복궁이 서울의 전부가 아니듯, 진짜 파리는 뒷골목에 숨어 있다. 아클리마타시옹 공원 한 쪽에 꼭꼭 숨어 있는 서울정원에서는 큰 현판이 달린 피세문과 경주 월성의 석교를 모티브로 한 월하교를 만날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이 모여 중국촌을 형성한 벨밀. 그들은 중국 식당이나 슈퍼 옆에 쪽지를 붙여 일자리를 구하며, 주말마다 엄청나게 싸고 없는 것이 없는 시장을 연다. ‘왜 노동자는 아파트에서만 살아야 하는가, 그들도 주택에서 살게 하자’며 지어진 다비엘 거리 10번지의 임대 주택 ‘작은 알자스’는 사이좋게 정원을 나눠 가진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어쩌면 여행을 통해 타인의 삶을 살짝 엿보고픈 사람에게는 명소보다 이런 골목길이 더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파리에서도 부자들이 살기로 유명한 16구에 방을 얻었다. 섬세하게 조각된 꽃들로 장식된 창문과 조개 모양의 작은 발코니가 소녀의 꿈을 빚은 것 같은 부촌이지만 작가가 묵은 1층은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나 하녀들이 지내던 방으로, 습하고 어두웠다. 밖에서 보이는 발코니에 빨래를 걸면 1분도 안되어 항의가 들어온다. 미관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길의 이면에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에피소드들이 있다.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관광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의 파리가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4인 가족이 자동차로 돌아본 프랑스 여행기
낭만카투니스트 유쾌한 프랑스를 선물하다
프랑스는 보통 배낭여행으로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 온 가족이 함께, 그것도 자동차를 빌려서 떠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차를 빌리는 것도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으며, 우리와 도로 사정도 다르기 때문이리라. 만화가 황준환은 만화 ‘38 6c’의 연재 2천 회를 맞아 13세, 7세의 두 아들과 아내와 함께 프랑스 여행을 떠난다. 차를 리스해서 파리, 디종, 안시, 칸, 니스, 카르카손, 르와스, 사를라 등을 시계방향으로 돌아보는 20박 21일의 여정은 흥미진진하다. 한 사람의 오롯한 여행기도 재미있겠지만 가족 여행이 주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스테이크를 시키고 싶은데 말이 통하지 않아 수첩에 스테이크를 그린 후 ‘음메~’소리를 내고, 그 모습을 보던 아주머니가 다른 메뉴를 가리키며 ‘꿀꿀’ 소리를 낸다. 돼지고기는 어떠냐는 것인데, 다시 ‘음메~’ 소리를 내자 스테이크를 내온다. 세계 만국어인 바디랭귀지와 그림으로 용감하게 여행길에 부딪히는 ‘선례’를 보고 있자면 “여행 그까짓 거 별 거 아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프로방스의 올리브 밭 한가운데에서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피곤에 지친 아이들이 싸우다가 화해하는 여행길. 3주일에 걸친 여행의 기록을 오롯이 담아낸 책 한 권이 빨리 읽히는 것은 다정한 가족들과 함께해서가 아닐까 싶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만화와 위트 있는 문장들도 재미있다.
이 가족의 여행이 마음에 든다면 뒤에 나오는 렌터카 정보를 참고해서 가족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지인들과 대화할만한 어학 실력이나 지식이 없으면 어떤가. 이 책에 씌여 있듯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히 쉴 곳과 먹을 것이다. 여행은 인생과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