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유목민13인
그들만의 여행이야기

글쎄, 그들이 뭔가 신비하거나 오묘하거나 뾰족한 답변을 제시해 주길 기대한 것은 아니다. 한번쯤은 하늘 길을 건너 산 설고 물 설은 이국의 땅을 그려보는 사람들 틈에서 훌쩍훌쩍 떠나는 그들, 여행유목민들의 곁에 서면 가슴을 틔워줄 시원한 바람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가 모르는 더 넓은 세상 이야기나 여행의 기술을 풀어줄 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와 함께 말이다.

그들에게 묻다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첫 여행지와 가장 최근의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여행지를 고르는 당신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여행에 꼭 챙기는 아이템 3가지를 꼽는다면?
당신의 여행 스타일은? 
기억에 남는 여행지와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추천하는 여행지가 있나요? 
‘여행’으로 2행시를 지어주세요.

최재호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PD. 이제 막 뉴칼레도니아에서 돌아온 그는 새로 진학한 대학원에 적응하랴, 6주에 한 번씩 떠나야하는 여행길을 준비하랴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

일상의 찌든 때를 벗고, 첫 사랑의 설렘을 선물로 받는 내 인생의 보약 같은 것! 첫 여행지는 인도네시아 발리, 최근에는 아프리카 세네갈과 뉴칼레도니아에 다녀왔지요. 편안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마누라(?), 카메라, 김치 영화 촬영지나 유명 작가의 출생지 등 테마가 있는 여행을 선호합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여행 중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축구경기를 관람하며 지단과 베컴, 호나우두 등 세계적인 축구 스타의 경기를 직접 보았던 설렘을 아직 잊을 수가 없네요! 뉴칼레도니아 여기가 좋을까? 저기가 좋을까? 한참을 망설이다 이곳에 와 보니 행복해 죽겠네 ^^

이한철
가수. 여행을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 불독맨션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만든 곡들을 모은 세 번째 싱글 앨범 '순간의 기록'을 발표했다.

호기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고요. 여행자가 되어 낯선 환경에 던져지고, 익숙해 진 후 떠날 때 애틋한 마음이 드는 여행의 사이클이 저를 계속 여행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행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남아 평범하고 시시한 일상의 나를 살게 합니다. 물론, 제 음악의 재료가 되기도 하구요. 96년 KBS ‘도전지구탐험대’에서 프랑스 남부지방으로 죽마(에샤스) 체험을 간 것이 최초 해외여행이었습니다. 2주간 죽마타기를 연마하느라 한곳에 머물며, 짧은 기간의 노력으로 뭔가가 내 몸에 익숙해진 쉽지 않은 경험 덕분에 지금까지 인상적인 여행으로 남았습니다. 최근에는 작년 11월에 ‘Peace & Green Boat’라는 환경을 테마로 크루즈여행을 하며, 일본과 대만의 여행지를 돌며 한국은 물론 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습니다. 그 곳의 음악, 음식, 다큐멘터리, 스포츠, 소설 등에 빠져들어 그 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둘 늘어가는 어느 순간,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여행지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특별한 노래와 음악이라는 만국 공통어로 만들어지는 친구들을 위한 필수 아이템, 기타. 그리고 휴대용레코더. 여행지의 바람소리나 그 곳 사람들의 일상어들을 담아 올 수 있고, 그런 음원들이 앨범이나 공연에서도 종종 사용됩니다. 마지막은 언제든 흔쾌히 나를 떠나 보내주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죠. 치밀한 조사가 바탕이 되는 자유여행을 선호합니다. 열흘의 여행이라면 적어도 열흘이상 책과 인터넷 등으로 정보를 충분히 얻는 작업을 하는데, 그 순간 이미 여행은 시작되죠. 쿠바 아바나에서 하드록 뮤지션을 만난 일. 숙소인 베다도 지역의 횡단보도를 건너다 만난 긴 머리 사나이들과 우연히 만나 되지도 않는 스페인어와 유명 하드록 밴드 이름, 노래 제목, 기타리프를 마구 내뱉으며 대낮에 얼큰히 한 잔하고, 변두리의 집에까지 찾아가 함께 연주하고 밤늦도록 놀았던 순간이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지방의 세비야. 구시가지 좁은 골목길에서의 로맨틱한 산책, 정열적인 플라멩코와 투우, 빅 클럽은 아니지만 멋진 팀플레이를 보여주는 축구팀 세비야FC, 뜨거운 태양, 가로수에 열린 오렌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것들이 주는 감동으로 만든 곡이 새앨범 수록곡 ‘세비야’입니다. 여기에서 거기까지 배낭과 카메라를 짊어지고 떠나 집어온 행복한 순간 몇 개가 팍팍한 우리의 일상을 살맛나게 하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이상은
가수. 13집 음반 활동과 여행서 발간 등 바쁜 나날을 보냈던 가수 이상은은 그녀의 또 다른 끼를 발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자극과 자유, 정신적 여유로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자신을 위한 중요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옷이나 가방이 외적인 자기표현이라면 여행은 내적인 삶을 살찌우는 중요한 것입니다. 특히 디자인이나 음악 등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 독창성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더더욱 필요하죠. 낯설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이 상상력을 키우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태국이었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달라 가슴이 쿵쾅거리고 어질어질 했지만 카오산 로드의 수많은 자유 여행자들을 보며 넓은 세계와 여행을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낯선 외국 여행을 나가면 느끼는 패닉 상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나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자유로움, 즐거움을 찾아내는 법 등을 배우게 되지요. 게임이나 모험을 하는 것 같은 흥분도 삶의 역동성을 회복시켜줍니다. 한마디로 건강해집니다. 최근에는 런던에 가 보았어요. 브릭레인이라는 곳이 아주 멋지더군요. 빈티지 문화를 접하고 매료되었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런던에서 대 유행인 빈티지를 맛보기 위해 엄마가 옛날에 입으셨던 옷을 달라고 해서 신나게 입고 다닙니다. 여행은 그렇게 일상마저도 바꾸어 놓습니다. 여행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특별한 곳을 정하기 보다는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일과 접목 시킨 여행을 선호합니다. 경제적 타격을 입으면 아예 여행을 못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꼭 여행과 일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죠. 같은 돈으로 레코딩을 한다면 외국 친구의 스튜디오에서 한다던가 해서 일하는 김에 외국도 나가게 되는 식으로 절약하며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진기, 노트북, 화장품(여행 다니다 보면 피부가 엉망이 되더라고요. 기초 화장품을 꼭 챙깁니다). 자유 여행을 좋아해요. 통솔자를 따라가야 한다든가 시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든가 하는 것이 그닥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아서요. 자메이카에 갔었는데 너무나 낯설고 무서웠어요. 리조트 밖으로 나갔다가 와일드한 마을의 분위기에 기겁하고 두 번 다시 돌아다니지 않았어요. 마약과 총기류가 아주 흔한 곳이었거든요(그렇게 느껴졌어요). 함께 여행한 친구는 태양빛이 뜨거워 알러지에 걸리고, 갑자기 미친 듯이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져서 출발 날짜를 당겨버렸죠.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어요. 20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다 좋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여행지를 찾는 게 중요해요. 한번은 네팔에 갔다가 온 몸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산은 나와 맞지 않는 다는 걸 알았어요. 문화적인 자극이 필요할 때는 제3 세계보다는 세계적 대도시에 가는 게 좋죠. 좀 쉬고 싶고 돈이 없는 상황이라면 동남아를 택한다든가. 필요와 예산에 따라 결정해야 하겠죠.  여유로운 마음과 행복한 자유로움을 만끽하시려면 여행을 떠나보세요. 어디든 마음 가는 곳으로요!

이지상
여행작가. 국외 여행이 어려운 시절에도, 경제적 곤란을 겪으면서도 여행을 버리지 못한 채  중년이 된 여행 중독자로 지금까지 10여 종이 넘는 여행서적을 펴냈다.

삶입니다. 넓은 세상을 마음껏 돌아보고 싶어서 1988년 약 3년 동안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배낭 메고 떠났었지요. 결국, 여행하고 글 쓰고 사진 찍는 것이 일이 되었고, 삶이 되었습니다. 대만입니다. 해외여행에 대한 정보라고는 거의 없던 1988년, 항공료가 가장 싼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인심 좋은 그 나라에 정이 들어 그 후 약 한달 반 정도 더 돌아보고, 그 후 18년 동안 다시 가지 않다가 2년 전 들렀습니다. 최근의 여행지도 대만이네요. 평범하지만 첫사랑 같은 여행지라 늘 가슴이 설렙니다. 어떨 때는 한두 달 전에 결정해서 준비하지만 대개는 갑자기 결정을 내린 후 1, 2주일 만에 혹은 며칠 만에 떠나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여행의 가장 큰 의미가 ‘자유’여서 여행을 준비하고, 기획하기 보다 충동에 의해 결정을 내립니다. 첫째로 노트와 수첩. 여행 중 하루 2시간씩 일기를 쓰고 늘 메모를 합니다. 한두 달 정도의 여행에서는 대학 노트 2, 3권정도, 더 필요하면 현지에서 보충합니다. 두 번째로 볼펜. 수십 자루 갖고 다니며 사용하고, 아이들에게 선물도 하지요. 세 번째로 손톱깎이와 작은 가위. 장기 여행에서 손톱과 코털을 깎으려면 필수입니다. 주로 배낭여행. 그러다 중년 들어서 아내와 함께 여행할 때는 중급 숙소, 호텔 등에서 묵기도 했습니다. 미리 예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지에서 직접 숙소를 찾고, 여행 스케줄도 제 마음대로 짭니다. 자유로운 여행과 우연한 상황, 사건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인도 아그라의 옥상 식당에서 아내가 배낭에서 사과를 꺼내는데, 원숭이 한 마리가 잽싸게 달려들어 채갔지요. 몽둥이를 들고 쫓아가니 원숭이는 도망쳤는데, 잠시 후 원숭이 수십 마리가 담을 넘어 오는 것을 보고 바짝 긴장했지요. 다행히 습격은 안 받았지만, 그 다음부터 먹을 때는 늘 경계를 철저히 했습니다. 우선 인도. 인류 역사의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독특한 곳입니다. 인종과 문명, 종교가 혼합된 터키도 매력적인 여행지이지요. 실크로드 여행도 좋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도 좋습니다. 단, 이 여행은 기차만 타고 달리면 지루하므로 한두 달 정도 시간 내서, 종종 내려서 구경하면 좋습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

Chris Barrett
영국인 포토그래퍼. 서울에서 2년간 거주하다 영국까지 자동차를 이용해 귀환하는 여행길에 올랐다가 차량 고장으로 현재 그루지아에 임시 체류중이다.

나를 발견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끝없는 작업. 하지만 지금은 전보다 성숙했고, 내가 누군지 보다 명쾌하게 알고 있어요. 지금의 내게 여행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는 하나의 모험입니다. 19살에 배낭여행으로 석 달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돌아보며 울창한 정글과 나와는 확연히 다른 문화를 체험했었어요. 지금은 그루지아에 있는데, 아주 강추합니다! 나만 알고 있는 독특하거나 특별한 장소들을 좋아해요. 햇살이 비치는 바닷가, 그렇지만 일반적인 해변보다는 보다 독특하고 신기한 장소들. 여권과 돈, 그리고 손톱깎이 그냥 어떤 한 장소로 들어가서-마치 그 장소에 그냥 뚝 떨어진 것처럼- 지역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즐기는 것을 좋아해요. 물론, 내 언어나 손짓, 발짓이 허락하는 한. 그럴 땐 인터넷이나 가이드북이 도움을 주곤 하죠. 이란. 가기 전만 해도 수만 가지 선입견들로 가득했었는데, 막상 도착해서 그 생각이 얼마나 틀렸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어요. 페르시안 왕가의 역사가 가득 밴 공간, 지금까지 만나본 중 가장 따뜻하고 친절하며 관대한 사람들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곳이죠.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혼란스럽지만 동남아시아가 참 좋았는데, 급하게 이란, 중동,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돌아올 일이 생겼었어요. 지금껏 여행 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북한이예요. 한국인이 아니어서 쉽게 북한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이어도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그 사람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많은 것들을 오픈하는 나라라고 믿어요. Try and Reveal the Independent Person.

왕영호
홍대 앞 여행카페 ‘아쿠아’ 대표. 1998년 온라인 여행 정보 사이트인 아쿠아(www.aq.co.kr)를 오픈해 여행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분야에 매진 중.

세상과 소통시켜주는 창문이자 문입니다. 나를 찾는 자아확립의 과정이며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산책길이고, 잘할 수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일 중 하나이며 수많은 스승과 은인을 만나는 주제죠. 여행을 통해 내 존재 가치를 느낍니다. 초등학교 때 보이스카웃에서 떠난 캠핑이었어요. 당시 저는 사회성 부족한 자발적 왕따 같은 아이였는데 그 캠핑에서만큼은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그것이 이후 제 인생을 결정한 것 같네요. 최근에는 작년 10월에 아내와 함께 취재차 한달간 발리를 돌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곳을 다 좋아합니다. 그 지역만의 매력을 찾아내고 그것을 즐기는 작업에 매력을 느끼죠. 그 여행지들이 원하는 방문자의 기준에 제가 부합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사진기, 노트북, 등산화. 등산화를 챙기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전에는 트래킹을 좋아하지도, 여유 있지도 않았거든요. 지역이나 여행의 목적에 따라 준비하고 떠나는 편입니다. 리조트에서 식도락 즐기는 걸 좋아했고, 그게 제 스타일로 굳어졌던 적도 있었어요. 최근에는 자연 속에서 캠핑하고 트래킹하는 자연주의 여행 사랑에 빠졌습니다. 작년에 태국음식 책자 취재를 위해 한 달 간 태국을 돌았습니다. 태국음식 마니아인 저에게 하루 세끼 태국음식을 먹는 일정은 환상적이었어요. 몰디브에서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얕은 바다 위에 객실을 짓고 다리로 연결해 놓은 리조트에서 손님에게 자전거를 빌려줬는데, 아내가 자전거를 타다가 그만 2미터 높이의 다리 아래로 떨어졌어요.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고, 이제는 술맛 돋우는 안주거리가 되었네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사람, 문화가 그에 잘 어우러지는 곳을 추천합니다. 음식까지 맛있다면 금상첨화! 단기 여행지로는 태국 전역과 발리, 롬복, 코타키나발루, 랑카위 등입니다. 시간이 있다면 호주나 미국의 국립공원은 어떨까요. 한국에서는 감동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전라도도 강추합니다. 여행을 위해 태어난 뚜르드몽드의 13주년을 축하합니다. 경기는 어려워도 우리 모두 행잉 터프!

박정옥
KBS ‘세상은 넓다’ PD. ‘세계는 지금’, ‘즐거운 세계여행’, ‘세계의 문화도시’ 등 20여년 간 해외 취재 다큐멘터리들을 만들어왔다.

밥!? 여행 프로그램 덕에 밥 먹고 살 수 있고(ㅎㅎ) 밥처럼 주기적으로 필요합니다. 일본 도쿄(1982년 여름) / 스위스 (2008년 12월) 특별한 기준은… 없네요. 운명처럼? 만나지던데요! 1.책 2.가족사진 3.PD수첩(취재 때문에 생긴 습관이 휴가에도 계속되더라고요.) 없어요. 그 때 그 때 달라요. 북위 70도 이북의 북극권을 취재하다가 사고로 다리를 다친 적이 있었어요. 순록이 끄는 마차에 실려 후송되면서 본 밤하늘과 그 순간 되돌아본 내 인생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리스, 특히 크레타. 그런데 이탈리아를 미리 보시면 더 좋겠네요. 그래야 로마인들이 그리스에서 느꼈을 열등감을 이해하실 테니까! 여행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연애’라고 말하겠어요. 행여 달콤한 연애만 해보셨다면 ‘실연’의 맛도 포함해서요!

오영욱
건축가이자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저자.
본명보다는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낯섦에 대한 동경’이었다가 ‘좋은 건축과 감동적인 공간을 찾는 답사’가 되었다가 ‘역마살을 못 이기고 무작정 떠나는 존재의 이유’였다가 지금은 그냥 ‘심심할 때 하는 취미생활’이 된 것 같습니다. 스무 살 때, 가족들과 함께 호주로 패키지여행을 떠났다가 혼자 남아 동남부를 돌아다녔습니다. 최근에는 베트남 호치민에 다녀왔습니다. 설 연휴에 짬이 날 것 같아서 출발 이틀 전에 ‘따뜻한 나라로 가는 아무 비행기’의 티켓을 끊고 쉬다 왔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 건물이 있으면 갑니다. 요즘은 그냥 문득 떠오르는 곳이나, 비행기 표가 싸게 나온 곳으로 정합니다. 스케치북, 똑딱이 카메라, 읽을 책 무계획 여행. 정하지 않고 떠납니다. 요즘에는 쉬는 여행을 선호하죠. 페루에 두 달간 있었는데 마추픽추를 비롯한 잉카의 유적들도 좋았지만 서남부 해안의 사막 지대도 좋았습니다. 해발 2,700미터쯤 되는 거대한 모래산에서의 샌드보딩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보딩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그보다는 그 짧은 시간을 타기 위해 입에 거품을 물며 모래산을 올랐던 기억이 더 오래 남네요.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의 역사가 깊은 작은 도시들. 보물찾기하는 느낌입니다. 여차하면 행방불명.

이형준
프리랜서 사진가이자 여행작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문화와 풍물, 자연 등을 사진으로 찍고 글로 정리하느라 일 년 중 절반은 외국에서 보내다시피 한다.

내 삶의 원천이자 운명이다. 타고난 방랑끼로 인하여 중학교시절부터 사진기를 둘러메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1988년 여행자유화가 되면서 무대는 지구촌으로 확대되었고, 여행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로 중독자가 되었다. 1984년 처음으로 2주 동안 일본 도쿄와 가마쿠라 등을 여행했고, 최근에는 오로라를 보기 위하여 캐나다 옐로나이프와 우즈베키스탄 부하라로 갔었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국가와 지역을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 두었다가 1년 단위로 여행기획을 잡아 떠난다. 물론 예정에 없던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카메라와 여권, 그리고 돈 자유로움을 선호하는 만큼 혼자 떠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과 연관이 없는 경우라면 아내와 딸을 동반하기도 한다. 처음 여행을 시작하고 5년 정도는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을 둘러보았고, 이후에는 철저하게 테마와 목적을 정하고 준비해 떠난다. 개인적으로 동화와 영화, 소설, 문학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열기구를 타고 둘러보았던 탄자니아와 케냐 국립공원, 30곳에 달하는 동화의 무대들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마이애미비치 호텔에서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하루 종일 촬영으로 깊은 잠에 빠졌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웬 수영복차림의 아가씨가 옆에 누워 있는 것이다. 너무 놀라 그녀를 깨웠더니 나를 보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옆방에 있던 친구까지 달려왔다. 호텔 자동문이 잠기지 않은 상태에서 잠 든 사이 술에 취한 아가씨가 자신의 방으로 착각했던 것. 가난하지만 언제나 순수하고 밝은 미소로 이방인을 반기는 미얀마와 자연과 동물, 인간이 공존하는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지역. 여행은 추억을 만드는 공장이다. 행동하는 순간 새로운 추억이 생산되기 때문에.

윤린
만화가. 안 입는 옷, 신발은 무조건 받는 가난주의자지만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열혈 아르바이트 청년.

말라버린 감성을 촉촉한 판타지로 채워주는 우리 인생 최고의 로망. 푸르른 초원과 대자연이 숨 쉬는 정말 자연밖에 없는 몽골. 바람을 느끼는 법, 초원 위로 쏟아지는 별 읽는 법 같은 초 환상적인 일들을 겪었던 마력의 여행. 최근에는 2007년 아르헨티나에 다녀왔어요.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한 곳의 지명이 딱 떠오릅니다. 이를테면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어! 몽골!’, 명동 한복판을 걷다가 ‘아! 아르헨티나!’ 이렇게요. 당장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떠오르는 이미지를 따라 차곡차곡 계획을 세우게 되는 것 같아요. 지도, 동생이 쓰다 버린 거지만 두건에 이불에 돗자리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는 보라색 스카프, 그리고 일기장(주변의 소소한 일들과 사건의 배경 등을 그리며 매일을 기록합니다). 사실 패키지나 테마 여행, 유럽 여행 이런 거 하고 싶지만 가난주의자로서 절대 무리. 게다가 너무 게을러요. 그냥 배낭 메고 길거리를 어슬렁대며 사람들 구경하고 자고플 때 자고 먹고플 때 먹는 ‘닐니리 맘보’ 한량여행자. 볼리비아의 산타크루즈에서 미용실에 갔다가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드릴러’에 나오는 머리가 되어 산타크루즈시티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준 사건. 칠레의 발파라이소. 언덕 위에 특이한 모양의 집들과 건축물 사이로 펼쳐지는 태평양 해안의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안개 속에서 유령이라도 튀어 나올 듯한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집시들에게 둘러싸여 꽃잎 세례도 받을 수 있는 묘한 매력의 도시죠. 여름의 찬란한 환대를 받으며 행하는 그 길 위에선 언제나 스마일

이지나
전직 라디오 작가. 여행 중 인상적인 장면과 마주하면 망설임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단상을 메모지에 옮겨 기록하기를 즐기는 그녀는 최근 '샌프란시스코'라는 매력적인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을 발간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걸 깨닫고 난 후 여행은 늘 배움과 동경의 대상. 특히 도시 여행을 선호하는 나는 여행을 통해 세상을 알고, 느끼고, 삶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첫 여행지는 가족과 함께 했던 제주도. 최근에는 지난 해 가을, 엄마와 언니, 나 여자 셋이서 2주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다. 나이가 들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휴식을 위한 여행보다는 이미 가봤던 곳이라도 탐험이 가능한 도시여행이 좋다. 1년 내내 내 손에서 떠나지 않는 다이어리, 그곳이 배경으로 씌인 책 한 권, 그리고 여행의 순간을 특별하게 담아둘 콘탁스 T3. 혼자 계획하고 떠나는 스타일! 항공부터 호텔까지 스스로 결정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베컴을 만난 것! 대학시절 떠난 유럽여행에선 축구에 전혀 관심 없던 친구와 런던에서 맨체스터로 떠났을 만큼. 그렇게 좋아했던 베컴을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에서 만나고 말았다. 싸인도 받고 잠깐 동안 눈도 마주치고! 그가 품어내는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다. 심지어 함께 온 비서까지도 멋졌다.  매일 다른 도시에서 온 스트리트 카를 탈 수 있고, 케이블카와 자동차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연과 도시가 적당히 어우러진 이곳은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한 박자 천천히 흘러간다. 사람과 도시에 지친 사람이 들른다면 다시 한 번 에너지 충전하고 돌아갈 수 있다. 여러 번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것. 행복하다고 순간순간 깨달음을 주는 것. 바로 여행!

강한나
프리랜서 방송인 겸 여행작가. 공중파, 케이블, 라디오를 섭렵하며 다양한 방송 생활을 경험하다 일본으로 홀홀히 떠난 그녀. ‘글로벌 웨더자키’라는 타이틀로 일본에서 날씨 방송을 진행중이다.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살다보니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만나는데 시간을 보낸다. 때문에 여행은 나에게 철저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원하는 대로 몇 날 며칠을 여행하다 보면 진정한 나와 만날 수 있다. 내 본격적인 여행의 첫 장소는 싱가포르. 21살 때 대학친구들과 떠난 싱가포르에서 7박8일을 머물며 구석구석 꼼꼼히 둘러보는 여행의 재미를 톡톡히 느꼈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은 도쿄. 웬만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2~3개월에 한 번씩 도쿄에 가려한다. 익숙함. 한때 낯설고 어색한 여행지를 좋아했던 적도 있다. 여행을 좋아하던 초년생 땐 다양하게 그저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행복했던 지난 추억을 다시 만나러 가는 경우가 많다. 얇은 수첩 3권. 한 권은 여행 일정이 빼곡하게 적힌 것이고, 또 한 권은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적기 위해, 마지막 한 권은 여행의 단상들을 끼적거리기 위해 준비한다. 조그만 가방에 쏙 들어갈 똑딱이 카메라와 외로움을 달래줄 음악도 필수. 지금까지의 모든 여행에서 나만의 스타일로 루트를 짜고 숙박을 해결하는 자유여행을 해왔다. 일본 구라시키 미관지구. 히로시마 여행을 갔을 때 구라시키란 지역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여행지가 아닌데다 사전정보도 거의 없어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귀여운 토끼인형을 손으로 만들어 팔던 작은 인형가게와 버드나무가 길게 늘어진 운하, 골목길 담장 너머로 보이던 어느 화가의 작업실, 세계적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총집합한 오오하라 미술관까지 그야말로 시간이 그대로 멈춘 곳 같았다.  무공해 나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북유럽의 대표적인 도시여서 볼거리가 많다. 여기 당신 앞에 서 있는 저를 바라봐주세요.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머나먼 여행 끝에 당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수많은 방황 끝에서도 내 여행의 종착지는 당신입니다.

조은정
여행작가. 평범한 직장인에서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여행’에 이어 ‘휴가 안 내고 떠나는 세계여행 BEST 15’를 출간하며 활발한 활동 중이다.

제 인생입니다. 여행을 할 때마다 인생의 축소판이란 걸 늘 느끼곤 해요. 성격, 단점, 위기대처능력, 가치관 등이 모두 드러나요. 그러면서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죠. 첫 여행지는 홍콩, 최근의 여행지는 2009년 3월의 피지. 도시와 도시가 아닌 곳을 번갈아 갑니다. 노트북과 수첩, 명함. 노트북과 수첩은 여행의 기록을 위해, 그리고 명함은 현지에서 사귀는 친구들을 위해. 언제나 나만의 테마를 만들어 떠나는 FIT 여행 최근 홍콩에서의 일이었어요. 유명한 바와 레스토랑 몇 개를 운영하는 경영자가 은밀한 유혹(?)을 하면서 작업용 와인을 선물했는데 제가 거절하니 슬그머니 그 와인을 다시 뺏어가더군요. 정말 유치하고 웃겼습니다! 전 세계를 축소해놓은 듯한 거대함을 느끼고 싶다면 뉴욕, 세상에 동화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 그대로의 바다를 보고 싶다면 피지, 잊히지 않을 허니문을 꿈꾼다면 그리스의 섬들, 남들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추천합니다. 여행을 떠나보세요!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