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lin Wall 1961-1989 and 2009
20년 전, ‘우리의 소원’을 이룬 땅

독일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 베를린. 독일 현대사의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가는 곳마다 분단의 기억을 안겨주며 과거의 모습을 내보인다. 그들에게는 아픈 상처일 테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 어두운 과거까지도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아침 일찍 뮌헨 역을 출발한 지 4시간여, 기차 안 스피커에서는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독일의 수도 베를린. 2006년 새롭게 문을 연 중앙역은 이전과 달리 웅장하고 현대적인 멋스러움을 뽐내고 있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우리와 같은 분단을 겪었다는 동질감과 동시에 이제는 분단의 아픔이 역사가 되어버린 부러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동서를 가로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올해로 20년. 스스로 자국의 범죄를 반성하며 어두운 과거를 솔직하게 내보이는 베를린에서 독일의 과거를, 그리고 우리의 현재를 만났다.

  1961년 8월 13일 아침, 잠에서 깬 옛 서독 사람들은 경악했다. 어제까지 자유롭게 오가던 동독으로 가는 모든 도로가 밤사이에 차단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가족들이 흩어지고 친구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순간이다. 최초의 베를린 장벽은 45킬로미터 길이의 철조망이 전부였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콘크리트와 벽돌로 된 2미터 높이의 장벽으로 대체됐으며 나중에는 총 155킬로미터 길이에 고압선과 방어진지까지 구축되어, 1989년 11월 16일 붕괴되기 전까지, 28년간 그렇게 동서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도 20년이 흘렀다. 이제는 역사가 되어 베를린 도심 곳곳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인데, 그중 가장 유명한 구간은 슈프레 강 동쪽에 서 있는 이스트사이드갤러리(East Side Gallery)다. 삼엄했을 과거 장벽의 모습과 달리 1.3킬로미터에 걸친 콘크리트벽에는 세계에서 모여든 미술가들이 벽화를 그려넣어, 마치 야외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이곳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당시 환호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장벽을 넘어가는 이와 이를 잡는 경찰의 모습 등 베를린 장벽에 얽힌 추억(?)을 엿볼 수 있는 그림부터 그래피티 작가들의 작품, 여행객들의 낙서가 벽을 메우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인기 있는 것은, 유명한 ‘키스’그림. 브레즈네프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에릭 호네카 동독 수상이 나누는 키스를 풍자해 놓은 것으로, 그림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우리도 훗날 ‘통일 대한민국’이 되어 휴전선 철책을 전 세계인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이게 될까? 이스트사이드갤러리 바로 뒤, 슈프레 강 위로 관광객을 태운 채 유유히 흐르는 유람선을 바라보며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기도해본다.

“Tear Down This Wall”

  베를린 장벽을 둘러본 후 베를린 중심가인 프리드리히 거리(Friedrich Strasse)에 있는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로 향한다. 이곳은 분단시절 체크포인트 알파(Alpha), 브라보(Bravo)에 이어 베를린 장벽의 세 번째 검문소였던 곳으로 지금은 장벽이 모두 무너진 채 미군의 초소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의 냉랭했던 현장을 보여주고자 소련군과 미군의 복장을 한 헌병이 무장한 채 서 있지만, 관광객과 함께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다시금 평화로운 독일의 현재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검문소 바로 옆에는 각종 사진과 소장품 등을 통해 고통받았던 동독인들의 실상과 베를린 장벽의 비극을 전시한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Museum Haus am Checkpoint Charlie)이 있다. 이곳의 대부분 전시품은 탈출에 사용한 각종 도구와 방법에 관한 것이다. 자동차 엔진 밑에 숨어서 탈출을 시도하고 보트나 열기구를 이용했으며, 연결한 두 개의 가방 속에 몸을 숨겼다. 어떤 이들은 동독과 서독의 경계선에 세워진 건물에 올라가 서독 쪽 창문을 향해 무작정 뛰어내리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자유를 향해, 또 그리운 가족을 만나기 위해 탈출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기발한 탈출 방법에 감탄하지만, 이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유를 찾고자 했던 그들의 필사적인 모습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북한 주민들의 탈북 소식과 오버랩되면서 숙연케 한다. 굳건하게 서 있는 베를린 장벽과 장벽이 무너지던 당시 모습, 지금은 세련되고 현대적인 거리지만 과거에는 황량하고 버려진 벌판이었던 포츠담 거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도 볼 수 있다.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이 분단 시절의 아픔을 보여준다면 DDR 박물관(DDR Museum)은 당시 동독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베를린 돔 바로 옆, 슈프레 강변에 위치한 DDR 박물관은 옛 동독인들에게는 향수를, 서독인들에게는 궁금했던 동독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곳에 들른 옛 서독 사람들은 한결같이 “동독도 사람 사는 곳이었구나!”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반공교육이 사라진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우리 땅의 북쪽에는 얼굴까지 온통 시뻘건 공산당만 살고 있는 줄 알았던 기자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박물관은 주거, 패션, 문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교육, 교통 등 16가지 테마로 나누어 각 테마에 맞는 물품과 자료를 서랍형 진열장에 차곡차곡 전시하고 있다.

분단 독일의 모습을 만나다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뉘우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그래야 함에도 몹쓸 자존심이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다. 개인과 개인 간의 작은 문제에서도 그런데, 한 국가가 전 세계인 앞에서 선조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로 인해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독일이라는 나라가 새삼 위대해 보인 건 베를린의 중심인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 유대인 추모비(Holocaust Mahnmal)에 도착해서였다. 약 2만 제곱미터의 넓은 공간에 석주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 이곳은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럽 전역의 6백만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독일인 스스로 자국의 잘못을 가슴 깊이 새기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2003년부터 건립하기 시작해 2005년에 일반인에게 개방했는데, 모르고 보면 그저 돌조각이 즐비한 의미 없는 공간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두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공간을 두고 가로, 세로줄을 맞춰 빼곡히 들어선 콘크리트 조각 사이를 거닐다 보면 무언가에 압도당한 듯한 기분과 동시에 엄숙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곳에 서 있는 석주는 총 2,711개인데, 예상과 달리 그 숫자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베를린은 올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통일 이후 많은 경제와 사회 문제를 겪어 온 그들이 안정을 되찾고 과거 청산을 통해 미래의 발전을 꾀하는 모습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부러움을 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스트사이드갤러리에 적혀 있던, ‘부럽습니다. 우리나라도 빨리 통일이 되길….’이라는 어느 한국 여행객의 글귀가 지금까지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사죄의 마음을 담아

General
시차 한국시각보다 8시간이 늦다.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실시하는  독일 서머타임 기간에는 7시간이 늦다.
언어 공식어는 독일어이지만 대부분의 시민이 영어를 구사한다.
화폐 독일 화폐는 유로(EURO, EUR)이며 2009년 3월 현재 1유로는 약 1,910원이다.
전압 전압은 대개 220~230V이며 주파수는 50Hz로, 민감한 제품이 아니라면 한국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전화 독일 국가번호는 49, 베를린 지역번호는 030

Transportation
10개 노선의 전철(S-Bahn)과 9개 노선의 지하철(U-Bahn), 트램, 버스 등의 다양한 대중교통이 촘촘히 연결하고 있어 편리하다. 시내 교통수단은 한 개의 티켓으로 이용 가능하며 1회 권, 1일 권, 1주일 권 등의 종류가 있다. 거리에 따라 A, B, C존으로 나뉘는데, 베를린 시내는 AB존 티켓 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