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에 나타난 누드의 여인(?) 

작년 5월 직원들과 떠난 푸켓 여행에서의 일이다. 남자만 4명인지라 푸켓에 도착한 우리는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술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새로 지은 호텔은 깔끔하고 시설도 좋았을 뿐더러 건물이 ‘ㄷ’자 형태로 되어 있어 가운데 자리한 시원한 풀장의 모습이 내려다보였다. 내일부터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지나가는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 기대감에 잔뜩 부푼 채 술자리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직원들이 나가자고 방으로 찾아왔지만 술이 깨지 않아 조금만 더 쉬다 나가자며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누워 있었다. 그러자 내 방으로 들어온 직원들은 베란다로 나가 풀장을 보더니 들으라는 듯 “와~ 저 여자 진짜 예쁘다.”라며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꼼짝하지 않자, 다른 직원이 “와! 저 여자 벗고 수영한다!”라고 소리치는 게 아닌가? 난 그 순간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뛰어갔다. 혹시 못 볼까봐 전력질주로!(^^) 그런데 베란다로 가다가 ‘꽝!!’. ‘이게 뭐지?’ 순간 머리가 핑 돌면서 너무 아팠다. 베란다 샷시 유리가 너무 깨끗하게 닦여있어, 닫혀 있는 줄도 모르고 그대로 달려가 유리에 부딪혀 쓰러진 것이다. 얼마나 세게 부딪혔던지 샷시 위아래가 휘어지고 큰 소리에 놀라 옆방에서까지 달려왔다. 잠시후 내 입과 코에선 피가 흐르고 직원들은 그런 나를 보며 (차마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새빨개진 얼굴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드로 수영을 한다는 거짓말에 뛰어오다 유리에 부딪혀 쓰러진 사장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겠는가! 이후 푸켓에서의 일정 내내 나는 이마와 코, 입이 퉁퉁 부은 상태였고, 그 상태로 사진을 찍으며 놀아야 했다. 다행히 유리가 강화유리였기에 안 깨졌고, 덕분에 큰 사고가 없었던 걸 생각하면 창피하면서도 아찔한 기억이다.  김종민  대전시 서구 둔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