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 Photo Essay
삶을 싣고 달린다

매콤한 배기가스, 여기저기서 굉음을 내며 각자의 길을 달리는 오토바이와 자전거의 행렬.
그 엄청나고도 기이한 장관에 낯선 여행지에 대한 얼얼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용기가 필요했다. 줄지어 달려오는 오토바이 사이를 비집고 길을 건너기 위해선.
그러나 크게 숨을 들이쉬고 조금은 무모하게 발을 내딛자 그들은 자연스레 속도를 줄이고 잔뜩 긴장한 이방인을 피해 제 갈 길을 달려간다. 거리의 법칙이다.

거리의 법칙에 익숙해지자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에는 운전자의 직업을 보여주고, 오토바이에 탄 이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베트남 사람들의 삶의 단면이 있었다.

두 명은 기본이요, 세 명은 애교다. 많게는 다섯 명까지 온 가족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
여학생은 뒷좌석에 앉아 머리손질에 한창이고, 오토바이에 한가득 짐을 실은 아저씨는 아슬아슬 거리를 달린다.
그러다 느닷없이 비라도 내리면, 잠시 멈춰 서서 보관함에 넣어둔 우비를 꺼내 입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

여기는 베트남 호치민.
사라져버린 시클로 대신 오토바이가 거리를 점령한,
오토바이가 뒤엉켜 거대한 물결을 이루는 오토바이의 천국이다.
무질서 속 절묘한 질서가
이방인의 심장을 뛰게 하는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