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이 괴로워

23살이던 작년,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꼭 한번 외국에 나갔다 오겠다는 일념으로 나는 한 살 많은 언니와 해외여행을 떠났다. 짧은 영어실력을 ‘무대뽀’정신으로 무장한 채 떠난 3박 4일의 홍콩 여행. 떠나기 전에는 마음이 불안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별 탈 없이 여행을 했고 마지막 날, 도심에서 미리 체크인을 하려고 도심 공항 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티켓과 여권을 주고 기다리는 우리에게 데스크 직원은 보딩패스를 줄 생각을 하지 않고 5분이 넘도록 계속 여권만 들여다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한참 여권을 들여다보던 직원이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 도대체 뭐라고 하는건지…. 한참을 귀를 열어젖히고 듣다 보니 우리의 일행을 묻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둘이라고 대답했지만 직원은 계속 “너희 둘이서 왔느냐, 다시 인천으로 가는 거냐”라고 되묻고 우리가 그렇다고 하자 또 뭐라고 ‘블라블라’.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점점 불안해졌고 심장이 콩닥콩닥 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 직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한국인에게 연결을 해 준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한국어에 반가움도 잠시, 이 사람도 엉뚱한 질문을 한다. “부모님은요?”. ‘엥? 이건 뭐지? 왜 갑자기 부모님을 찾아?’라는 생각을 하며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다고 했더니 데스크 직원이 12, 13살의 어린아이 둘이서 보호자도 없이 한국에 가려고 해서 자신에게 전화를 했다나? 너무 황당해서 “우린 23, 24살이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전화기를 다시 데스크 직원에게 넘겨줬다.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챈 직원은 자기가 여권을 잘못 봤는데 너희가 너무 어려보여서 다시 확인할 생각을 못했다며 한참 웃더니 보딩패스를 끊어 주었다.
평소에도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면 중고등학생으로 봐서 반말을 듣기 일쑤인 우리 자매지만 그렇다고 초등학생으로 본 건 너무 한 거 아닌가? 나름대로 꾸미고 있었던 언니는 완전히 좌절모드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했더니 웃으면서 다들 한마디씩 한다. “그러게 진작 영어공부 좀 하지”. 그렇게 영어공부의 절실함과 동안의 괴로움을 느끼게 해준 작은 에피소드를 남기고 끝난 우리의 첫 해외여행.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김현경  서울시 도봉구 쌍문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