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 기다린 바비큐 파티의 실체

뉴질랜드에 이민을 가신 이모 덕분에 우리 부부는 뉴질랜드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해외여행은 처음인지라 잔뜩 부풀어 오른 기대만큼 낯선 사람, 낯선 나라에 대한 두려움도 컸지만 10년 만에 만난 이모의 안내로 퀸스타운에서는 번지점프를, 폭스 빙하지역에서는 빙벽등반을, 밀포드 사운드에서는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신혼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 와중에 웃지 못할 황당한 사건이 크루즈 여행에서 터져버렸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 크루즈 여행을 하기로 했고 영어가 서툰 우리 부부를 대신해 이모가 여행사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여행 계약을 끝낸 이모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너희 너무 좋겠다. 크루즈 도중에 배 위에서 특별 이벤트로 바비큐 파티를 한다네. 부럽다." 배가 부르면 바비큐 파티에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아침식사를 간단히 때우고 선착장으로 데려다 줄 순환버스를 탔다. 그런데, 선착장에 도착하기 30분즘 전, 버스 기사는 갑자기 승객들을 내리게 하더니 버스에서 그릴을 꺼내 길쭉한 소시지를 구워 샐러드와 함께 빙 둘러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어 배가 고팠지만 곧 있을 선상파티를 위해 먹고 싶은 유혹을 꾹 참았다.
그렇게 한껏 기대에 부풀어 배를 탔는데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파티를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기가 질 정도로 기운이 없어질 무려 배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꼬르륵' 소리를 참지 못해 배 위의 승무원에게 말을 건넸다. 생각나는 영어 단어를 주섬주섬 엮어 어눌한 발음으로 바비큐 파티는 언제 하는지 물었지만 승무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What?"하며 되물을 뿐이었다. '발음이 틀렸나?' 라고 생각하며 "바비큐 파티"라고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하자 승무원이 뭐라고 한참 설명을 했지만, 그의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국 애석하게도 크루즈 여행이 끝날 때까지 파티는 열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배에서 내리자 우리를 데려다 주었던 버스가 다시 우리를 태우고 돌아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를 타려고 발걸음을 옮긴 순간, 버스 옆면에 적힌 영어 단어에 시선이 꽂혔다. 'BBQ PART BUS' 그랬다. 바비큐 파티, 즉 버스기사가 구워준 소시지 간식이 바로 내가 그렇게도 기다렸던 선상파티였던 것이다!! 현지에서 10년을 살아온 이모마저도 혼동을 하셨던 것. 온종일 굶으면서 기다렸던 ㅏ비큐 파티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