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Adventure
가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왜 머나먼 오지로 떠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 비싼 돈을 주고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것이다. 다녀온 사람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오지 여행’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명품’이다. 명품의 특징 세 가지는 ‘아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고 가격이 비싸며 오래간다는 것이다. 이 특징은 오지 여행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다. 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 중에서 ‘남극 다녀왔어’나 ‘에베레스트 산에 오른 적이 있지’라는 말을 듣고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아직 사람 손이 별로 닿지 않은 오지이니 다른 여행지에 비해 가격도 훨씬 비싸다. 그리고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이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이는 오지를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기자가 직접 체험한 후 말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파리의 나라, 케냐
최근 꽤 유명해졌지만 아직 ‘케냐’에 ?표를 붙여 발음할 독자를 위해 간단히 말하자면, ‘사파리의 나라’다. 사파리를 빼고는 도저히 케냐에 대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놀이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호랑이와 곰, 사자를 풀어놓은 우리를 지나가는 것을 연상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자. ‘급(끕이라고 발음해야 느낌이 살아난다)이 다르다’
케냐에는 TV시리즈 ‘동물의 왕국’의 주요 촬영지였던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다. 세렝게티는 마사이어로 ‘끝없는 평원’이라는 의미. 이곳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초식동물과 가끔 나타나 어슬렁거리는 사자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내다보기 좋게 개조한 차량을 타고 돌아보는데, 동물원처럼 들어가자마자 사자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워낙 방대한 초원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동물들과 풍경을 볼 수 있는지는 운과 사파리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의 능력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보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 서식하는 동물만 수백여 종, 수천만 마리니까.
세렝게티 국립공원 북쪽에 인접한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서도 엄청난 장관을 볼 수 있다.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약 100만 마리의 거대한 누(들소의 일종) 떼가 마라강을 건너는 죽음의 질주를 펼치기 때문이다. 장관을 이루는 이 질주는 사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 물과 새로운 풀을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 떼가 이동하는 거리만 1천 6백 킬로미터이며, 마라 강의 세찬 물살과 강에서 서식하는 하마 그리고 악어의 위협을 물리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인간이나 짐승이나 먹고 살기 참 갑갑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케냐에는 세계 최대의 플라멩고(홍학) 서식지 나쿠루 호수가 있다. ‘지구상 가장 위대한 조류의 천국’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 호수는 세계 최대의 플라멩고 서식지로 유명한데, 약 200만 마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신의 숨결이 깃든 그 곳, 쿰부 히말라야 
‘네팔의 쿰부 히말라야 지역’이라고 말하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여섯 살 먹은 기자의 조카도 ‘에베레스트 산’은 잘 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무수한 산악인이 도전하는 목표지점 아닌가. 에베레스트는 지금부터 오십여 년 전에서야 겨우 정복된 해발 8,850미터의 최고봉인 것을. 함부로 오르는 사람을 허락하지 않는 오만한 산이지만, 공기가 깨끗해 탁 트인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만년설의 풍경 만으로 온갖 시름이 잊힌다고 한다.
당장 히말라야 지역으로 떠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이 지역의 트레킹을 권한다. 에베레스트 뿐 아니라 마나슬루, 로체, 촐라체, 아마다 블람 등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고봉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킹에 드는 시간은 최소 일주일 정도. 코스는 다양하지만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해발 5,550미터의 칼라파타르까지 가는 것이다. 출발은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만년설 위로 30분을 지나, 루크라에서 시작한다. 기간은 12~15일 정도가 소요되며 위험한 구간은 없지만 해발 5천 미터가 넘는 곳에 도달하므로 고산증을 조심해야 한다. 고산증이 심하게 찾아오면 무조건 고도가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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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EBC / 칼라파타르 트레킹 추천일정]
1일 루크라(2,700m) - 팍딩(2,610m) (3시간 소요)
2일 팍딩 - 남체바잘(3,440m) (6시간 소요)
3일 고소 적응을 위한 휴식
4일 남체바잘 - 텡보체(3,860m) (6시간 소요)
5일 텡보체 - 딩보체(4,410m) (7시간 소요)
6일 고소 적응을 위한 휴식
7일 딩보체 - 투클라(4,620m) (3시간 소요)
8일 투클라 - 로브제(4,930m)　(4시간 소요)　
9일 로브제 - EBC(5,364m) - 고락셉(5,200m) (6시간 소요)
10일 고락셉 - 칼라파타르(5,550m) - 로브제 (5시간 소요)
11일 로브제 - 텡보체(3,860m) (7시간 소요)
12일 텡보체 - 남체바잘 (5시간 소요)
13일 남체바잘 - 루크라 (7시간 소요)

말레이시아 맹그로브, 원시림을 돌아보자
우리에게는 리조트로 유명한 말레이시아는, 사실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원시림을 품고 있는 곳이다. 범람원과 ‘아마존에 이은 제2의 허파’ 보르네오도 꼭 방문해볼만 하지만, 뚜르 독자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곳은 맹그로브 원시림이다.
맹그로브(Mangrove)는 아열대나 열대의 해변, 하구의 습지 등에 발달하는 나무와 그 나무가 이룬 숲을 지칭한다. 이 나무는 바닷물을 먹고 살며 가지 끝의 새끼 나무가 바닷물에 박혀 번식하는 특이한 수종인데, 드러난 뿌리가 복잡하게 얽혀 형성된 괴상하고 독특한 모습이다. 이 맹그로브는 바닷물을 정화해줄 뿐 아니라 숯으로 만들어 수출하기 때문에 짭짤한 돈벌이 수단도 된다. 이 맹그로브 원시림을 만날 수 있는 랑카위 지방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서는 뱀과 도마뱀, 수달, 원숭이 등 수많은 습지 동물과 수십여 종에 달하는 철새들을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다. 눈을 크게 뜬다면 곤충이나 나비 등도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분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위장하고 있어 쉽게 찾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외에도 랑카위에서는 여느 바닷가의 갈매기마냥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붉은 갈색 독수리에게 닭고기를 줄 수 있으며, 박쥐로 빽빽하게 뒤덮인 박쥐 동굴을 둘러보는 등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힘든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극지방, 극적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을 ‘극(劇)적인 순간’이라고 부른다. 극(極)지방에서는 이런 극적인 순간을 맛볼 수 있는데, 까딱하면 끝도 보이지 않는 크레바스 깊숙이 떨어지거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남극을 방문하는 것은 인류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유일한 대륙으로 가장 원시적이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조류와 해양 동물이 새끼를 낳고 키우는 군락지, 귀여운 바다표범, 고래, 수만 년 동안 추위와 바람이 형성한 독특한 지형도 놓치기 아까운 장관이다.
남극을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대륙을 통해 가는 것과 크루즈를 타는 것이다. 남극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98퍼센트는 크루즈를 타고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를 출발해 쇄빙선을 타고 드레이크 해협을 지난다. 이동시간이 비교적 짧으며 큰 준비 없이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륙을 거치는 경우 좀 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거나 스키를 타는 것, 직접 걸어가는 방법 등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남위 89도에서 출발해 남극점까지 마지막 위도 1도를 스키로 이동하는 것. 이는 약 2주에서 4주 정도가 소요되며 비용은 4만 달러 정도가 든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극의 최고봉 빈슨 산을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남극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하지 않지만, 정부에 남극 방문 허가 신청을 해야한다. 크루즈를 탑승하는 경우 11월부터 3월까지, 대륙을 통하는 경우 12월에서 1월까지만 여행이 가능하니 미리 준비해두자.
올 여름 휴가로 꼭 극지방을 가고픈 사람이라면 북극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흔히 북극을 의미하는 북극권에는 캐나다와 러시아, 미국 알래스카의 북쪽지역과 노르웨이 북쪽해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극지방임에도 불구하고 남극보다 따뜻한 편인데, 북극해 온난 해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한때 모 콜라 광고의 모델로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던 귀여운 북극곰과 북극여우, 철새, 순록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남극과 달리 에스키모라고 불리는 이누이트 족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북극점을 방문할 경우, 모스크바에서 출발한다. 쇄빙선을 타고 얼음을 부수며 북극해를 전진하거나 헬리콥터로 북극점에 도착해 2~4시간 정도 머물다가 돌아오는 두 가지가 가장 보편적인 여행 방법. 북극점을 밟은 후에는 다녀왔다는 증명서도 받을 수 있다.
10여 마리의 시베리안 허스키가 끄는 썰매를 타고 새하얀 설원을 달리며 이누이트 족의 삶을 체험하는 개썰매와 공기 속에서 빛으로 된 커다란 커튼이 흩날리는 것 같은 오로라를 감상하는 것도 북극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묘미이니, 놓치기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