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Relax
지금, 당신에게 무한 게으름을 허락한다

참으로 오래 기다린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반복되는 업무, 쌓여가는 빨래더미, 방안 구석부터 차곡차곡 쌓여가던 먼지로부터 눈 돌리고 싶었던 일상에서의 탈출을 감행할 바로 그 시점이다. 비취빛 바다와 은빛 모래사장, 가감 없이 내리쬐는 태양, 기분 좋은 미풍, 가볍게 흔들리는 해먹 위에서의 낮잠. 꿈꾸던 휴가의 모든 이미지를 내 손에 잡을 수 있는 세계 곳곳의 리조트 정보가 여기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부러워하게 마련이다. 남의 손에 들린 떡이 커 보이는 것도 비슷한 원리다. 남들보다 비교적 자주 다른 나라 땅을 밟고, 다른 공기를 흡입하는 터라 가끔 동경의 시선을 받곤 하지만, 기자가 동경하는 이는 따로 있다. 일 년에 단 한번 떠나는 여행길 끝에 풀 빌라 리조트가 있는 자. 킹 사이즈의 드넓은 베드나 욕조를 장식한 장미 꽃잎 때문이 아니다(꽃 이파리가 뜬 욕조를 가까이에서 보면 종종 벌레가 꼬여 있곤 한다). 오로지 나를 위해 완벽하게 풀 세팅된 객실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누가 나를 탓할 것인가. 전화만 하면 스태프는 언제든 내가 필요한 무언가를 들고 달려와 품에 안겨줄 테고, 식사시간엔 캔들 라이트까지 밝혀진 만찬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휴가 내내 무한정 게으름을 피우고픈, 오로지 휴식 그대로의 휴식만을 원하는 기자와 같은 유형의 인류를 위해 준비했다.
이젠 눈 감고도 지도를 그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동남아 일대는 제외시켰다. 덜 낭만적인 호텔 역시 예외다. 손끝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더라도, 별빛 반짝이는 저녁 무렵엔 친히 테라스로 나가 와인 한잔 마셔주고픈 말랑거리는 감성은 아직 살아있으니 말이다.

AFRICA
검은 대륙, 파란 바다, 컬러풀 아프리카
나름 열심히 낯선 풍경을 찾아다닌다고 다닌 것 같은데, 아직 아프리카는 생소하다. 기껏해야 지중해와 맞닿은 북아프리카의 이집트 정도. 아프리카 대륙에 있기는 하지만 분명 일반적으로 상상하는-푸른 초원 위에 동물이 떼를 지어 달리는- 아프리카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집트 동부에는 지중해로부터 물길이 이어지는 홍해가 있다. 작년 6월에 커버스토리로 이집트를 소개하며 샤름엘셰이크(Sharm El Sheik)를 소개한 적도 있지만, 지금 홍해는 한창 주목받고 있는 새 휴양지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멀지만 이미 유러피언들과 러시아 부유층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농담이었겠지만, 이집트에 대한 기사가 나간 이후 누군가가 물었다. “홍해는 물이 빨갛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낮의 홍해는 새파랬다가 산호가 있는 곳은 옅은 청록색으로 빛났고, 밤의 홍해는 온통 까맸다. 그 홍해를 낀 도시, 훌가다에서 북쪽으로 22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해변에 클럽메드의 엘구나 리조트가 있다. 뷰를 확보하기 위해 홍해를 향하도록 지어진 모래빛 건물에서는 잠자리에 누워서도 바다가 바라보인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손님을 대비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은 기본이고 카이트서핑, 펀보딩, 아쿠아 피트니스, 웨이크 보드 등 수상스포츠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도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리조트와의 가장 큰 차이는 수 천 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이집트의 장대한 문화유산을 지척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숙소 밖을 벗어나야 하는 부지런함을 감수한다면 고대 이집트 유적 및 나일 강 크루즈 등 이집트에서만 누릴 수 있는 문화특권까지 기다리고 있다.
어린 시절, 아마도 기자의 방랑벽을 처음으로 자극해준 소설이 ‘톰 소여의 모험’이었다. 형체도 없이 막연하지만, 앞날을 향해 심장을 쿵쾅대게 만들었던 소설의 작가 역시 책 속의 톰만큼이나 모험심 넘치는 소년기를 보냈을 것이다. 톰 소여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이미 오래전부터 할리우드 스타들의 휴양지로도 알려졌던 모리셔스(Mauritius)를 방문한 후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했고, 그 다음으로 천국을 만들었다’고 극찬한 문구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인도양에서 가장 럭셔리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 섬과 인접한 모리셔스의 클럽메드 알비옹 리조트가 있다. 열대 정원을 향하는 가든 뷰 스위트룸과 인도양을 향한 시 뷰 스위트룸의 두 가지 타입의 스위트룸 30개가 전부다. 오직 객실에 머무는 이들만을 위해 마련된 프라이빗 정원과 인도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자쿠지, 모리셔스 전통 퀴진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융합한 크리올 퀴진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파레(Le Phard), 모리셔스 스타일의 목욕탕 함맘(Hammam) 등 모리셔스라는 이름에서부터 짙게 풍기는 아프리카의 색채에 가슴이 뛰는 이들을 위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두근두근. 만화에서나 보았던 아프리카의 북소리를 연상시키는 다른 이름, 세이셸(Seychelles). 무성한 야자수와 부드러운 산호초 가루로 형성되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선정되었던 인텐더스 만(Intendance Bay)에 반얀트리 세이셸이 있다. 현지 자재를 사용하고 세이셸 전통의 클리오레 양식으로 설계된 건물은 인도양을 조망하는 힐사이드 풀 빌라, 인텐더스 풀 빌라, 비치 프론트 스파 풀 빌라 등 위치와 시설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남산 기슭에도 반얀트리 클럽앤스파가 개장하며 익히 알려졌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반얀트리 스파를 화강암과 열대림으로 둘러싸인 파빌리온에서 받는 호사 역시 기다리고 있다.

EUROPE
유적기행은 잠시 덮어두어도 좋습니다
‘풍부하다’라는 형용사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역사와 문화를 유럽은 전부터도 그리 편한 여행지는 아니었다. 떠나기 한참 전부터도 열심히 세계사 책을 뒤적이며 다닥다닥 붙은 나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정리하려 애썼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라도 한번 들를라 치면 위인전의 제목으로 남은 숱한 이들의 사연 많은 스토리와 그 의미를 파악하려고 책을 찾았던 것이 비단 기자의 경우에만 적용되진 않았을 테다. 유럽으로 떠날 때는 본의 아니게 가슴 한 구석에 돌 하나를 얹어야 했지만, 이번만은 좀 잊자. 구구절절한 역사 이야기 대신, 미묘하게 달뜨는 기분을 맛보게 해줄 와인을 미리 공부해 두는 것도 좋겠다.
‘낭만적’으로 대표되는 성향의 프랑스인들조차 낭만적이라 인정하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Provence) 지역은 폴 세잔, 사드, 에밀 졸라 등 많은 예술가와 문인들을 배출한 자연적 감성이 충만한 곳이다. 프로방스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80퍼센트가 달콤한 로제라는 것만 봐도 로맨틱한 풍경이 연상되는 이 지역에 클럽메드의 오피오 리조트가 개장했다. 그것도 불과 2년 전에.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프랑소와 샹소(Francois Champsaur)가 디자인한 리조트는 떡갈나무와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인 깐느의 시골 언덕에 위치했지만 객실과 스파, 레스토랑, 스포츠 시설 등에는 모던한 디자인 감각이 절묘하게 녹아 있다.
두 달 새에 무려 세 번이나 공연장으로 이끈 뮤지컬이 한 편 있다. 오리지널 공연을 완벽하게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노트르담 드 파리’. 외로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어머니가 떠나온 고향 안달루시아를 노래했었다. 이름에서부터 달착지근한 열정이 느껴지는 안달루시아는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의 웅장한 스페인 문화와는 또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진 곳으로 세비야, 말라가, 그라나다 등이 이 지역에 속한다. 세비야에서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 프레스티지 팔메라 플라자 호텔은 오늘 소개할 유일한 호텔이자 스페인의 온기 속에서 쉬기에도, 안달루시아를 여행하기에도 좋은 5성급 호텔이다. 4개의 개별 테라스가 있는 그랜드 스위트 룸을 비롯해 6개의 더블 세뇨리아스 룸 등 52개의 가든 뷰 객실과 전형적인 지중해식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마르케스를 보유했다. 호텔에서 빈둥대는 것도 지칠 무렵이면 잠시 나와 외출하기에도 좋다. 스페인의 명물 셰리 주와 돈키호테 작가 세르반테스의 박물관, 어린 피카소에게 색채감각을 선물했던 고향, 말라가 모두 인근에 있다.

AMERICA
멀고도 가까운 태평양 건넌편
제니퍼 애니스턴이 존 메이어와 짧은 열애에 빠졌을 때, 그들이 선택한 휴양지는 멕시코였다. 에바 롱고리아와 연하 남편, 린지 로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밀월 여행을 떠난 곳 역시 멕시코였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멕시코에 반얀트리에서 마침 올 3월에 풀빌라 리조트를 오픈했다. 마야 문명의 보고인 치첸이트사, 해안 절벽에 위치한 고대 도시 툴룸(Tulum), 정글사원 코바(Coba)가 있는 리비에라 마야 지역은 멕시코의 최대 휴양지 칸쿤에서 불과 40분 거리다. 가든 빌라, 스파 풀 빌라, 오션프론트 빌라 등 6가지 타입의 객실에는 누워서 뒹구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다양한 이큅먼트가 갖추어져 있고, 레인 워크, 핀란드식 사우나, 아이스 파운틴 등 반얀트리의 자랑인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 역시 즐길 수 있다.
리조트를 소개하며 캐나다를 거론하려니 사실 좀 낯설기는 하다. 컨트리클럽이나 와일드한 국립공원이라면 모를까 해안의 리조트라니. 선뜻 연결짓기는 쉽지 않지만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클래요큇 윌더니스 리조트를 찾아냈다. 동남아시아 풍의 전형적인 럭셔리 리조트가 아니라, 독특하게도 캐나다의 자연과 호화로움을 결합한 럭셔리 텐트 리조트다. 유네스코에 의해 생태 보존 지구로 지정된 클래요큇 해협의 피요르드에 자리잡은 이곳은 밴쿠버 섬 토피노에서 보트로 30분 정도 항해하면 도착한다. “럭셔리 리조트라 해놓고 웬 텐트?!”라고 소리치지 마시라. 텐트라고 1박2일 식의 무차별적인 야생 버라이어티 분위기를 조성하지는 않는다. 페르시안 카페트가 깔린 고급 천막의 실내로 들어서면 최고급 거위털 침구륙 놓인 침실과 샤워부스가 있다. 텐트지만 전기제품의 사용 또한 문제없다. 야외에서 장작을 지펴놓고 핫 텁에 들어가 사우나를 하는 기묘한 광경도 캐나다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다. 연어낚시, 고래와 곰 관찰 투어 등 지극히 캐나다스러운 액티비티는 옵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