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한 봉사활동의 추억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당시에 난 일본에 살고 계신 삼촌도 뵙고 여행도 할 겸 15일간 일본 오사카로 떠났고 낯선 이국땅이었지만 삼촌이 계시다는 이유 때문인지 걱정이나 어색함이 전혀 없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잘 정돈되고 깨끗한 나라 일본. 나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신칸센도 타고 오사카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중심부의 신사이바시도 가보고, 오사카죠도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번은 재일교포분이 운영하시는 바에 갔는데, 한국청년이 왔다고 반기시는 주인덕에 무려 1시간 동안 한국노래를 열창하기도 했다.
며칠 동안 이렇게 여행을 즐기는 내게 삼촌은 한국의 양로원과 비슷한 그룹하우스에서 숙식하면서 봉사활동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셨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보람된 일이 될 것 같아 흥쾌히 승낙했고 그렇게 1주일 동안의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내가 할 일은 오전에는 복도와 방을 청소하고 오후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휠체어를 이용해 주변을 구경시켜 드리거나 조금 걸으실 수 있는 분들은 부축해서 걷기 운동을 시켜드리는 거였다. 그곳은 연세 드신 분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나도 내가 할 일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여성 헬퍼분의 친절함에 가뿐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봉사활동 첫날, 어느 연세가 높으신 할머니 방을 청소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다가와 다짜고짜 나에게 "빠가야로('멍텅구리', '바보 녀석' 정도의 뜻)"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당황한 나는 급히 청소를 마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한 후 방을 나왔다. 다음날도 마찬가지. 그리고 셋째 날 다시 욕을 들을 각오로 그 할머니 방 청소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는 사흘 동안 계속 보니 마음이 놓이셨는지 청소를 마친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셨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그곳에 계신 분들과 가까워졌고, 화장실과 욕실청소까지 마친 저녁이면 헬퍼분께 일본어도 배우고 일본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마지막 날 모든 분들과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는데, 짧은 시간 정이 들었는지 치매예방으로 만드는 장신구를 선물로 주시는 그분들의 소박한 정성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지기도 했다. 여행 이후 일본 관광도 물론 좋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곳에서 지낸 1주일이 보다 기억에 남는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참 뿌듯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김효진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