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ginning of the Nature
순결한 태초의 아름다움, 로타 아일랜드

이름만으로도 따뜻한 남태평양에 자리한 마리아나 제도의 로타 아일랜드는 거제도의 9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살아있는 지구가 우리에게 준 큰 선물임에는 틀림없다. 화산활동이 빚어낸 이 작은 섬에는 태초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깨끗하고 순결한 자연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마리아나 제도를 훑고 지나간 제 2차 세계대전의 무시무시함도 이 섬만큼은 상처주지 못했을 정도다.

사이판 국제공항(Saipan International Airport)에서 경비행기로 단 30분만 이동하면 태초의 자연적 아름다움이 그대로 간직되어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아름다운 섬 로타(Rota)를 만날 수 있다.
사이판이 거제도 면적 3분의 1이라고 들었는데, 로타는 사이판의 3분의 1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니 정말 작기는 작다. 하지만 마리아나 제도에서는 가장 먼저 탄생한 맏형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섬. 괌과 사이판의 중간에 위치하여 아직은 현대 문명의 영향을 덜 받은 로타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지형 자체도 흥미롭다. 섬 중앙의 잘록한 부분을 경계로, 동부는 전반적으로 평지인 반면 서부는 사바나 고원이 있는 고지대와 반도 끝에 100미터가 조금 넘는 타이핑고트 산(Mt.Taipingot)이 있어 동부에 비해 기복이 있는 지형으로 이루어졌다.
공항에 내려 이곳에 단 하나밖에 없는 리조트까지 굽이굽이 언덕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우리를 스쳐간 차는 고작 2~3대 정도. 전체 인구가 3천여 명 정도인지라 지나가는 차를 만나면 운전자끼리 손을 올려 간단한 인사와 안부를 전하는 게 왠지 우리네 시골 인심을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로타의 9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순수 차모로 민족이기 때문에 섬 점체가 하나의 ‘패밀리’를 이룬다-현지 차모로인은 아직도 이곳을 (Luta)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이 넘쳐나는 고요한 마을,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이 섬에 점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쟁도 비켜간 아름다운 섬
로타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보석 같은 섬이다. 세계대전 당시 마리아나 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유인도 중 유일하게 전쟁의 상흔을 피해간 곳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적지가 전혀 없는지라 사이판이나 티니안에서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울적한 기운도 이곳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처음에는 ‘이렇게 작은 섬에서 무엇을 하고, 즐길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겼던 것이 사실. 하지만 그 걱정스런 마음은 단 한 시간의 드라이브로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다. 맑은 하늘과 푸르름이 가득한 섬의 곳곳은 너무나 깨끗해서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서울 하늘 아래 살며 매일같이 자욱한 연기와 함께 쳇바퀴 도는 일상을 반복하는 이들에게 로타는 온갖 피곤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데스티네이션이라 할 수 있다. 문명의 때가 덜 묻은 자연 그대로를 느끼며, 유유자적 한적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로타의 면면을 소개한다.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로타를 제대로 둘러보기 위해서는 하루 정도 이른 아침에 일정을 시작해야 한다. 동틀 무렵에 판타나 스파니 포인트의 ‘새들의 성지(Bird’s sanctuary)’에 가면 어마어마한 새 무리가 그들만의 먹이 사냥을 위해 힘차게 날갯짓하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를 넘어 보이는 무성한 나무숲 가지가지마다 둥지를 틀고 있는 새들을 가까이 목격할 수 는 없지만 60미터 절벽 위에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고나니 나 역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며 마음에도 없던 새로운 다짐이 싹텄다고나 할까. 이곳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한 새를 비롯해 4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지구의 선물, 천혜의 자연
본격적인 로타 아일랜드 투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송송 마을(Songsong Village)은 단 하나의 사람이 사는 마을로서, 스페인 통치시대 때 차모로인들에 의해 건설되었는데, 다른 마을이 없으니 선택할 여지없이 수도가 되어 버린 재미난 곳이다. 도시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에겐 턱없이 작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관청이며 병원, 극장, 레스토랑들이 갖춰진 가장 큰 마을인 동시에 현대 차모로족의 생활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이기도 하다.
마을의 경치를 한 눈에 바라보기 위해 비포장 길을 따라 차를 몰고 가면 송송 마을과 이층으로 쌓아올린 웨딩 케이크처럼 생겼다하여 ‘웨딩 케이크 산’이란 귀여운 별칭이 붙은 타이핑고트산, 어마어마한 십자가를 만날 수 있는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십자가에 알록달록한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다면 그건 마을에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란다.
테테토 비치(Teteto Beach)는 로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백사장과 바다가 있는 해변이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 역시 여가를 보낼 때 가장 즐겨찾는다는 이곳은 발목에 물길이 찰랑대는 정도까지만 걸어가도 알록달록한 빛을 발하는 열대어가 보일 정도로 바닷물이 푸르고 맑은 것으로 유명하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자연 경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북부 해안 부근에는 자연이 빚은 천연 수영장이 있다. 스위밍 홀(Swimming Hole)이라 불리는 이곳은 바위와 산호초가 둥글게 바닷물을 머금고 있는 지형 덕분에 파도가 밀려오지 않고, 바닥에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언제라도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로타 섬까지 연결된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사이판 혹은 괌을 경유해야한다. 섬 자체가 그리 큰 편이 아닌 터라 사이판이나 괌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한 하루 관광 코스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평화로운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로타는 언제라도 따스한 마음으로 기꺼이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