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uchak VS Suan Rum
시장에 가면 여행이 풍요로워진다

시장 구경은 재미있다. 시장에서 새어나오는 왁자지껄함은 여행 중 다소 지쳤던 발걸음에 활기를 되찾아 주고, 시장에 진열된 온갖 물건과 이를 두고 벌이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질펀한 흥정은 그네들의 문화와 삶을 엿보게 한다. 쇼핑에 별 관심이 없는 에디터가 나름 꼼꼼하게 방콕의 대표적인 두 개의 시장, 차투착 주말시장과 수안룸 나이트 바자를 소개하는 이유다.

언제나 북적이는 활기가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그들의 삶이 있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온갖 물건이 있고, 꼭 두 집 건너 한 집에서는 물건을 사이에 두고 주인과 손님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겉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그 맛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푸짐한 먹거리는 언제나 발길을 붙잡는다. 시장구경은 여행의 재미를 완성시킨다. 특히 해외여행에서는 더더욱. 여기 태국 방콕을 대표하는 두 개의 시장이 있다. 하나는 엄청난 규모, 미로처럼 얽힌 점포에 그야말로 온갖 잡동사니가 있어 방콕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차투착 주말시장이고, 또 다른 하나는 대낮의 더위를 피해 여유로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밤이 깊을수록 그 매력이 더해가는 수안룸 나이트 바자다. 저렴한 태국의 물가를 느끼면서 태국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 방콕의 대표적인 시장 두 곳을 둘러보자.

Chatuchak Weekend market
차투착인 이유
차투착 주말시장은 쇼핑의 천국인 방콕에서도 명성을 자랑하는 곳이다. 방콕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녀왔을 것이요, 아직 가보지 못했다고 해도 그 이름은 익히 들었을 만큼 방콕을 대표하는 시장임과 동시에 꼭 들러야 할 관광지 중 하나다. 너무 유명해 이곳을 뚜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게 조금 민망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차투착 주말시장을 이야기하는 건 몇 번을 가도 그 규모와 그곳에서 취급하는 물건의 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3만 2천 제곱미터의 규모, 그 속에 자리 잡은 점포의 수가 1만 5천 개에 이를 정도이니, 갈 때마다 새삼스러운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평일에도 몇몇 점포가 문을 열긴 하지만 북적이는 차투착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주말에 가는 것이 좋다. 단, 하루에 모여드는 인파가 무려 30만 명에 달하므로 엉뚱한 무리에 휩쓸려 다니지 않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릴 것. 그래도 일행을 잃을 것을 대비해 미리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는 것이 좋은데, 어디서나 눈에 잘 띄는 시계탑이 적당하다. 또 한가지 팁은 시장 내부에 들어서면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저포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그길이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므로 미리 시장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무료 지도를 받아두도록 하자. 지도 보는 것조차 서툰 길치라면 애초에 지도는 접어두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구경하다가 지치면 밖으로 나오는 쪽을 추천한다.

온갖 잡동사니의 창고
시장의 규모만큼이나 방문객을 압도하는 것이 물건의 다양함이다. 생활에 필요한 각종 그릇과 식료품을 시작으로 의류, 가방, 인테리어 제품은 물론 공예품이나 아로마 스파제품, 장식품 등 관광객들에게 좋은 기념품이 될 만한 아이템을 취급하며 간식거리, 공구제품, CD, 악기, 중고도서, 전자제품, 꽃, 도자기에 심지어 애완동물까지 판매한다. 장담하건대,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한번은 ‘이런 것도 팔아?’라며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 확인한 적은 없지만 아마도 차투착 주말시장에서는 사람과 명품 브랜드(모조품을 찾는다면 명품도 가능하다), 자동차를 빼고는, 최소한 합법적인 물품에 한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살 수 있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 내 주변에 있는 모든 물건이 차투착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니 말이다.
한 가지 차투착에서의 쇼핑요령을 일러주자면, 이곳에서는 마음에드는 물건이 있다면 주저 없이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워낙 규모가 방대하고 미로처럼 복잡해 '나중에 다시 와야지.' 라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 그 물건과는 영원히 안녕이니까. 방콕의 여느 쇼핑센터나 시장보가 가격도 훨씬 저렴하므로 지인에게 선물을 할 생각이라면 여기가 베스트 플레이스!햇볕이 강한 오후의 시장 내부나 사우나에 버금가는 찜통이므로 쇼핑 품목이 많다면 오전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BTS 수쿰빗(BTS Sukhumvit) 노선의 캄팽펫(Kamphaengphet) 역이나 BTS 실롬(BTS Silrom) 노선의 모칫(Mochit) 역에서 걸어가면 되며, 매주 토,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픈한다.

Suan Lum Night Bazaar
늦은 밤 여유로운 쇼핑공간
방콕의 밤은 화려하다. 방콕 시내를 흐르는 차오프라야 강 위로는 은은한 불빛을 밝힌 유람선이 유유히 떠다니고, 클럽과 펍의 네온사인은 밤늦도록 꺼질 줄 모른다. 여담이지만, 아마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마사지가 없었다면 방콕의 화려한 나이트라이프를 누릴 수 없었으리라. 야시장 역시 잠들지 않는 방콕의 밤을 즐겁게 하는 것 중 하나다. 더불어 대낮의 찜통 같은 더위를 피해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찬스이기도 하다. 시내 곳곳에 많은 야시장이 있지만 그중에서 추천할 만한 곳이 바로 수안룸 나이트 바자다. 태국정부관광청이 공식 후원하는 이곳은 방콕 최대 규모의 야시장으로, 규모뿐 아니라 깨끗하고 체계적인 관리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차투착 주말시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이곳이 조금 시시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낮에는 차투착, 밤에는 수안룸’이라고 불릴 만큼 이곳 역시 큰 규모와 다양한 물품을 자랑한다. 더구나 이곳에는 차투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쾌적함이 있어 개인적으로 수안룸 나이트 바자에 한 표. 수안룸 나이트 바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알록달록한 빛깔의 조명이다.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가게에는 어김없이 둥근 공 모양, 사각 모양, 별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조명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밤거리를 은은하게 비추는 모습이 야시장의 분위기를 한층 무르익게 한다. 아로마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이 있으며 의류, 보석, 골동품을 비롯해 태국 특산품인 실크와 주석제품, 수공예품, 도자기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쇼핑 아이템. 또한 방콕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든 개성 있는 액세서리도 판매한다. 가격은 차투착 주말시장에 비하면 조금 비싸지만, 다른 시장보다는 저렴한 편. 공식적으로 시장 오픈 시간은 오후 3시지만, 5시~6시는 돼야 점포 대부분이 문을 열며, 들썩이는 야시장의 활기를 느끼려면 밤 10시를 전후해 찾는 것이 좋다.

쇼핑이 전부가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깔끔한 시장 내부와 다양한 쇼핑 물품 등도 수안룸 나이트 바자를 찾는 이유지만, 기자를 포함한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이곳을 특히 사랑해 마지 않는 까닭은 다양한 먹거리에 있다. 아무리 다이어트가 절실한 몸매라지만 어찌 야참의 행복을, 그것도 맛깔 나기로 유명한 태국에서의 야참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시원한 맥주와 신나는 공연까지 함께 한다.)
시장 안쪽에 들어가면 가운데 무대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음식과 주점이 늘어선 초대형 푸드 코트가 자리한다. 푸드 코트를 이용하는 데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입구에서 쿠폰을 구입해 음식점을 둘러보면서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한 후 쿠폰을 내고 주문하는 것이다. 물론 쿠폰 사용 후 남은 액수는 현금으로 돌려준다. 태국의 기본 메뉴인 시푸드는 물론 튀김요리, 볶음요리, 꼬치 등 군침을 돌게 하는 각종 음식이 즐비해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정도. 음식을 고른 다음 건너편의 주점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들고, 자리를 잡으면 무대에서는 신나는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고, 그렇게 또 방콕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