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 of Hebei
허베이성의 숨은 여행지를 찾아서

허베이성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 같은 곳이다. 수도인 베이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지난 6월 22일 경기도와 허베이성이 자매결연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가까운 허베이성의 괜찮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골프장 혹은 문화재, 천하제일성 허베이성 중부, 베이징과 톈진 사이에 위치한 랑팡시 천하제일성이 보인다. 천하에 제일가는 성이라니, 오만한 이름에 뾰족해진 마음이 먼발치에서 본 방대한 규모에 조금 누그러든다. 풍경이 낯익어 어디서 봤는지 가만가만 머릿속을 더듬는다. 이곳은 4년간 지은 국가 지정 4A급 관광종합 리조트로 청과 명 시대의 베이징과 자금성을 본떠 만들었다. 중국 여행을 다닐 때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지만, 이곳을 보니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기자의 기억력이 나쁜 게 아니라, 단순히 골프장을 넘어 하나의 문화재에 가까운 까닭이다. 실물과 똑같이 지은 5킬로미터의 공복성벽과 중간마다 우뚝 솟은 22개의 성루가 웅장한 느낌을 자아내고, 명과 청나라 시대를 재현한 건물 곳곳에 눈이 간다. 탁 트인 그린 위에서 골프를 치는 것도 좋지만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상업거리와 테라스, 건물 안쪽에 호수와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정원 원명승경등을 둘러 보다보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 18홀의 골프장과 3천 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 1천 5백여 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다는 연회장, 워터파크와 볼링, 탁구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센터까지 숨어 있으니 온 가족의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성벽과 옛 건물로 보이는 문화재를 숙소로 꾸며 묵어갈 수 있다니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동남아의 이국적 풍경의 리조트가 싫증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찾을 만한 곳이다.

물 위의 휴양지, 웨터다오 베이징에서 30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탕샨은 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여행지' 로 각광 받는 곳이다. 역시 대륙 중국답게 이곳에서는 차로 서너 시간 정도 거리는 바로 옆이라고 부르며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 먼 곳' 이라고 쳐주는 거리는 다섯 시간을 움직여야 한다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여행지인 탕샨은 깨끗한 물과 해수욕장으로 유명한데, 이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달이 비틀어진 모양의 섬 웨터다오(월타도)다. 베이징에서는 4시간, 톈진에서는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
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 위를 달린지 15분, 중국이라기보다는 유럽과 더 흡사한 느낌의 웨터다오가 눈에 들어온다. 원래 어부들이 쉬던 무인도를 개발해 2003년에 관광지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곳은 샛노란 지붕과 대비되는 녹색 혹은 흰색의 벽면면이 상큼한 느낌을 주는 네덜란드 풍 방갈로 1천여 개가 특징이다. 특히 커플들에게 각광받고 있어 성수기에는 방을 구하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좋다. 하루 사용료는 160~350위엔 정도로 저렴하며 물 위에 떠 있는 구조에 나무로 지어져 불볕더위를 피하고
물놀이를 즐기기에 딱이다. 방갈로가 불편한 사람이라면 주변에 있는 유럽풍의 고급 콘도를 이용하면 된다.
웨터다오는 주변에서 물고기를 잡는 배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물속이 환히 들여다보일만큼 깨끗하기 때문에 주로 낚시나 수영, 승마,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다. 관리를 잘 한 덕분인지 거리에 쓰레기 하나 없다. 매년 60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다지만 아직 외국인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다른 중국 지역과 달리 한국인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중국의 와이너리, 화하장성 아직 국내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와인은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특시 중국 친황다오(진황도)시는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과 기후가 비슷하며, 땅이 넓어 원가가 적게 드는 덕분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내 생산과 판매 1위를 자랑하는 화하장성 와이너리가 친황다오에 위치한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허베이성에서 머무는 동안 마신 와인 라벨을 확인할 때마다 이곳의 이름을 볼 수 있으며, 중국 전역에서 와인 세 병을 사면 그 중 한 병은 화하장성 제품이라고 한다. 와이너리 하나 규모가 중국 100대 기업에 들 정도라는 말이 실감난다.
화하장성 와이너리는 포도가 자라고 있는 야트막한 구릉에 폭 안긴 모습이다. 규모를 보고 오래된 건물을 예상했지만, 지어진지 30년이 채 되지 않아 그리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1986년 최초로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 포도 품종인 적하서를 들여왔다고 새겨져 있는 비석과, 2000년 8월 장쩌민 전주석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문구가 적힌 오크통을 볼 수 있다. 화하장성에서는 중국농업대학과 합작해서 와인 학과도 창설했다고 하니, 그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와인은 오주대주교 저장고에 보관한다. 무더운 날씨에두 불구하고 산으 깎아 만든 냉장고에 들어서니 소름이 돋을 만큼 서늘하다. 중국 고대 건축방식을 응용해 만든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저장고로, 3만 개가 넘는 오크통을 저장할 수 있는 1만 6천 평방미터 규모다. 걸어서 돌아보면 한시간은 족히 걸린다. 내부는 3곳으로 나뉘는데, 유명 인사들의 저장고와 고급 저장고, 일반 포도주를 저장하는 돔 형태의 대형 저장고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해, 금메달을 딴 선수의 사진과 싸인으로 장식된 유명 인사 저장고다. 선수의 이름이 적힌 오크통 안에는 2007년, 최고의 재료로 정성껏 빚은 와인들이 보관되어 있다.
저장고를 돌아보고 나면 방문객에게는 무료로 와인을 시음하고, 빛깔을 보는 법과 와인 마시는 법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엄청난 생산량만큼 다양한 빈티지를 자랑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성 와인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위시한 중국 정부의 다양한 행사에서 선보인 것으로, 빛깔, 향기가 진한 드라이 와인이다. 뒷막이 조금 떫은 편이지만 삼십 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내놓은 와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