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유럽여해을 마치고, 친구와 나는 태국을 거쳐 라오스 방비엔에 도착했다. 긴 장거리 여행에 지친 우리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방비엔의 거리를 터덜터덜 걸으며 게스트하우스를 찾고 있었는데, 그때 내 앞으로 평소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여성이 스쳐 지나갔다. 반바지에 티셔츠 한 장 걸친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서 있는데, 친구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성큼성큼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미소만 짓더니 그냥 지나가는 그녀. 우린 멋쩍어 하며 다시 가던 길을 향했고, 숙소를 찾고 저녁을 먹은 뒤 여행사를 찾아 튜빙 투어를 예약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튜빙 투어는 말 그대로 메콩강에서 튜브를 끼고 노는 것이다. 다이빙을 할 수도 있어 서양 사람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곳에서 전날 본 이상형의 그녀를 또 만난 것이 아닌가?! 친구들과 튜브를 타고 내려가려는 그녀에게 친구는 또다시 다가가 말을 건넸다. 그리고 잠시후 돌아와 강 아래쪽에 있는 휴식공간에서 함께 맥주 한잔 마시기로 했다는 말을 전한다.
튜브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100미터 정도 내려가니 15미터 정도 도는 다이빙 지점 아래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칵테일과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도 강에서 나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손짓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30분 정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 갑자기 그녀의 친구가 나에게 다이빙을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큰 소리로 "Yes"라고 소리쳤는데, 아뿔싸! 수영도 못하고 고소공포증까지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깜빡한 것이다. 하지만 큰소리를 친터라 어쩔 수 없었고, 다이빙 장소로 올라갔다. 눈앞이 노랗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그녀의 응원소리에 점프! 그 뒤에 일들을 그야말로 웃음바다였다. 수영을 못해 다른 사람에게 구출되어서 나오는 꼴이라니. 그런데, 위축되어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내게 친구가 씩씩거리며 다가온다. "왜 그래?라고 묻자, 친구의 대답, "아까 그 애들 있지? 글쎄, 트렌스젠더래. 남자라고!" 헉! 이럴 수가. 여자도 아닌 남자 때문에 내가 강에 몸을 던졌단 말이야?!
(최무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