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s Fishing
잔잔한 물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게임

낚시의 세계는 실로 넓다. 낚싯대를 물 속에 넣고 기다리면 물고기가 잡히는 줄만 아는 사람들에게 그 세계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이상일 것이다. 직접 보니 낚시는 대상어의 특징과 함께 낚싯터의 조류와 지형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지능적 게임이었다.

며칠 전 우연히 별자리 운세를 읽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뿐이라 집중력이 흐려진다.' 올커니! 주위 사람들에게 '별자리가 참 신통방통해' 라고 했더니 요즘 안 떠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냐는 핀잔이 들어온다. 아, 그럴 때지. 모두가 허파에든 바람으로 앉았다 일어났다 서성일 때지. 그래서 준비했다. 일상탈출의 아주 좋은 방편인 낚시,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배스낚시에 대하여.

누가 물고기를 멍청하다 했는가 낚시인 중에는 유독 남자가 많다. 그 상관관계에 대해 깊이 연구할 필요는 없지만 오래 생각해 보지 않아도 쉬이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남자들의 정복 본능. 낚시와 사냥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렵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무언가를 쫓아가 끝내 잡으려(정복하려)하는 남성 특유의 습성 도는 본능의 반영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사냥과 낚시에 열광한다.
언뜻 생각해 보면 낚시는 사냥과 많이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낚시의 특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러나 루어낚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가짜 미끼를 이용하는 루어낚시는 사냥만큼이나 공격적이고, 집요하고, 지능적인 '스포츠다'. 물속 지형을 파악해 대상어가 숨어있을 만한 곳을 찾아내고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루어를 이용하면서 대상어와 보이지 않는 추격전을 벌이는 것은 스포츠인 동시에 하나의 게임이다. 이 탐색과 추격의 시간 동안 낚시인은 수천 번의 캐스팅(낚싯대를 던지는 것)을 하는데, 그 운동량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한다.
배스낚시는 루어낚시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장르다. 가짜 미끼를 이용해 잡을 수 있는 어종은 쏘가리, 꺽지, 누치, 준치 등 다양하지만 루어낚시인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배스낚시다. 이유는 배스만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우선, 배스는 힘이 넘치기 때문에 잡아 올릴 때의 쾌감이 크다. 덩치는 크면서 힘 없이 딸려 올라오는 대상어들과 비교도 안 되는 '손맛'이 있다. 오죽하면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어떤 연애보다 짜릿하다'는 말이 나돌까. 게다가 배스는 미끼를 물고도 끝까지 저항을 하며 잡는 사람의 마음을 애태운다. 그래서 이 힘세고 노련한 물고기를 완전히 포획하려면 끈기와 집중력이 요구된다. 또한 배스를 잡기 위해서는 생태에 대한 치밀한 사전 지식뿐 아니라 먹이 피라미드의 역학관계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은 낚싯대를 던지고 낚아 올리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재미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 배스낚시는 낚시의 백미로 간주되며, 매년 수많은 토너먼트를 통해 최고의 프로를 가린다. 배스낚시의 또 다른 장점은 오로지 잡는 행위에만 목적을 둔다는 데 있다. 낚시란 '물고기를 먹기 위해' 하는 행위인 줄 알았던 기자에게 이 점은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다. 배스낚시에서 대상어는 잡히는 즉시 방생된다(몸집이 큰 놈은 무게나 길이를 잰 후 사진을 찍고 나서 놓아준다. 기록은 낚시인의 자존심이니까). 'Catch&Release'라 부르는 이 방법은 원래 유럽의 송어낚시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낚시의 묘미를 느낄 수 있어 낚시인들 스스로도 뿌듯해 하는 부분이다.

초보자를 위한 배스낚시 가이드 배스낚시라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배스낚시 전문가 김태한 씨에게 자문을 구했다. 입문하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들까. "배스낚시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릴을 포함한 낚싯대와 낚싯줄은 20~30만 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고, 루어도 처음엔 4~5가지만 있으면 되거든요." 가장 중요한 도구인 낚싯대는 접이식보다 일자형이 좋다. 선이 곧을수록 성능이 좋기 때문이다. 루어는 크게 플라스틱 등 딱딱한 소재로 만든 하드베이트와 실리콘으로 만드는 소프트베이트로 나뉜다. 소프트베이트 중 지렁이 모양의 젤리형 루어는 크게 플라스틱 등 딱딱한 소재로 만든 하드베이트와 실리콘으로 만드는 실리콘베이트로 나뉜다. 소프트베이트 중 지렁이 모양의 젤리형 루어는 웜이라고 부른다. 루어 매장에 가 보면 루어의 방대한 종류에 한 번 놀라고, 과학적인 디자인에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우연히 강물에 스푼을 떨어뜨렸는데 물고기가 입질을 하는 것을 보고 고안해 낸 스푼형 루어부터, 작은 물고기가 죽기 전 숨을 끄억거리는 소리를 내는 루어, 물 속에서 물고기와 똑 같은 모양으로 헤엄치는 관절형 루어 등 대상어의 특징과 수중 환경 요건에 맞춘 루어들이 가득하다. 배스낚시 시장이 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루어 디자이너가 따로 있어 수준급의 루어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장비를 갖추고 나면 배를 빌리거나 워킹(땅에서 도보로 움직이며 낚시하는 것)으로 낚시를 즐긴다. 장소는 수도권을 기준으로 신갈호, 송전호, 고삼저수지 등이 애용된다. "배스낚시는 사계절을 다 겪어 봐야 진정한 재미를 알게 됩니다. 수온이 선선한 봄, 가을에는 배스가 많아서 잡는 맛을 즐길 수 있고, 더운 여름에는 탐색하고 기다리는 재미를 알게 됩니다. 한 번 해 보세요. 배스와 속고 속이는 치열한 싸움은 모든 신경이 총 동원되는 종합 예술이자 해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즐거움이거든요."
물고기 한 마리가 얼마나 애간장을 녹이는지 궁금해진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잔잔한 강물 속에 감춰진 전쟁터로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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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들의 경합지, 배스낚시 토너먼트
지난 9월 19일, 20일 양일간 배스낚시 전문숍인 린커에서 개최하는 린커컵이 한국스포츠 피싱협회(이하 KSA)의 2009년 다섯 번째 정규 토너먼트로 개최되었다.
한국 최고의 배스 프로들이 안동호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잡은 5마리의 총 무게로 순위를 겨루었고, 낚시법에 정통한 안동 지역의 간판 프로인 이재칠 프로가 5마리 합산 5,615그램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루어낚시 중에서도 가장 과학적이고 게임성이 강한 배스낚시의 토너먼트는 중독증이 생긴다고 할 정도로 흥미로운 경기다. 배스낚시에 빠진 사람에게 토너먼트 참가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참가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프로들의 토너먼트를 통해 일반 낚시인들은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낚시법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가 있는 미국의 'B.A.S.S' 토너먼트의 경우는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이 운영권을 인수하여 대회를 생중계할 정도로 인기 있는 스포프가 된 지 오래다. 반면 국내는 10년 정도의 토너먼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초창기에는 규모도 작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배스 낚시 인구의 증가와 함께 대회 규모도 커졌다. 특히 KSA가 주관하는 프로 토너먼트의 경우에는 상당한 실력의 톱 프로들이 참가하여 큰 규모로 치러진다. 정해진 시간 안에 낚시를 하고 수확한 대상어의 무게로 순위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 단 외국은 골프대회처럼 평균 3, 4일 간 토너먼트를 진행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하루 이틀로 간소화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현재 국내 토너먼트의 상금은 300~500만 원 정도며, 성적이 우수한 톱 프로들은 배스 낚시 관련 조구업체의 스폰서 계약을 통해 부가적인 수입과 지명도를 올릴 수 있는 만큼 상위 입상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여 실력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