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WAYS TO MEET DUSSELDORF
뒤셀도르프 완전정복 3단계

내 계획은 이렇다. 햇볕 따뜻한 어느 날 그와 손을 맞잡고 옛 항구를 거닐며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이 들어선 디자인의 도시를 둘러본다. 독일 최고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쇼핑거리에서는 그를 쫄라 멋진 옷 한 벌을 선물 받는다. 그리고 어스름한 저녁, 중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구시가지의 오래된 펍에서 독일 맥주의 명물 알트비어를 맛본다. 아! 행복하다.

뒤셀도르프를 떠나는 날, 내가 세운 계획이다.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오게 되면 이렇게 하리라.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다시 오리라.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의 주도이며, 라인(Rhein) 강를 끼고 자리한 도시 뒤셀도르프를 두고 혹자는 여자들을 위한 도시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남자들을 위한 도시라고 했다. 화려한 쇼핑거리와 뒤셀도르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인 알트비어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세계를 이끄는 독일의 예술과 세련되고 화려한 패션, 활기 넘치는 라이프 스타일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 뒤셀도르프는, 지금 가슴이 콩닥거리는, 바로 당신을 위한 곳이다.

Design
옛 항구의 화려한 변신
뒤셀도르프에 세계의 이목이 쏠되는 첫 번째 이유를 꼽으라면 바로 이곳, 미디어 하버(Der Medien Hafen)를 들 수 있다. 건축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꼭 그렇지 않더라도 독일 최고의 디자인 도시인 뒤셀도르프의 면모를 보고 싶다면 꼭 한번 가봐야 할 이곳은 원래 라인 강을 따라 왕래하던 배가 드나들던 옛 항구 지역이었다. 하지만 석탄 및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항구는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고, 이때 생각해낸 것이 바로 미디어 하버 개발. 도시의 활력을 되찾으려 1989년부터 개발을 시작했고, 프랑크 게리(Frank Gehry, 캐나다), 윌리엄 알솝(William Alsop, 영국),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 영국), 스티븐 홀(Steven Holl, 미국), 후미히코 마키(Fumihiko Maki, 일본)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세계의 내로라 하는 건축가들은 그들의 개성이 담긴 최신식 건물을 이곳에 세워 올렸다. 도시인구가 다시 이곳으로 모여들고 주변에 레스토랑과 바, 카페가 들어서면서 다시 이곳이 활력을 찾은 것은 당연지사. 더불어 이들 건축가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미디어 하버는 현대적인 뒤셀도르프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미디어 하버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라인타워(Rheimturm)다. 우뚝 솟은 건물이 뒤셀도르프 시내 어디서나 눈에 띄는 이 건물은, 그래서 뒤셀도르프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82년에 지어진 방송탑으로 전체 높이는 240미터며 전망대는 168미터 지점에 자리한다. 전면 유리로 된 전망대가 조금 아찔하기도 하지만, 미디어하버와 라인 강, 뒤셀도르프 시내의 모습을 조망하기에는 최상의 장소. 날씨가 맑은 날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성당 중 하나인 쾰른 대성당까지 보인다고 한다. 174미터 높이의 회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세계의 건축가를 한 자리에서 만나다
타워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높게 들어선 건축물 사이사이를 거니는 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거대한 건축 박람회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해체주의 건축가로 잘 알려진 프랭크 게리의 작품. 노이어 촐호프(Neuer Zollhof, 1989-1999)라는 이름의 이 빌딩은 흰색과 은색, 갈색의 3개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건물로, 얼핏 보면 건물이 아니라 거대한 예술 조각품 같은 느낌을 준다. 구불거리는 외관이 넘실거리는 파도의 형상 같기도 하고, 반듯한 곳 하나 없이 뒤얽히고 뒤틀린 것이 바닥에 던져 놓은 구겨진 종이 조각 같기도 한데, 특히 은색 건물을 봤을 땐 공상과학 영화 속에 나오는 2020년대 미래도시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타트토어(Stadttor, 1998)는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지어진 것으로, 1998년 국제부동산 박람회인 밈피(MIPIM) 어워드에서 유럽 최고의 오피스 빌딩상을 수상한 건축물이다. 노이어 촐호프 빌딩 건너편 로겐도르프 하우스(Roggendorf-Haus, 2001)는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출신의 아티스트 로잘리에(Rosalie)가 빨강, 파랑, 초록 등 다양한 빛깔의 인간이 건물을 기어오르는 듯한 모습의 조형물을 외관에 설치해 과거 창고 건물을 완벽히 변화시켰으며 그 옆의 빨간 지붕을 한 건축물 컬러니움(Colorium, 2001)은 알록달록하게 디자인 한 창문이 눈길을 끈다.
오늘날 세계의 건축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 미디어하버는 아직도 개발 중이다. 그래서 곳곳에서는 크레인이 높이 올라간 공사 중인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어떤 곳은 건물 뼈대를 만들고 있었고, 또 다른 곳은 외관에 유리를 끼워넣는 마지막 작업 중이었다. 몇 년 후 (계획대로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다시 찾았을 땐 또 어떤 건축물이 반길까? 벌써 그 모습이 기대된다.

Tip. 프랑크 게리(Frank Gehry)
캐나다 토론토 출생의 미국 건축가.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건축형태로부터 과감한 이탈을 주도, 최초의 해체주의 건축가로 불린다. 곡선형의 금속 외관, 연결 사슬망 등 독특한 형태를 지는 그만의 건축 스타일은 늘 세계의 이목을 끌며 건축 트렌드를 이끈다. 주요작품으로는 스위스 바젤의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Vitra Design Museum, 1989), 파리의 아메리칸 센터(American Center, Paris, 1994), 프라하에 있는 네덜란드 보험회사 빌딩(Nationale-Nederlanden, 1996),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 1997), 시애틀 E.M.P(Experience Music Project, 2000),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 2003) 등이 있다.

기둥에 선 사람들, Stylit Project
뒤셀도르프 도시를 거닐다가 재미있는 조각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스쳐갔는데, 어느새 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이 조각이 도시를 둘러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주고 있었다. 조각가 크리스토프 푀겔러(Christoph P?ggeler)가 조각한 이 작품은 멋스럽게 서 있는 도시의 광고 기둥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변화시켰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스타일릿(Stylit)으로 2001년부터 시작해 2005년까지 커플, 비즈니스맨, 포토그래퍼, 신부, 아빠와 아들, 홈리스 등 마치 실제 사람 같은 총 8개의 조각품을 만들어 뒤셀도르프 곳곳에 세워 놓았다. 뒤셀도르프에 가거든 8개의 조각을 모두 찾아보시길!

Tip. 조각가 크리스토프 푀겔러
1958년 독일 뮌스터(M?nster) 출생으로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Academy of Arts D?sseldorf)를 졸업했다. 1993년 뒤셀도르프 아트 어워드(City of D?sseldorf Art Award)를 수상하였으며 2006년 국내에서도 플뤼드 아트 카날(Fluid Art Cannal 2006) 미술행사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홈페이지 christoph-poeggeler.de

Shopping
쇼퍼홀릭의 천국
뒤셀도르프의 명품 거리로 유명한 쾨니히스알레(K?nigsallee)를 지나면서 가이드는 이곳을 뒤셀도르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거리라고 말했다. 그러자 버스 드라이버가 반발한다. “아니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거리요.” 과연 그랬다. 인공수로가 흐르는 옆으로 가로수가 우거진 산책로, 그리고 그 길을 따라 1킬로미터가량 늘어선 쇼핑거리는 그저 거니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준다(뚜르의 사진기자는 나에게 하루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온종일 이곳에 있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쇼핑을 한다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넓은 메인 도로를 따라 루이뷔통, 베네통, 질샌더, 프라다, 제냐, 자라, 불가리 등 ‘작은 파리’라 불릴 만큼 다양한 세계적인 명품 숍이 늘어서서 여성들의 발길을 붙잡으니까 말이다. 쾨 센터와 쾨 갤러리 등의 아케이드에는 유럽의 일류 브랜드 부티크들이 모여 있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디자인과 인테리어 소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도 만날 수 있다. 쾨니히스알레는 뒤셀도르프 사람들에게는 ‘쾨(K?)’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명품 숍과 카페가 늘어선 거리 맞은편으로는 은행과 오피스 건물이 있어 “왼쪽에서 돈을 만들고, 오른쪽에서 소비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고. 패션 도시의 명성을 보여주듯 거리를 거니는 이들의 패션 또한 화려하다. 뒤셀도르프 패션피플은 이곳에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옷차림의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대부분 매장에서는 텍스 프리가 가능하므로, 출국 전 세금을 환급받는 것을 잊지 말 것. 14% 정도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Hotel Niko
뒤셀도르프 중앙역과 퀴니히스알레 근처 이머만(Immermann) 거리에서는 유럽 속의 일본을 만날 수 있다. 뒤셀도르프는 리틀 도쿄라 불릴 만큼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일본인이 사는 곳으로 뒤셀도르프 중심가에만 약 8천 명의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철강산업을 위해 이곳에 정착했다고 하는데, 오늘날 이곳에는 일본 회사들을 비롯해 호텔, 레스토랑, 백화점, 학교 등 거대한 일본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곳곳에 한식당도 눈에 띄어 낯선 곳에서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호텔 니코 역시 이곳에 자리한 일본식 호텔로, 2004년 리노베이션을 거쳐 현대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곳이다. 총 344개의 객실과 스위트룸 및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갖추고 있으며 중앙역, 쾨니히스알레, 구시가지 등 뒤셀도르프 관광지와도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다.
주소 Immermann str.41, 40210 D?sseldorf
문의 +49 211 834 2111 www.nikko-hotel.de

Old City & Beer
은근히 중독되는 알트비어
쾨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라인 강변과 만나고, 그 안쪽으로 구시가지인 알트슈타트(Aitstadt)가 자리한다. 구시가지의 중심은 라인 강변의 마르크트 광장(Marktplaza)으로, 가운데 서 있는 요한 빌헬름 2세의 기마상을 중심으로 1573년에 지어진 옛 타운홀 빨간색 벽돌을 드러낸 채 멋스러움을 풍긴다. 1180년에 지어진, 뒤셀도르프에서 가장 오래된 성 람베르토(St. Lambertus) 성당, 슈만과 멘델스존이 잠시 봉직하기도 했던 후기 바로크 양식의 성 막시밀리안(St. Maximilian) 성당 등 오랜 전통을 지는 건축물도 볼거리지만, 이른 저녁부터 구시가지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구시가지의 즐비한 펍에서 즐기는 알트 비어(Alt Beer) 때문. 알트비어는 맥주의 도시에서 독일에서도 유명한 명물로, 뒤셀도르프에서만 생산되는 지역 고유 맥주다. 하면발효를 하는 일반 라거맥주와 달리 상면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흑맥주인데 일반 맥주보다는 진하고 우리가 아는 흑맥주보다는 옅은, 진한 갈색 빛깔을 띤다. 맛은 어떠냐고? 호프의 쌉싸래한 맛이 나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싱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맥주에 대한 뒤셀도르프 사람들의 자부심이 너무 강해 차마 말할 순 없었지만. 그런데, 이 맥주, 신기하게도 마실수록 자꾸 중독이 된다. 결국 뒤셀도르프를 떠나 다른 도시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알트비어를 그리워했다지.

무뚝뚝한 쾨베스, 당황하지 말 것
구시가지에는 레스토랑과 펍이 즐비하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260개의 바와 레스토랑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여 ‘세계에서 가장 긴 바’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평일 저녁에도 이미 레스토랑은 야외 테이블까지 발디딜틈이 없지는데, 주말이면 온 거리가 맥주잔을 손에 든 사람들로 가득 찬다고 가이드는 귀띔한다. 그중에서 구시가지 끝쪽에 자리한 펍 퓌츠헨(F?chschen Brauerei)은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펍 안쪽에 작은 양조장을 갖추고 있는데, 1년에 3백만 리터의 맥주를 주조한다고 한다. 시끌벅적한 뒤셀도르프 펍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베르거 거리의 우에리게(Uerige)도 구시가지의 대표적인 펍이다. 역시 알트비어를 만드는 양조장을 갖추고 있으며 1862년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영업을 했다. 가운데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야외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데, 오후 3시에도 테이블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니, 밤이면 이 길을 통과할 수 있을까 싶다. 뒤셀도르프의 전통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레스토랑 슈마허(Brauerei Schumacher)에 가보자. 구시가지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뒤셀도르프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1838년에 오픈했다가 세계 2차 대전 때 파괴돼 1950년에 재오픈한 곳이다. 돼지 앞다리 허벅지 살로 요리한 독일의 대표적인 음식인 학센(Schweinehaxen)이나 쇠고기를 레드와인, 식초와 버무려 구운 라이니셔 사우어브라텐(Rheinischer Sauerbraten), 마치 우리나라의 감자전 같은 팬케이크인 라이베쿠헨(Reibekuchen) 등이 인기다. 뒤셀도르프 내에 여러 개의 체인을 가지고 있다.
뒤셀도르프의 펍에서는 알아둘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맥주를 비우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새 잔을 가져다준다는 것.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맥주잔을 건네는 웨이트를 바라보자 우리를 안내하던 가이드는 이게 뒤셀르프 스타일이라며 웃는다. 한 잔씩 마실 때마다 맥주잔 받침에 서빙한 맥주 개수를 연필로 죽 긋고 가는 모습도 색다른 재미. 그리고 또 한가지는 종업원의 무뚝뚝함. 어딜가나 똑같이 파란색 옷을 입은 뒤셀도르프의 웨이터를 이곳에서는 쾨베스(K?bes)라고 부르는데, 맥주잔도 툭, 음식도 툭, 매번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그들은 절대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콘셉트라고 하니 너무 불쾌해하지 말 것. 익숙해지면 되레 그 모습이 웃음을 준다. 주위도 모두 깜깜해진 늦은 밤. 뒤셀도르프의 밤은 끝날 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적이는, 저마다 거품이 풍부한 알트비어를 든 사람들의 흥겨운 웃음소리가 뒤셀도르프를 떠나는 발목을 자꾸만 붙잡고 있었다.

Fuchschen Brauerei
주소 Ratingerstr. 28
오픈시간 월~목요일 AM 10:00~익일 AM 01:00, 금~토요일 AM 10:00~익일 므 2L00, 일요일 AM 9:00~PM 12:00
문의 +49-211 137 47 16 www.fuechschen.de

Brauerei Schumacher
주소 Oststrasse 123, 40210 D?sseldorf
문의 +49 211 8289 020 www.schumacher-alt.de

Uerige
주소 Bergerstr. 1. 40213 D?sseldorf
오픈시간 AM 10:00~PM 12:00
문의 +49 211 8 66 99-0 www.uerige.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