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g by the Sweet Melody
음악, 독일을 살찌우다

어쩐지 삭막하게만 느껴졌던 독일 땅에서 바로크 시대 음악의 대가와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이끌어간 이들의 이름이 줄줄 새어나왔다. 뒤셀도르프에서 드레스덴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감미로운 멜로디가 흘렀고, 클래식에 대한 무지에서 온 나의 선입견은 위대한 음악가의 예술혼이 담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함께 흘러갔다.

제 1장, 슈만에게 띄우는 편지 알고 있나요? 2010년 당신의 출생 200주년을 맞아 ‘슈만 로드’라는 새로운 여행 코스가 생겼어요. 뒤셀도르프(D?sseldorf)부터 라이프치히(Leipzig)를 거쳐 드레스덴(Dresden)까지, 당신의 삶을 되짚어보면서 당신이 남긴 음악과 함께 당신을 기억하고자 만든 것이죠. 오늘날 우리에게 당신은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로 알려져 있답니다. 더불어 당신과 클라라의 러브 스토리는 음악사에 다시 없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죠. 괜찮으시다면 제가 만나고 온 당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1850~1852, Dusseldorf
성공, 그리고 생의 마지막
당신을 만나는 곳으로 처음 선택한 곳은 뒤셀도르프에요. 당신이 그렇게 이루고 싶었던 성공과 인기를 거머쥔 도시, 그리고 지독한 정신병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곳. 뒤셀도르프는 당신이 본(Bonn) 근교의 한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치기 전 클라라가 함께 살았던 마지막 도시이기도 하죠. 중앙역 서쪽의 빌커 거리(Bilkerstraße) 1032번지. 당신의 옛 주소 맞죠? 건물 벽면에 ‘로버트와 클라라 슈만은 1852년 9월 1일부터 1854년 3월 4일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라는 간판이 걸려 있어요. 당신의 방을 구경하고 싶은데, 현재 사람이 살고 있다네요. 첼로를 공부하는 학생이래요. 당신에게서 음악적 영감을 받고 싶어서 이사 온 게 아닐까요?
이 집은 정원이 참 예뻐요. 나무로 우거진 아담한 정원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거든요. 그때도 이런 정원이 있었나요? 그랬다면 클라라의 피아노 연주 소리가 창문 너머 정원으로 새어나왔겠군요. 이 집은 당신이 뒤셀도르프 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초청받아 1850년 이 도시로 온 뒤 세 번째로 선택한 집이라죠. 1층과 2층을 모두 사용해서 작곡을 해야 하는 당신과 피아노 연습이 필요한 클라라가 각자의 공간을 갖고 무척 기뻐했다고 들었어요. 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이 집의 1층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어서 당신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요. 박물관에 있는 피아노 위에는 당신이 1853년에 작곡한 ‘Die Orange und Myrthe Hier’의 악보가 놓여 있었어요. 아쉽게도 피아노는 당신이 클라라의 생일선물로 준 것이 아니었지만요. 아마도 작곡을 할 때 썼을 잉크를 담았던 작은 병과 몇 가지 물건이 전시되어 있고, 당신이 이 집에서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과 교향곡의 악보가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 있어요. 그 속에서 당신의 필체도 볼 수 있죠.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낭만파 시대의 독일 음악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주로 음악가 생활을 했으며, 피아노곡, 실내악, 교향악, 성악, 합창곡을 작곡했다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
독일 초기 낭만파 시대의 작곡가,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 지휘자. 교향곡, 협주곡, 오라토리오, 피아노곡, 실내악곡을 썼으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닐스 빌헬름 가데(Niels Wilhelm Gade, 1817~1890)
덴마크의 낭만주의 음악가로, 20세기에 화려하게 꽃핀 스칸디나비아 악파의 기초를 닦은 작곡가다.

작은 도시에서 만나는 슈만의 흔적
당신의 발자취는 드레스덴 근교에서도 만날 수 있었어요. 드레스덴에서 30분 거리의, 당신이 드레스덴을 떠나기 직전 6주간 휴가를 보냈던 크라이샤(Kreischa)라는 작은 동네를 기억하세요? 그때도 그랬겠지만, 여전히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었어요. 이곳 타운홀 앞 공원에도 당신의 동상이 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이 기부해서 세운 것이래요. 당신과 클라라가 1846년 5월과 6월, 두 달간 머물렀던 막센(Maxen)도 갔었어요. 두 사람이 잠시 기거했던 막센 성은 예전 모습 그대로예요. 지금은 세 가족이 살고 있는데, 집주인의 부인이 클라라 복장을 하고 관광객들을 안내해요. 아쉽게도 우리는 부인이 외출 중이라 집주인의 안내를 받았지만요. 그가 그러는데, 세레(Serre)라는 이름의 당시 성주와 클라라 아버지는 친분이 두터웠대요. 그래서 당신과 클라라의 결혼으로 관계가 안 좋아진 부녀 사이를 회복시키려고 무던히 노력했다더군요. 그는 음악에 관심이 많아 당신이나 바그너 많은 예술가를 후원하고 성으로 자주 초대를 했는데, 당시 클라라의 일기를 보면 ‘이곳에 오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쓰여 있더군요. 막센 성에서 나와 생활했던 ‘의사의 집’도 남아 있어요. 이곳은 2010년 당신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계획을 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집의 소유권 문제로 방치된 상태에요.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네요.
참, 린덴 박물관(Lindenmuseum)이라고 아세요? 막센의 언덕을 따라 클라라가 산책을 즐기던 곳에 1천 년 된 커다란 린덴 나무가 있는데 클라라가 나무 그늘에서 종종 휴식을 취하면 일기를 쓰던 곳이에요. 그 옆에 소방서 건물을 2006년에 클라라에 관한 박물관으로 꾸몄죠. 폭이 1미터도 되지 않을 아담한 곳이에요. 클라라의 사진과 악보 몇 가지가 있죠. 나무 옆에는 클라라 동상이 있는데, 사진으로도 느꼈지만 그녀는 참 미인이었네요.

빌헬름 리하르트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
영향력 있는 독일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음악 이론가, 그리고 수필가다. 그의 새로운 교향악적인 오페라(또는 악극)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헝가리 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헝가리식 이름은 리스트 페렌츠(Liszt Ferenc)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들 중 한 명. 낭만시대 음악에 큰 공헌을 했다.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Louis-Hector Berlioz, 1803~1869)
프랑스의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다. 1830년에 발표한 ‘환상 교향곡’으로 유명하며, ‘표제 음악(Program Music)’이라는 새로운 극적인 관현악곡 스타일을 창시했다.

1828~1844, Leipzig
음악의 길로 접어들다
이제 라이프치히로 갈 차례네요. 아마도 라이프치히에서의 시간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닐까 하는데, 제 추측이 맞나요? 당신은 라이프치히 근처 츠비카우(Zwickau)에서 1810년 7월 8일에, 클라라는 이곳 라이프치히에서 1819년 9월 13일에 태어났죠. 음악을 하기까지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라이프치히 법대에 입학했지만 결국 어머니를 설득해 1830년에 당대 유명한 피아노 교사인 프리드리히 비크를 찾아갔죠. 하마터면 위대한 음악가 한 사람을 못 만날 뻔했군요! 당신은 그곳에서 스승의 딸이었던 클라라를 처음 만났죠. 그녀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하긴, 그때 그녀의 나이가 9살이었으니 그저 귀여운 소녀였겠네요. 하지만, 이미 클라라는 당시에 피아노 연주회를 열만큼 유명한 천재 피아니스트였다죠. 당신은 클라라의 집에 머물면서 피아노 연습과 작곡을 했는데, 피아노를 좀 더 잘 치고자 하는 욕심에 손가락 힘을 강하게 해주는 기계를 개발했다가 손가락을 다치는 불행을 겪게 되었죠. 그래서 이후 작곡에만 전념했고요. 그맘때쯤, 그러니까 1834년이 음악잡지를 창간한 해인가요? 브람스를 소개했던 그 잡지 말이에요. 당신이 높이 평가하는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글을 썼었죠. 그리고 성 토마스 교회 근처에 있는 카페 바움(Zum arabischen Coffee Baum)에서 바그너, 리스트 등 당대 음악가들과 잡지에 관해 자주 토론을 벌였다고 들었어요. 카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요. 1694년에 문을 열었으니까 300년도 더 됐네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로, 당신과 당신 친구들을 비롯한 괴테, 나폴레옹 등 역사적인 인물들이 방문한 곳이어서 늘 관광객으로 북적여요.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더라고요. 1층과 3층은 카페, 2층은 레스토랑, 4층에는 커피 박물관이 있는데, 1층 카페의 구석에 당신이 주로 앉았던 곳은 ‘슈만 테이블’로 지정되어 있어요. 참, 당신이 창간한 그 잡지가 지금도 발행되고 있대요. 뿌듯하시죠?

결혼, 그리고 음악에의 열정
이제 당신의 결혼 이야기를 해볼까요? 클라라가 16세가 되던 해 서로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두 사람, 아버지의 반대, 법정 소송 그리고 결혼까지. 순탄치 않았지만 사랑을 지켜낸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오늘날까지 음악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고 있어요. 법정의 결혼허가가 떨어지자 당신과 클라라는 1840년 9월 12일에 결혼을 했죠. 당시에는 21세가 넘으면 스스로 의사결정을 결혼을 할 수 있었는데, 이날은 클라라의 21살을 하루 앞둔 날이었어요. 몇 개월만 기다렸으면 당신의 스승이자 클라라의 아버지인 비크 씨와 법정 소송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사랑의 열병을 앓던 두 사람에게는 그 시간도 너무 길게만 느껴졌던 걸까요?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라이프치히 시내에서 15분 거리의 슈네펠드(Sch?feld) 교회는 작고 아담한 곳이더군요. 그곳에선 매년 당신들의 결혼 기념일이 되면 콘서트가 열려요. 힘들게 이어온 사랑이 결실을 보아서인지 당신은 그 한 해동안 숱한 작품을 쏟아냈죠. 괴테, 뤼케르트, 바이런, 무어 등의 시에 곡을 붙여 결혼 전날 클라라에게 바친 ‘미르테의 꽃(Myrthen Op.25)’을 비롯해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리더클라이스(Liederkreise Op.39)’, ‘여인의 사랑과 생애(Frauenliebe und Leben, Op.42) 등 무려 140여 곡에 달하는 곡을 말이에요. 그래서 당신의 1840년은 ‘가곡의 해’라고 불리죠.
당신과 클라라가 신혼생활을 한 집도 가봤어요. 옅은 노란색의 클래식한 건물은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거든요. 내부에 들어서면 클라라 복장을 한 가이드가 당신과 클라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집을 안내하는데, 그녀는 성악가래요. 그래서 당신의 음악을 멋진 노래로 감상할 수 있었죠. 이곳에는 멘델스존, 리스트, 바그너, 베를리오즈 등 많은 손님이 왔었다죠. 당시 멘델스존이 피아노를 연주하던 곳은 지금도 그 형태 그대로 갖추고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미니 콘서트를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어요. 당신과 클라라의 출생문서를 비롯한 각종 문서, 두 사람이 함께 작곡한 악보 등이 전시되어 있고 당신의 8명의 아이 사진도 봤어죠. 집안을 둘러보다 보니 신혼의 단꿈에 젖은 두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더라고요.

2010, Schumannfest
온 도시에 흐르는 슈만의 음악
당신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니 어때요? 전 사실 당신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하지만 세 도시를 돌아보면서 당신의 삶에, 그리고 음악에 관심이 생겼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축제가 시작하기 전이어서 당신의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없었다는 거에요. 하지만 내년을 위한 분주함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죠. 뒤셀도르프와 라이프치히, 드레스덴에서는 내년을 ‘슈만의 해’로 지정하고, 일 년에 걸쳐 다양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뒤셀도르프의 톤할레(Tonhalle), 로버트 슈만 홀(Robert ?Schumann-Saal), 라이프치히의 게반트 하우스, 드레스덴의 젬퍼 오퍼(Semper Oper) 등 대표적인 콘서트홀은 물론 각 대학, 교회나 성당, 거리에서도 당신의 음악이 울려 퍼지겠죠. 특히 5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는 슈만축제(Schumannfest) 기간인데, 6월 3일 뒤셀도르프에서는 서울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의 지휘 아래 당신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랍니다. 내년을 위해서 저도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겠어요. 귀에 익숙하도록 음악도 듣고, 저축도 하고 말이에요. 혹시 여건이 여의치 않게 되더라도 2010년 7월 8일에 당신의 음악을 듣는 건 잊지 않을게요. 참,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멋진 음악을 남겨준 로버트 슈만, 그리고 홀로 아이들이 키우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뛰어난 연주실력으로 슈만의 음악을 대중에게 전해준 클라라 슈만, 두 사람 모두 고마워요!

제2장. 슈만에게서 온 편지 행복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소. 나와 클라라는 당신의 편지를 받고 무척 기뻤다오. 어떻게 하면 보답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당신이 떠나는 음악여행의 가이드를 해줄까 하는데, 괜찮겠소?

라이프치히에서 바흐를 만나다
먼저 바흐를 만나러 갑시다. 베를린의 남서쪽에 있는 라이프치히는 중세부터 상업도시로 발전한 곳이지. 중부 유럽 교통의 요지여서 유럽 각지에서 무역거래를 하려고 온 상인들로 북적였다오. 세계 2차대전 당시에도 다행히 도시의 25퍼센트밖에 무너지지 않아서 여전히 고색창연한 옛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더군.
라이프치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가 바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라네. 바로크 시대 후기의 대작곡가였던 그는 1723년에 라이프치히로 옮겨와 생을 마칠 때까지 27년간 성 토마스 교회(Thomaskirche)의 음악감독(칸토르)을 맡았지. 성 토마스 교회는 1212년에 짓기 시작해서 1496년 완성된 곳으로, 바흐의 대부분 곡이 초연됐고, 한 때 종교개혁자인 마틴 루터가 설교를 하기도 했던 유서 깊은 곳이야. 내부에는 바흐가 사용했던, 오직 바흐의 곡 연주만을 위한 오르간이 있고, 1950년에 발견해 옮겨온 바흐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지. 바흐는 이곳의 음악감독이었을 뿐 아니라 성가대 지휘자였고 성 토마스 합창단(Thomanerchor)의 지도자였어. 자네 성 토마스 합창단에 대해서 들어봤나? 두 차례 한국에 내한공연도 갔었다지. 1212년에 창단한 성 토마스 합창단은 라이프치히를 대표하는 소년 소프라노 성가대로, 9세에서 19세 사이의 소년 100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현재는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가 바흐 이래 16번째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다더군. 지금도 매주 금요일 6시와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에 합창단의 콘서트가 열려. 주로 바흐의 작품을 부르지. 주말에 라이프치히에 가거든 절대 기회를 놓치지 말게. (변성기가 진행 중인 단원을 뺀) 똑같은 단복을 입은 80여 명의 소년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들려주는 하모니는 그야말로 천상의 소리거든. 단, 미리 줄을 서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성당 구석 자리에 겨우 앉게 될걸세. 성 토마스 교회 바로 건너편에 바흐에 관한 기록이 보관된 박물관이 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공사 중이더군. 2010년에 재개장한다고 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보게.

바흐를 재발견한 유대인 청년
바흐는 성 토마스 교회를 비롯해 라이프치히의 4개 교회의 음악을 책임지는 엄청난 일정 속에서도 수많은 작품을 쏟아냈어. 인류가 남긴 음악유산의 최고걸작이라 불리는 ‘마태 수난곡(Matthaus Passion)’을 비롯해서 4개의 수난곡과 300개에 달하는 칸타타 등을 만들었지. 그리고 1750년에 숨을 거두었네. 그런데, 바흐가 죽자 사람들은 그를 잊었어. 사실 생전에 그는 그저 그런 작곡가일 뿐이었거든. 자식들은 악보를 헐값에 팔아치웠고, 종교음악 위주였던 그의 음악도 사라졌지. 그런 바흐의 음악을 되살린 사람이 바로 멘델스존이야. 그러니까 바흐가 죽은 지 80년이 지난 1829년에 멘델스존은 ‘마태 수난곡’을 우연히 발견하곤 이를 베를린에서 선보였지. 그리고 1835년부터 12년간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아 바흐의 많은 곡을 발굴해 연주했어. 그제야 바흐의 음악이 완전히 재평가되고 빛을 보게 되었지. 또 그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슈베트르의 숨겨진 명곡도 세상에 소개했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오늘날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된 것도 그가 지휘를 맡으면서부터야. 성 토마스 근처 산책길에 가면 그의 동상을 볼 수 있는데, 유대인인 탓에 나치 정권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작년에 새롭게 지어진 거야. 그가 그토록 존경했던 바흐의 동상과 마주 보고 있으니 그가 무척 기뻐하겠군. 건너편에 있는 것이 1843년에 그가 직접 세운 바흐의 동상이거든. 성 토마스 교회 앞에 있는 건 1908년에 시 당국에 의해서 세워진 거지. 그의 집은 내가 살던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네. 그는 이곳 2층에서 1845년부터 가족들과 살다가 1847년 11월 4일에 숨을 거두었어. 서른여덟의 젊은 나이였지. 부유한 그의 집안을 보여주듯이 넓은 정원 후기 고전주의 스타일의 갖춘 건물 내부에는 그가 생전에 사용했던 가구와 문서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 참, 올해가 멘델스존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군. 라이프치히 곳곳에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겠구먼.

라이프치히 문화의 상징, 게반트하우스
하루쯤 게반트하우스에서 콘서트를 관람하는 게 어떻겠나? 1,905석과 493석 규모의 두 개의 홀을 갖춘 게반트하우스는 빼어난 음향효과를 자랑하는 콘서트홀이지. 세계적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기반을 둔 곳이기도 하고 말이야. 게반트하우스는 ‘직물조합회관’이라는 뜻이야. 이름 그대로 직물 업자들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전시도 했던 곳이지. 재밌지 않은가? 보통 오케스트라는 기반을 둔 도시의 이름을 따게 마련인데, ‘직물조합회관 오케스트라’라니 말이야. 사연은 이렇다네. 1743년에 직물업자 몇 명이서 음악가를 초청해서 그들의 저택에서 콘서트를 즐겼는데, 그들은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어. 그래서 회의도 하고 콘서트도 즐길 겸 1781년에 게반트하우스를 열게 된 거지. 3년 뒤 새로운 콘서트홀이 지어졌지만, 한때 연주했던 게반트하우스의 이름을 따서 오늘날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된 거야. 현재 아우구스투스 광장에 서 있는 게반트하우스는 1981년에 세워진 세 번째 콘서트홀이지. 이곳에서는 거의 매일 공연이 열리니까 시간 내서 꼭 가보도록 해. 유명 공연이 아니면 가격도 20유로 수준으로 저렴하거든. 그리고 음반을 사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야. 1층의 레코드숍에서는 수준 높은 클래식 음반과 CD를 구입할 수 있지.
공연을 보기 전에 근처의 악기 박물관에 들르면 되겠군. 16세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무려 5천여 개의 악기를 갖추고 있는 곳인데, 1571년산 이슬람 양식의 베네치아 스피넷, 1720년에 크리스토포리(Christophoris, B.)가 만든 최초의 피아노처럼 역사가 느껴지는 것부터 화장대나 티 테이블 겸용 오르간, 건반, 클라리넷, 호른 등 온갖 종류의 한꺼번에 부착한 악기 등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도 볼 수 있어. 음향을 통해서 악기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고 2층에서는 몇 가지 악기를 직접 연주할 수도 있지. 신난다고 너무 세게 두드리진 말게. 망가뜨리면 곤란하니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음악의 아버지. 독일 아이제나흐 태생으로 바로크 시대의 대작곡가다. 고전주의 이전 시대의 음악을 통합했음은 물론 그 이후 시대 음악의 시발점을 담당한 그는 서양음악계의 절대적인 존재이다.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
독일 국민가극의 창시자. 국민 오페라를 수립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마탄의 사수’는 낭만파 오페라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태 수난곡(Matthaus Passion)
바흐가 1729년경 작곡한 곡으로 성경의 ‘마태복음’을 토대로 예수의 생애와 고난을 담고 있다. 슬픔, 분노, 기쁨, 공포 등 인간의 희로애락이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음악역사 속에서 인류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악으로 물들다
이제 음악의 고도(古都) 드레스덴으로 가보세. 드레스덴은 두 개의 오케스트라를 갖춘 도시야. 무려 460년 역사를 갖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180여 년 전 창단된 드레스덴 필하모니가 그것이지. 또 크로이츠키르헤(Kreuzkirche, 성 십자가 교회)의 소년합창단도 빠트릴 수 없지. 이들은 700년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합창단일세. 드레스덴에는 슈타츠카펠레의 주무대인 젬퍼 오퍼(Semperoper)라는 유명한 오페라 극장이 있는데, 베버는 이곳의 전신인 작센 궁정 오페라의, 바그너는 젬퍼 오퍼의 궁정악장을 역임했지.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공연을 만날 수 있다네. 인터넷을 통해서 미리 예매하는 게 좋지만 현장판매용을 따로 남겨두니, 공연을 보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될 게야. 이곳에서 7년간 궁정악장을 지낸 베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면 드레스덴 외곽의 필니츠(Pillmnitz)라는 동네에 가보게. 1818년부터 1824년까지 베버가 여름마다 머물던 그의 별장을 박물관으로 꾸며 놨거든. 당시 그가 사용하던 물건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어.
저녁에는 드레스덴으로 돌아와서 프라우엔키르헤(Frauenkirche, 성모교회)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가게나. 수요일과 토요일에 열리는데, 가격은 자석과 공연에 따라 20~80유로 정도야. 스케줄을 보니 자네가 가는 날에는 드레스덴 카펠솔리스텐(Dresdner Kapellsolisten)가 바흐의 곡을 연주하는군.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건 알지만 졸지 말게! 행여 클래식 감상은 도저히 자신이 없거나 경비가 넉넉지 않으면 저녁때 드레스덴 구시가지를 거닐어 보게나. 곳곳에서 거리의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이 들려주는 선율이 그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어. 적당한 곳에 걸터앉아서 음악을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 음악 도시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걸세. 내 장담하지.

Mini Interwiew 칼 마리아 폰 베버 드레스덴 음악대학 표제구 씨  칼 마리아 폰 베버 드레스덴 음악대학에서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로 슈만의 곡을 들을 수 있었다. 주인공은 피아노를 전공 중인 한국인 표제구 씨. 그와 나눈 짧은 인터뷰.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피아노를 시작한 건 8살부터다. 원래 어머니의 꿈이 피아니스트셨다. 그래서 내게 피아노를 가리키셨는데, 처음에는 싫었지만 언제부턴가 피아노를 내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Q. 이곳에서 공부한 지는 얼마나 됐나? A. 2006년 7월에 입학했다.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후 이곳에서 디플로마 과정을 끝내고 현재 최고과정을 이수 중이다. 공부를 마치려면 1년 반 정도가 남았다. Q. 이 학교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베토벤이나 바흐, 슈만, 바그너 등 독일 작곡가의 음악을 즐겨 들어서 그들의 본고장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특히 드레스덴은 2개의 오케스트라가 있는 도시이고, 이 학교는 그곳의 단원들을 양성했던 학교였다. 개인적으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가장 좋아하는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학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도 이곳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Q. 앞으로 어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가? A. 임미정 피아니스트(현 한세대 교수)를 존경한다. 국내 최초로 평양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했는데, 나도 음악으로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그런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또 독일은 쉽게 연주할 곳을 찾을 수 있는 데 비해서 한국은 연주자가 직접 공연장을 빌려야 해서 돈이 없으면 연주회를 하기가 쉽지 않다. 음악가들이 자유롭게 공연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Tip. 칼 마리아 폰 베버 드레스덴 음악대학은? 150년 역사를 지닌 종합음악대학. 독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음악대학 중 하나로 초기에는 드레스덴 오케스트라의 후진을 양성하는 곳이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드레스덴 필하모니의 단원과 학자들로 이루어진 교수진을 바탕으로,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교육은 물론 재즈, 록, 팝 등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음악교육을 자랑한다. 전체 학생 수는 600명이며 현재 150여 명의 한국학생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