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우신 우리 장모님

아내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중국 베이징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평생 해외여행이라고는 가보신 적이 없던 장모님은 여행 전부터 무척 들떠 계셨고, 결국 여행 전날 얼마 전 중국을 다녀온 옆집 아주머니에게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번에 중국 다녀오셨죠? 저도 내일 중국에 가요"
"그래요? 좋으시겠네요. 중국 참 볼 것도 많고 좋더라고요. 그런데 중국 어디로 가시나요?"
"글쎄요. 베이징이라나 뭐라나."
"베이징? 그게 어디죠? 이왕 중국 가려면 저처럼 북경을 갔다 오시지 왜 그런 이름도 없는 촌구석을 가세요? 북경이 정말 볼 것도 많고 규모도 어마어마하던데…."
베이징 대신 북경을 가시라니! 결국, 어이없는 오해로 마음이 상한 장모님은 공항에서도,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내내 표정이 좋지 않으셨고,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가 이유를 묻자 섭섭하시다는 듯 이웃집 아주머니의 얘기를 전하셨다. 그 예기를 듣고 나와 아내가 기내가 떠나가도록 배를 잡은 것은 당연한 일. 안 그래도 섭섭했던 장모님은 계속 웃기만 하는 우리를 보고 더 기분이 상하셨다가 북경과 베이징이 같은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시고는 비행기 안에서 쥐궝이라도 찾을 듯이 창피해 하셨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뷔페식 아침식사를 끝난 장모님은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서방, 어제 오해도 있고 하니 오늘 아침 식사비는 내가 계산할게."
에구머니! 호텔 숙박비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모르셨던 장모님이 지갑을 꺼내서 계산할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러실 필요 없다고 말렸지만 장모님은 막무가내로 식사비를 내겠다고 하셨고, 그런 장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전날 일에 이어 이번 일까지, 창피해서 여행 내내 얼굴을 못 드신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장모님께 아침밥을 얻어(?)먹었다. 덕분에 나는 돈을 받아 장모님이 눈치 못 채도록 카운터에 가서 계산하는 척 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장모님과 함께 한 첫 해외여행은 우리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겨 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처가댁에 방문하면 어김없이 그때 그 사건을 들추면서 장모님을 무안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