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ning! The Earth is in Danger
세계지도가 변하고 있다

지구는, 그리고 세계적인 관광명소는 경고한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서, 물이 오염돼서, 모여드는 관광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점차 죽어가고 있다고. 결국 모두 사람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귀기울이지 않는다. 사라지기 전에 그곳에 가봐야 할 텐데, 하는 짧은 생각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라지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아니, 그곳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의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지구상에 위험에 처한 지역과 명소를 정리해보았다. 당장 행동에 나서라고 선동할 마음도, 자격도 없다. 다만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작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싶었을 뿐이다.

Climate Change
지구온난화라는 단어가 아직까지 우리의 먼 미래 이야기로만 느껴진다면, 그건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1년에 수십 차례씩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곳이 있는가 하면, 불과 수년 내에 지도상에서 없어질 위기에 처한 나라들도 있다. 그것도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없어지게 만들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지구의 선물이자 삶의 터전들이다.

가장 먼저 사라질 보석 같은 섬나라 투발루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투발루가 완전히 물에 잠길 때까지 50년이 남았다고 했는데, 이젠 3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수면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투발루의 테이 부총리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전체 인구 1만여 명의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작은 섬나라 투발루. 가장 높은 지역이 해발 3.7미터에 불과한데다 지구의 평균 해수면 상승의 3배 수준인 5.3밀리미터의 해수면이 매년 상승하면서 이 작고 아름다운 나라는 어느 순간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없어질 나라로 변해버렸다.
영토가 완전히 잠길 때까지 아직 수십 년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끼치는 폐해는 영토 수몰만이 아니다. 폭풍의 발생 빈도가 2배나 높아지면서 바닷물이 도시에 침투해 저지대가 온통 물에 잠겨버리는가 하면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지하수층을 뚫고 올라와 식수도 턱없이 부족해졌다. 잦은 폭풍 때문에 고기잡이 배들은 일손을 놓기 일쑤다. 끝이 아니다. 침투했던 바닷물이 해안으로 쓸려가면서 토양이 유실되고 염분 농도가 짙어진 탓에 주식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너무나 아름다운 이 작은 섬나라는 지난 2001년 ‘국토포기’를 선언했고 삶의 터전을 찾아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투발루의 국민들은 지구 최초의 ‘기후 난민’으로 전락했다. 이 작은 섬나라는 과연, 언제까지 지도상에 기록될 수 있을까.

위험에 처한 허니문 스팟, 몰디브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나라는 투발루만이 아니다. 허니무너들의 꿈의 여행지이자 나라 전체가 에메랄드빛 바다에 둘러싸인 지상 낙원 몰디브도 수몰 위기에 처해있다. 영토의 평균 고도가 해발 2.1미터에 불과한데다 80퍼센트 이상의 영토가 해발 고도 1미터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 대통령과 장관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 잠수장비를 갖춰 입고 바다 속에서 내각회의를 열기도 했지만 미래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지구온난화가 지금의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2100년에는 영토 전체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35만 명의 몰디브 국민들도 ‘기후 난민’으로 불릴 날이 머지않았다. 아니, 벌써 수몰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다른 땅을 찾아 떠나기 시작한 국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국가가 나서 국민들이 이주할 새로운 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그리고 조상들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온 땅을 버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터. 그래서 얼마 전 몰디브는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선포를 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들이 동참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시드 대통령의 호소는 더욱 절박하다. “우리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손자들도 몰디브에서 키우고 싶습니다.”

물에 잠기는 수상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한다는 여행지인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네치아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펄에 수많은 나무 기둥을 박아 만든 지반이 서서히 침하되고 있기도 하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에 급격하게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가 물에 잠기는 큰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횟수가 1년에 60여 차례에 달할 정도다. 특히 겨울철에 홍수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이맘때쯤이면 물에 잠긴 베네치아의 사진이 종종 뉴스에 실리곤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베네치아에 가볼 기회를 영영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베네치아의 해수면은 최근 100년 동안 24센티미터가 상승했는데, 과학자들은 지반침하와 해수면 상승이 지속되면 향후 100년 이내에 베네치아 전체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 환경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리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리고 있다.
베네치아 당국은 바닷물이 베네치아로 밀려오는 관문에 거대한 금속제 방벽 78개를 이어 붙여 거대한 밀물을 막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환경론자들의 반대와 자금 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것이다.

생명을 잃어가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지구온난화로 생존을 위협받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이자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락지인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산호초들을 위협하는 것은 수온이다. 수온이 상승해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지고 산성도가 증가하면 산호초의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진행되는데, 이 현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산호초는 죽어버리고 만다. 유네스코는 얼마 전 기후변화가 문화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기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 증가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70퍼센트 이상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과학자들은 2030년 이내에 모든 산호초가 고사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산호초 고사 현상은 이미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지난 수년간 일부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면서 죽어갔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자연유산 중 하나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 거대한 산호초 군락이 없어지면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바다거북들을 비롯한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수백만 종의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파괴는 꼭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더 이상 볼 수 없을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정상을 뒤덮은 채 1만 2천여 년의 시간 동안 신비로움을 간직해 왔던 만년설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해안보다 고지대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그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 심각한 것은 이제 막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 부분의 만년설이 이미 녹아내려 흙과 빙설 조각들만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상황인데, 미국의 오하이오 주립대학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12년에 측정했을 때에 비해 이미 85퍼센트가 녹아내렸다고 한다. 특히 2000년 이후에만 26퍼센트가 감소했을 정도로 녹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남아있는 만년설의 두께도 감소하고 있는데, 북벽은 1.9미터가량, 남벽은 5.1미터가량 얇아졌다. 이 만년설은 짧으면 10여 년, 길어야 20여 년 뒤에는 모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을 가진 산의 이름, 킬리만자로가 그 생명력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구 온도 상승의 최대 피해자, 빙하 지구가 얼마나 뜨거워지고 있는지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예는 빙하다. 최근의 변화들을 보면 46억 년 지구 역사상 가장 스펙터클한 일들이 현재 빙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 탄생 이후 지금까지 지구의 온도는 7도 정도 올랐다고 관측됐다. 그러나 지난 100년 동안 지구 온도는 0.6도 상승했다. 그 결과 1만 8천 년 된 안데스 산맥 빙하가 10여 년 만에 반쪽이 됐다. 북극 여름철 빙하의 종말 역시 2040년으로 예견되어 있다.
남미에 위치한 안데스 산맥에서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호수인 아르헨티노 호수를 형성했다. 이 호수 주변에는 오넬리, 페리토 모네로, 웁살라 등 세 곳의 빙하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빙하이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웁살라 빙하다.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에 자리한 웁살라 빙하는 그 크기만 해도 서울의 면적과도 맞먹는 600평방킬로미터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웁살라는 1년에 200미터씩 고산지대로 밀려가고 있다. 70여 년 전만 해도 거대한 얼음 산이던 것이 현재는 대부분 물로 녹아버렸고, 그나마 남은 것도 빙벽이 쩍쩍 갈라지며 물속으로 스러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빙하로 가장 오랫동안 관심을 받고 있는 극지방의 변화는 더욱 크다. 국제 극지 연구학자들은 남극의 서쪽 지역에 위치한 빙하가 해마다 1천억 톤 가량 줄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 남극을 여행하는 사람은 불과 몇 년 전 사진과도 똑 같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라져 가는 빙하 지대의 면적과 소멸 시간은 과학자들도 놀랄 만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40킬로미터 길이의 거대한 빙붕인 윌킨스 빙붕은 균열이 확인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붕괴되었다. 남극 온도가 50년간 3도나 상승했다고 하니, 보는 즉시 경외감으로 할 말을 잃는다는 거대한 빙산을 볼 날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북극을 구성하는 곳 중 하나인 알래스카의 빙하도 예외가 아니다. 알래스카 대학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알래스카 빙하는 매년 2미터씩 낮아지고 있다. 특히 알래스카관광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컬럼비아 빙하(앵커리지와 멜디즈 사이에 위치)의 경우 5년 전보다 150미터나 낮아졌고, 하루 35미터씩이나 흘러간다. 때문에 사람들의 빙하 크루즈는 늘어날지언정 우리가 알던 빙하들은 더 이상 그곳에 없다.

Endangered World Heritage
세계는 넓고 가봐야 할 곳은 많다. 그중에서도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특히 그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의미 곳일 때는 더욱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의문이 든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는 명소들, 내 발길이 그들이 사라지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캄보디아의 운명이 이곳에, 앙코르와트 캄보디아 시엠립에 자리한 앙코르와트는 ‘세계 7대 불가사의’, ‘동남아 최대의 문화유적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한때 동남아 전역을 호령하던 옛 크메르 제국의 도읍지로, 30여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진 사원과 왕국 등 수십 개의 고대 건축물은 전 세계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앙코르와트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 말이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헛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앙코르와트의 건축 원료가 사암인데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제멋대로 나무줄기가 뻗어 나와 유적지의 돌을 무너트린 게 사실. 게다가 앙코르와트가 무너진다는 말 때문인지 매년 20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유적지가 위협받고 있다. 관광객이 늘면서 주변 지역에 호텔과 인구가 급증한 탓에 하수를 강에 방류하거나 물 사용량 증가로 지하수마저 고갈되는 등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앙코르와트 사원을 지탱하고 있는 지반이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거대한 규모가 인간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신들이 만들어놓은 퍼즐이라 불리는 앙코르와트. 수백 년 동안 무성해진 정글과 내전을 견뎌낸 신들의 도시를 인간이 무너트리는 엄청난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관광객으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에만 즐거워할 일은 아니지 싶다.

고대의 무덤이 영원히 묻힐 수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 고대 문명과 이집트를 상징하는 거대한 유적 피라미드. 고왕국의 전성기인 B.C.2700년경에 만들어진 기자의 피라미드는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고대 유적 가운데 유일하게 오늘날까지 제 모습을 갖춘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4,600여 년의 세월 동안 사막을 지켜온 기자 피라미드가 위기에 처했다. 창건 당시 146.7미터 높이였던 쿠푸왕의 대 피라미드는 꼭대기가 마모되어 137.2미터로 낮아졌고, 쿠푸의 아들인 카프레 왕 피라미드 앞에 있는 세계 최대의 스핑크스 석상은 코가 뭉개지고 턱이 떨어져 나가는 등 곳곳이 훼손된 것이다. 수천 년간 사막의 모랫바람을 맞고 때로 인간의 파괴 위협에 시달린 결과다. 매년 이집트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약 1천만 명에 달하고 이들 대부분이 기자의 피라미드를 찾는다. 유적 주변으로 낙타나 말을 타고 다니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상인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낙타, 말 등을 타라고 끈질기게 호객하고 이를 제지하는 단속인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이집트 정부는 피라미드를 보호하고 이 지역의 보안을 개선하기 위해 주변에 적외선 센서, CCTV, 금속체인으로 만든 약 20킬로미터의 울타리 등을 설치하고 있다. 지금의 이런 조치들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정녕 누런색의 타지마할을 보고 싶은가! 인도 타지마할 기자가 꼽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베스트 5’에 인도는 늘 빠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인도영화를 좋아하는 까닭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 만난 인도는 늘 역사와 종교가 바탕이 된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도 하면 역시 떠오르는 건 백색 대리석의 눈부신 화려함을 뽐내는 타지마할이다. 16~19세기 번성했던 무굴제국의 샤 자한 황제가 죽은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이 걸작품은 매일 2만 명, 매년 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만큼 인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그런데, ‘백색의 진주’라 불리는 타지마할의 아름다운 외관이 점차 부식되고 누렇게 퇴색되고 있다. 주변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각종 공해물질 및 매연, 산성비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그라 지역의 오염으로 타지마할로 유입되는 강물이 부족해지면서 건물 벽 곳곳에 균열이 나타나기도 했다. 인도 당국은 대리석을 고정시키는 거물쇠가 물에 노출돼 녹슬었으며, 현재는 이를 구리와 강철로 교체해 건축물에 균열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심각한 오염이 계속되는 한 이 아름다운 유물이 계속 버텨줄지는 미지수다.

탑이 무너진다면?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쓰러질 듯 버티고 있는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에는 피사의 사탑을 바로 세우려는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각도를 절묘하게 맞춰 마치 내가 두 팔로 피사의 사탑을 버티는 것 같은 익살스러운 포즈에 사람들은 미소를 짓지만, 이 모습을 그저 재미있는 그림으로 웃어넘기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연구과 노력이 뒤따랐다는 사실을 아는지? 반갑게도 얼마 전 8백 년 동안 끊임없이 남쪽으로 기울던 피사의 사탑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땅속에 묻은 모니터 관측 결과 7년 동안 기울기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중세 때 도시국가 피사가 팔레르모 해전에서 사라센 함대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피사의 사탑은 건설 당시부터 지반이 불안정한 점토 지대인 탓에 한쪽이 탑이 기우는 문제가 있었는데, 1272년 완공 후 매년 1밀리미터씩 기울어 2050년이면 무너질 위기에 처했었다. 다행히 이탈리아 당국은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시작, 10년간 탑을 바로 세우려 애썼고 그 결과 4.5미터까지 기울기를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피사의 사탑은 2001년부터 제한적이지만 다시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똑바로 선 피사의 사탑도, 무너져 내린 피사의 사탑도 아닐 것이다. 이름 그대로 쓰러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서 있는 피사의 사탑이 보존될 수 있으려면 이탈리아 당국의 노력뿐 아니라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협조 또한 절실하다.

사라져가는 동식물, 죽어가는 섬,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에콰도르의 서쪽 해안에서 약 1천 킬로미터 떨어진 화산섬 갈라파고스 제도. 이구아나, 코끼리거북, 갈레파고스펭귄 등 육지와 격리돼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등 희귀종이 많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는데 참고로 삼았을 정도로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이곳이 죽어가고 있다. 이유는 관광객의 증가다. 1990년 4만 명이던 관광객은 2006년 14만 명으로 늘었고, 15년간 호텔은 33곳에서 65곳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은 갈라파고스 섬에 불법 거주하며 상어와 해삼 등을 포획하며, 무분별한 외부 동식물의 유입으로 고유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2007년 유네스코는 이곳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분류했으며 에콰도르 대통령은 갈라파고스가 위험해 처했음을 선언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전문가들은 환경과 고유종을 보존할 장기 전력 없이 경제 성장을 지속한 탓에 다른 대륙보다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며 경고한다. 관광객들은 이곳에 들어가려면 자연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만 한다. 오렌지색과 분홍색의 이구아나가 다니고 바다사자의 울음소리 들리는 곳,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과 무분별한 남용이 지구 유일의 생태계가 발달한 섬을 죽음의 섬으로 전락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