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히티의 달콤한 유혹
Tahiti's Sweet Temptation

후기 인상파의 거장 폴 고갱이 평생을 보내며 특별히 사랑했던 섬 타히티. 영화배우 말론 브란도는 죽어서도 육신의 반쪽을 그가 사랑한 타히티의 여인을 위해 보라보라에 묻혔을 만큼 타히티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런 유혹의섬 타히티를 크루즈로 돌아보는 행운을 얻었다.

타히티로 가려면 현재로서는 인천에서 일본 오사카까지 1시간 40분,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타히티 누이 항공으로 갈아타기 위해 2시간여를 기다려야 되고, 탑승 후 11시간 30분이 지나야 수도 파페에테 공항에 도착한다. 타히티로 가는 길이 멀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사랑의 섬’으로 불리는 타히티 섬과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경치가 있는 후아히네, 라이에테, 타하, 보라보라, 모레아가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간사이공항의 타히티 행 탑승구 앞에는 타히티로 신혼여행을 떠나려는 일본의 허니무너들로 붐비고 있다. 승객 대부분이 일본인들로 원주민인 타히티 사람들이나 파란 눈의 서양인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까? 기내 안내방송은 프랑스어와 일본어 그리고 영어 순으로 들려온다.
‘타히티’하면 우선 유명한 화가 ‘폴 고갱’이 그림을 그리며 평생을 보냈던 곳으로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그리 쉽지가 않다. 비싼 항공요금과 호화 리조트 객실료, 그리고 카페리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섬을 이동할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에어 택시료(경비행기)등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히티로의 여행은 서양인들조차도 부호들만 가는 초특급 여행지로 인식되어 있다.
타히티섬을 보면 표주박 모양처럼 생겼다. 수도인 파페에테의 ‘파페’가 물이고 ‘에테’가 바구니라는 뜻을 갖고 있으니 표주박이 맞을 듯도 하다. 또한 타히티에서 ‘누이(Nui)’는 큰 섬일 때, ‘이티(ITi)’는 작은 섬일 때 붙이는 단어이기에 타히티섬의 규모를 대략 짐작 가능하겠다.

축복받은 섬 후아히네 지난밤, 파페에테항을 출항한 크루즈가 후아히네 항구에 도착한 것은 아침 8시경이었다. 타히티 파페에테 공항으로부터 경비행기로 3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후아히네는 오래 전부터 유럽인들의 바캉스 장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었다. 적당량의 강우량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인해 푸르고 울창한 숲과 나무 그리고 열대 식물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후아히네는 언제나 자연 그대로를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는 이미 1천 년 전부터 집촌을 이루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는 돌의 유적들이 남아있다. 지금도 이 지역에 널려있는 열대 과일과 풍부한 바다 어종은 후아히네가 지상의 낙원으로 풍요로운 땅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관광지로 꾸미려는 대다수의 국가들처럼 개발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오직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순수의 땅이 ‘후이히네’라고 가이드는 강조한다. 하얀 백사장 옆에 몰려 살고 있는 원주민촌과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짙푸른 바다 색깔을 감상하는데 1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후아히네 누이의 서쪽 끝에는 티아레 비치리조트가 있다. 다크 불루라군과 일몰시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고급 리조트이다.

라이에테는 요트 세일링의 천국 타히티의 모든 섬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관광과 쇼핑은 물론 스킨스쿠버 다이빙, 수상스키, 전세요트 크루징, 바다낚시, 카약 등 흥미진진하고 액티비티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해양 스포츠 천국이라는 것이다. 특히 라이에테는 잘 갖추어진 여러 개의 마리나 시설에 수많은 고급 요트들이 정박하고 있고 요트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해양 스포츠 관광지로 유명하다. 호화스런 카타마린과 세일링 요트, 모터보트 등 해안에는 끊임없이 하얀 요트들이 바람을 맞으며 오가고 있다.
라이에테에서는 섬 일주 투어를 할 수 있는 전세요트를 운영하는 요트클럽(www.archipels.com)이 있다. 한국인들도 가끔 3~4일 정도 요트를 빌려 라이에테의 자연과 섬들을 둘러보며 환상적인 요트투어를 즐긴다고 한다.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최고급 카타마란 요트는 돛을 올리자 부드럽게 물살을 헤치기 시작한다. 하얀 나비 위에 살포시 앉아 날아가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과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다와 색깔, 숲과 야자수로 둘려 싸인 이름모를 작은 섬들. 눈앞에 펼쳐지는 황홀한 광경에 부호들이 요트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타하섬에는 아름다운 야자수와 라군으로 둘러싸인 르 타하 리조트가 있다. 타히티의 섬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곳 역시 주변의 경관은 에어랄드 빛 바다와 어우러져 한층 고급스러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차터 요트를 빌려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타하 섬을 둘러보는 요트 세일링은 타히티 관광의 숨겨놓은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타히티의 아름다운 섬 중의 섬, 보라보라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환초로 이루어진 프렌치 폴리네시아 섬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보라보라. 타히티언 프린세스 크루즈호가 섬 가까이 다가서자 배안의 모든 승객들이 발코니와 선상 꼭대기로 나와 탄성을 찌르며 카메라 서트를 누르기에 정신이 없다. 사실 타히티를 찾는 관광객들의 주된 목적이 바로 보라보라를 보기위해서다. 해발 710미터의 네모난 오타마누 산(새들의 산)이 자태를 뽐내며 힘들게 찾아온 관광객들을 유난히 푸른 하늘과 눈부신 햇살로 맞이한다.
보라보라의 매력은 무엇일까? 트럭의 화물칸을 개조하여 지붕을 덮은 ‘르 트뤽’ 버스가 타히티의 명물로 관광버스로 이용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제 옷을 훌훌 벗고 남태평양의 바다에 빠져보자. 한바탕 소낙비가 뿌리는 가운데 원주민 아저씨의 익살스러운 몸짓과 노래를 들으며 보트는 수심이 얕은 바다에 멈춘다. 맑고 투명한 보라보라의 바다에 뛰어들어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몸체가 큰 가오리와 노는 즐거움과 놀라움,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수많은 종류의 열대어들의 율동과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보라보라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 ‘대부’로 널리 알려진 배우 ‘말론 브란도’의 러브스토리가 그것이다. 그가 가장 유명세를 떨치던 때에 말론 브란도는 보라보라의 테티아로라(일명 말론 브란도 섬)를 비롯해 20억 달러를 호가하는 13개의 섬을 사들였다. 그는 미국에 자녀를 둔 부인이 있음에도 타히티 원주민인 여인 타리타(Tarita)와 사랑에 빠져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보라보라에 살며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훗날 그가 병든 몸이 되어 미국으로 돌아가 2004년 7월 2일 80세로 여생을 마치기까지 그의 여인 타리타와의 사랑과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려고 했을까? 그는 육신의 반은 미국에, 반은 보라보라의 자신의 섬에 묻혀 있다.

모레아는 ‘남태평양’ 영화 속의 신비한 섬 타히티언 프린세스호가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타히티의 진주 모레아 섬. 보라보라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마치 날개를 펼친 박쥐 모양을 하고 있는 모레아 섬은 영화 ‘남태평양’의 배경이 된 섬이기도 하다. 1958년 제임스 미체너 원작, 로건 감독이 신비의 섬 ‘발리 하이’로 그려졌던 섬으로 수백만 년 전의 화산활동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폴 고갱은 그의 저서 ‘노아 노아’에서 고성 같은 섬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열대림과 깨끗한 비치, 깎아지른 듯 우뚝 솟아있는 뾰족한 산봉우리와 산세의 웅장함이 아름다운 산호초와 어우러져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보면 볼수록 타히티의 자연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상쾌함, 하얀 솜털같은 구름으로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남태평양의 하늘, 색깔이 너무나 고와 질투까지 느껴지는 에메랄드 빛 바다, 시원스레 스쳐가는 한줄기의 소낙비와 바다바람은 떠나올 때 가져온 무거운 걱정들을 한결 가볍게 느끼게 해 준다.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유혹의 섬이자 아름다운 낙원 타히티. 타히티를 찾은 사람들 누구나 이 섬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청정자연에서 묻어나는 축복받은 땅 타히티. 여유있고 순수한 품성을 가진 타히티언들의 낙천적인 생활 모습에서 시간에 쫒기며 살아온 우리에게 느림의 삶이 왜 필요한가를 깨닫게 해주곤 한다. 다시 한 번 타히티를 찾아간다면 타히티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