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ful Culture City, Xiamen
다양한 색으로 무장한 도시

중국하면 으레 붉은 색을 떠올리고, 거대한 절을 떠올리고, 무지막지한 규모의 관광지를 떠올리는 당신에게, 생각을 좀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이 도시, 시아먼에 대해서만큼은. 이 도시에는 아기자기한 자태를 뽐내는 작은 유럽 마을이 있고, 풍부한 색감으로 가득한 문화가 있다. 아름다운 해상 화원에서는 로맨틱한 낭만이 솟아나고, 조용하고 깨끗한 거리에는 삶의 여유가 가득하다.

시아먼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 도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시아먼에 다녀왔다던 한 지인은 출장길에 오르기 며칠 전 이런 이야기를 했다. "참 컬러풀한 도시였다는 것이 기억나요. 다양한 문화가 있었고, 다양한 색깔이 존재하는 도시였어요. 다른도시들과 다르게 '중국' 다운 느낌이 많이 나지 않았다는 것도 기억나네요. 중국 같지 않은 중국, 그렇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만약 당신이, 이 도시로의 여행길에 오른다면 기자는 아마 똑같은 말을 읊조릴 것이다. 그녀의 표현은 100퍼센트 옳았다. 시아먼은 중국 내의 다른 도시와는 사뭇 다른 문화와 색을 지니고 있었고, 경제특구로 지정된 네 번쨰로 잘 사는 거대도시임에도 숨 막히게 바쁘지 않았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삶의 여유가 흘러넘쳤고 따뜻한 남쪽 휴양지로서의 면모도 도처에서 드러났다.

중국 속 작은 유럽을 만나다 시아먼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중국 같지 않은 도시'라고 불린다. 시아먼이 중국에서 네 번째로 잘 사는 도시이고, 위생도시로 꼽힐 만큼 깨끗한 도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도시에는 색다른 정취가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영국과 청나라 사이에 진행된 아편전쟁의 영향으로 영국과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독일 등 서구 열강의 영사관들이 앞다퉈 시아먼에 자리를 잡았다. 영사관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함께 들엉고, 자연히 그들의 문화도 흘러들게 된다. 그래서 시아먼에는 유럽을 옮겨놓은 것 같은 작은 마을이 생겨났다. 유럽인들이 시아먼에 정착하면서 가장 먼저 지은 것은 집이다. 따뜻한 기후와 해상 낙원이라고도 불리는 경치에 반해 별장도 많이 지었다. 중국의 지방 자본세력들이 지은 별장들도 많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영사관 건물이나 집, 별장 수만 해도 1,000여 채에 이를 정도다.
이 도시에 스며든 유럽 문화의 숨결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시아먼 페리승차장에서 배를 타고 10여분을 달렸다. 영사관과 집, 별장들이 모여 있는 고랑서에 가기 위해서다. 고랑서는 시아먼 바다 건너편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시아먼이 고층빌딩 가득한 도심의 느낌을 풍긴다면 고랑서는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휴양지의 느낌을 지닌다. 고랑서에 도착하면 우선 일광암에 오르는 것ㅇ ㅣ좋다. 바다 건너편의 시아먼 뿐 아니라 고랑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서다. 해발 고도 92.5미터의 이 작은 섬 내에서는 가장 높은 지점인 일광암은 아침에 해가 뜰 때 가장 먼저 비치는 바위라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일광암에 오르면 꽤나 많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주황색 지붕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초록색 섬의 탁 트인 전경과 고층빌딩 가득한 시아먼의 전망이 우선 절묘하게 조화된다. 탁 트인 시원함과 파란 하늘을 선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만령의 섬들도 눈에 담을 수 있다.
일광암에서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 길에는 이것저것 볼거리들이 많다. 백여 종류의 조류가 살고 있는 백조원-새들을 가둬놓지 않아 두루미, 공작 등의 새들을 지척에서 볼 수 있다. 하늘이 막혀있지도 않은데 이 새들이 어떻게 이곳에 그냥 살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과 해상화원인 숙장화원, 만석식물원 등은 고랑서를 더욱 풍부한 색으로 물들인다.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아름다운 섬 고랑서를 부르는 애칭이 하나 있다. 바로 '피아노섬'이다. 이 섬에 살고 있는 2만여 명의 주민 대다수가 음악을 사랑하고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70여대의 오래된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는 중국 내의 유일한 피아노 박물관도 있다. 피아노 박물관은 숙장화원 내에 있는데 고랑서 남쪽에 위치한 이 공원은 앞으로는 바다와, 뒤로는 일광암과 접해 있어 더없이 좋은 경치를 자랑한다. 이 공원은 원래는 개인 소유의 별장이었다고 한다. 1895년 대만이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자 대만 사람인 임이가가 시아먼으로 건너와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 자신의 호인 '숙장'을 딴 별장을 만들엇다고. 후에 그가 대만으로 돌아가면서 이 별장을 국가에 헌납했고, 그대로 시아먼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었다(임이가가 쓰던 별장 건물이 지금 피아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숙장화원 바로 옆으로는 3,000여 종의 식물이 한데 모여 살고 있는 만석식물원이 있다. 규모가 큰데다 너른 길과 맑은 공기,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조용히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식물원 안에는 백화정, 난초원, 송삼원 등 20여 개가 넘는 테마별 식물원과 재배지구가 있어 볼거리도 많다. 지구상의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메타세쿼이아나무와 은행나무, 세계 3대 관상수로 꼽히는 중국의 금전송과 일본의 금송, 남양삼나무도 자라고 있다. 진귀한 선인장은 물론 흔치 않은 꽃과 열대거목들도 만날 수 있다.

학생들을 위한 배움의 전당, 집미학촌 도시의 문화를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것은 단연 학교다. 다양한 교육이 폭넓게 이루어질수록 그곳의 문화가 더욱 발전한다고 전재했을 때, 시아먼은 아름다운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튼튼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집미학촌이 있기 때문이다. 집미학촌은 1913년 개교한 소학교를 시작으로 여자소학교, 유아사범, 여자사범, 사범학교, 중학교, 수산, 항해, 농림, 상업무역 등 전문학교들을 연이어 개교하면서 방대한 규모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학교가 아니라 학촌이라 불린다. 집미학촌을 이야기하자면 진가경 선생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시아먼에서 태어난 진가경 선생은 17살 때 벼 장사를 하던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로 건나가 엄청난 양의 부를 축적했다고. 1913년 다시 시아먼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자본만을 가지고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소학교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이 엄청난 규모의 집미학촌의 시작이었다. 현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대부분의 교육과정을 이곳에서 이수할 수 있다. 게다가 가난한 학생들은 무상으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시아먼 사람들에게 진가경 선생은 그래서, 단순히 학교 설립자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학교 내에 선생을 가리는 진가경 선생의 묘와 집미해방기념탑, 그의 업적을 기린 석재탑 등이 있는 이유다. 많은 사람둘이 진가경 선생의 흔적을 찾기 위해 집미학촌을 찾는데 다른 볼거리도 많아 일석이조다. 시아먼에 유입된 유럽식 건축양식과 동남아시아의 건축양식, 중국의 전통 건축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문화의 진수, 남보타사와 소수민족박물관 유입된 다른 문화들과 함께 중국문화도 더욱 화려한 꽃을 피웠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중국 사회에 영향을 미친 불교문화가 두드러지는데, 이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곳은 남보타사다. 1401년~1412년 경 지어진 이 절은 파괴되었다가 재건되고, 다시 파괴되었다가 재건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현재 12개 건물 중 4개 건물이 방문객들에게 공개되어 있는데 절 어디에서나 향을 피우고, 부적을 태우고, 절을 올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남보타사에 들어서면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경건한 마을을 가지게 된다. 기자 역시 잠시, 이들의 소망에 기대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했다.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절에서 해야 하는 일이란 이런 것이 아니던가. 이른 오전시간이었지만 발디딜틈 없이 들어 찬 사람들은 저마다 희망이 담긴 기도를 올리느라 분주했다. 하늘로 올라가는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시아먼에는 또 중국 전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소수민족박물관인 원박원이 그곳이다.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소수민족들의 생활양식이나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는 원박원은 말 그대로 작은 중국이다.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부터 아직까지 옛 방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 소수 민족들의 집과 공연도 볼 수 있다. 조경에도 무척이나 신경을 써 단지 좋은 경치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특히 유명한 것은 중국 신화에서 차용한 달 모양의 월광환.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으로 불을 밝혀 원박원의 대표 조형물로 자리를 잡았다.

겨울에 여행하기 좋은 도시 시아먼을 이야기함에 있어 절대로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도시의 기후에 대한 이야기다. 이 도시는 봄과 가을, 겨울에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바꿔 말하자면, 여름에 여행하는 것은 피하라는 말이다. 아니, 왠만하면 하지 말라는 말이다. 적도 지방과 가까워 아열대 몬순 기후를 지닌 시아먼은 가장 추울 때도 영상 10도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공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야자수의 행렬은 이곳의 기후를 쉽게 짐작케 한다). 하지만 여름에는 44~5도 까지 온도가 치솟는다. 게다가 무척 습하다. 기자는 8월의 한 여름, 이곳에 다녀왔다. 산 경험을 이야기 정도다. 그래서 관광지던 길거리던, 여름의 한낮에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
여름만 피하면 어떤 계절을 선택하던 여행하기 편하다. 특히, 수은주가 뚝 떨어져 몸을 웅크리게 되는 요즘, 다시금 따뜻한 기후가 그리워지는 요즘이 시아먼 여행의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