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nna Painting&Design

Breathe in the Art Treasures
숨쉬다, 시각적 환상 속에서
비엔나는 세계적인 예술 재벌이다. 도시를 가득 메운 갤러리와 갤러리마다 넘쳐나는 세계적 명화, 그리고 습관처럼 예술을 관람하고 소비하는 비엔나 사람들의 3단 조화는 비엔나를 예술의 도시로 인정하게 만든다. '음악을 빼고 비엔나를 논할 수 없다'는 이들도 회화와 디자인 앞에서는 눈을 떼지 못한다. 청각 못지 않게 화려한 시각적 기쁨을 소개한다.

비엔나가 귀족들의 도시로 알려진 것은 합스부르크의 오랜 역사 때문만은 아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도시를 찾아 들었을 때 그들의 에술성을 높이 사고 철저하게 관리한 것, 즉, 돈 냄새를 풍기며 세계 곳곳의 예술가들을 끌어 들여 자국의 핵심 요소로 만드는 등 왕가의 특별한 전략도 한 몫을 했다. 그 결과 비엔나는 세계에서 가장 값진 그림을 보유하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와 음악가들을 배출한 도시가 되었다. 비엔나 사람들이 예술을 삶의 중요한 ㅜ분으로 여기고 살아감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유럽의 한 예술사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예술로 인해 왕국에는 돈이 넘쳐 흘렀다.' 1200년대부터 싹을 틔워 19~20세기에 찬란하게 꽃을 피운 비엔나 미술은 분명 비엔니즈의 자부심이다. 지금 합스부르크의 역사는 끝이 났지만, 세계 대전과 전염병도 예술만큼은 끝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년이 흘렀다. 도시 중심에서는 제국 시대의 유산만 믿고 정체될 수는 없다는 듯 젊은 피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후하고 전통적인 도시에서 톡톡 튀는 디자인이 도시 현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비엔나관광국이 내세운 'Something Old, Something New'의 모토는 그렇게 현실화되고 있다. 어느 쪽이 훌륭하든, 양날의 기능을 가진 칼은 분명 비엔나가 가진 훌륭한 무기임에 틀림 없다.

Something Old:명화, 비엔나를 살찌우는 화수분 사람들은 또한 비엔나를 '황금빛 도시'라 부른다. 19세기 말, 합스부르크가 장렬하게 무너질 때까지 그들이 전략적으로 꽃 피운 예술혼 때문이기도 하고 예술이 창츨한 막대한 부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비단 모차르트와 베토벤 두 사람으로 일궈진 것이 아니다. 그들 못지 않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두 화가, 에곤 쉴레와 구스타프 클림트가 세기말의 비엔나를 지탱하고 이 도시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데 한 몫 했다는 점도 빼놓을수는 없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진품들을 마음껏 보는 것만으로도 비엔나를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비엔나 1구에 위치한 레오폴드 뮤지엄(Leopold Museum)과 4구에 있는 벨베데레 궁전(Schloss Belvedere)에 가면 두 사람이 그린 그 유명한 그림들-클림트의 '키스', '유디트', 쉴레의 '자화상', '포옹', '가족'등-을 만날 수 있다. 방문객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중 하나와 조우하는 것이다. 진품들과 대면한 뒤 당신이 어떤 그림을 가장 좋아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스탕달 신드롬(벅찬 감동으로 인해 이성이 마비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른다. 농담이 아니다. 미술에 문외한이어도 상관 없다. 수많은 엽서와 상품들 속에 인쇄된 공장제 그림만 접하다 진짜 작품을 만났을 때의 충격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토록 파격적인 세기말 미술 이들이 스탕달 신드롬까지 일으킬 만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세기 후반 당시 비엔나에서는 세기말 예술을 '유겐트스틸(Jugendstil)'이라 부르며 하나의 사조로 취급하고 있었다. 제국 시대를 풍미한 보수적이고 엄격했던 예술에 실용성과 화사함을 가미한 새로운 스타일이 등장한 것이다. 프랑스는 이를 아르 누보라 불렀고, 비엔나는 1896년 뮌헨에서 발행한 '유켄트'라는 잡지에서 이름을 따 유겐트스틸(청년 양식)이라 칭했다. 꽃무늬가 기하학적 형태를 띠고 있어 장식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었는데, 이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키스'다. 절벽 위에서 여자를 끌어안은 남자의 옷에 새겨진 직사각형의 남성성, 그리고 품 안으로 드러나는 동글동글한 자상함, 여자의 옷에 그려진 여러 꽃무늬들로 표현되는 여성성 등은 기하학적 형태로 충분히 스토리 있는 회화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클림트는 이 분야에서 최고였고 화가로서 막대한 힘과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유겐트스틸을 쉴레에게 전파한 것이다. 여기서 잠깐, 쉴레로 넘어가기 전에 언급해야 할 사람이 한명 더 있다. 쉴레와 같은 해에 사망한 콜로만 모제. 그는 예술 전반에서 활발히 활동한 멀티 아티스트로 유겐트스틸의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레오폴드 미술관에 가면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도 어딘가 모르게 쉴레와 클림트의 그림자를 느끼며 이들이 같은 시대에 같은 사조를 이어나갔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될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유겐트스틸의 최대 수혜자는 에곤 쉴레다. 지금 봐도 아찔한 누드화와 동성 코드를 보수적이기 이를 데 없는 제국 시대에 공개한 그가, 몇몇 평론가와 후원자들로부터 비엔나의 미래를 짊어질 예술가라는 찬사를 받은 것은 시류의 변화라는 배경이 있었기에가능했다. 18세에 이미 비엔나 미술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에곤 쉴레에 대해서 일부 지지자들은 '다시 없을 천재'라 칭했지만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그를 '병든 뇌의 기형' 또는 '성적 정신병자'라고 표현했다. 어릴때부터 그림에 열광했지만 늘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가까스로 입학한 아카데미에서도 첫 스승에게 '어디 가서 나한테 배웠다고 떠들지 말아라'는 모욕적인 말만 들었다. 그런 그가 클림트를 만난 것이다. 클림트는 악평 속에서 방황하던 쉴레를 비엔나 미술의 중심 지역으로 이끌었다. 둘은 서로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같은 주제로 작품을 창작했다.
클림트와 쉴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솔직함이다. 클림트는 자신이 처음 발 들인 에로티시즘을 상품성 있게 바꾸는 명민함을 보였다. 근대와 현대 사이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위해 가부장적인 이미지를 던지고 여성을 위주로 한 에로티시즘과 따스한 미학에 대한 서사시를 창조한 것이다. 반면 쉴레는 성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감추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인보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줄 수 있는 여인을 선택할 만큼 현실적인 인간이었지만 그림 속에 그는 완전히 발가벗은 채 삶을 응시했고, 동시에 아티스트들이 고상함에 취해 있을 때 욕정에 노출된 힘 없는 인간을 그려냈다.
이 두 예술가가 만들어낸 세기말의 사랑과 삶, 죽음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의 후대들로 하여금 스탕달 신드롬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그 영향력은 영원불멸할 것이다.

Someting New: 젊은 디자이너는 어디에? 비엔나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너 시티에서 떠올리지 못했던 몇 가지 단어들을 수시로 사용하게 된다. 최신의, 트렌디한, 젊은, 실험적인 등등. 중심가보다 훨씨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적 움직임을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짧은 역사가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서 파리는 모더니즘을 정착시키는 데 성공헀지만 비엔나는 변환기의 선두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구축하지 못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비엔나의 미술 대학들이 선진 디자인을 여러 나라에 전파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심가와 가깝게 형성된 5구와 7구의 디자인숍들은 비엔니즈들에게 많은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단지 젊은 층에게 어필할 만한 물건들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19~20세기, 디자이너 요제프 호프만과 콜로만 모제가 설립한 비엔나 작업실(Wienner Werkstatte)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비엔나 작업실에서는 실생활에 유용하며 디자인적 요소가 돋보이는 수제품들을 생산했다(너무 비싸서 일부 부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었지만). 시대가 변해도 이 정통성은 그대로 이어진다. 다양한 숍들은 한 땀 한 땀 정성들인 핸드메이드 제품에 실용성을 가미한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있으니까.

5와 7, 비엔나 트렌드로 가는 입구 비엔나의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7번째 구역(7tm)이다. 좁은 길을 따라 디자인 숍과 편집 매장, 디자이너의 의류 매장 등이 줄지어 있다. 이상적인 출발지인 뮤지엄 콰르티에(Museums Quartier, MQ). 에곤 쉴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레오폴드 뮤지엄과 함께 실험적인 전시가 이어지는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등이 이곳에 있어 뮤지엄 쿼터, 즉 MQ라고 부른다. 이곳을 기점으로 7구역 나들이가 시작된다. 디제잉이 한창인 디자이너 의상숍과 함께 오스트리아 디자이너들의 감각 적인 숍들이 펼쳐진다. 이들은 주로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하며 의상이나 소품뿐 아니라 비엔나의 감성이 투영된 디자인 제품들을 선보인다. 이 부근에 형성된 36개의 숍들은 MQ가 생기면서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해 10년에 걸쳐 하나의 디자인 스트리트가 된 것이다. 5년 전부터 젊은 디자이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해 현재 새로운 관광 지구로까지 발전했다. 모든 숍들을 둘러보기 힘들 때는 7번 구역의 발전을 위해 조직된 예술 연합의 홈페이지(www.7tm.at)에 방문해보자. 시기별 이벤트가 있는 숍을 참고하고 지역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3명 이상이 모였을 경우 각 23유로만 내면 이 지역 전문 가이드와 함께 주변 관광도 할 수 있다. 거기에는 비엔나의 신흥 디자인, 젊은 비엔니즈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도 포함돼 있다. 지하철 2호선 U-Bahn을 타고 Museums Quartier역에서 내리면 된다.
한편, 5번 구역도 빼놓을 수 없다. 비엔나에거 가장 유명한 식료품 시장인 나슈마켓과 가까운 5번 구역에는 좀 더 액티크한 디자인 제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지역은 여러 모로 눈 여겨 볼 만하다. 식료품 가게를 지나 매주 토요일에는 벼룩시장을 구경할 수 있고, 시장을 벗어나자마자 오토바 그너가 디자인한 건축물들으 만나는 데다 조금만 더 걸으면 한적한 디자인 숍들을 만날 수 있기 대문이다. 이 중 방문객들을 위해 문을 연 '비엔나 크리에이티브 기념품 숍'인 바이비엔(WieWien, www.wiewien.at)을 주목하다. 20세기 초 비엔나의 멋을 표현한 디자인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40~50년대 비엔나를 휩쓴 시대의 낭만을 기록한 책과 달력, 장신구들이 '비엔나 스타일' 이라는 이름 하에 전시되어 있어 기념품을 아직 못 산 사람은 이 땅을 떠나며 무엇을 사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군데 더, 비엔나의 컬렉터이자 가수인 아나 스타인이 운영하는 안나 스타인(Anna Stein, www.anna-stein.com)을 추천한다. 특별하고도 값비싼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노블레스 살롱'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옛날 귀족들이 사용할 법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한 달에 한 번 비엔나 상류층들이 이곳에 모여 담소를 나눈다고 하는데, 이는 과거 비엔나의 흐름을 주도한 귀족들의 문화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두 지역에 입이 떡 벌어지는 디자인이 가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심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는 비엔나가 늘 주장하는 '차이의 조화'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젊은 비엔니즈들이 현재 원하는 것이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했다면 이 두 지역에서 가감 없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