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nna Viennese Food

Taste The Viennese Mood
맛보라, 배가 터지도록

원래는(비엔나 취재를 하기 전에는) ‘비엔니즈는 낭만을 먹기 위해 음식을 먹지’ 류의 글을 쓰려고 했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드레스업을 요구했을 때, 코스가 다 나오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고 알려줬을 때, 이메일로 화려한 음식 사진을 받았을 때, 이들은 포크와 나이프로 무드를 썰겠구나 생각했다. 지금은? 드레스업과 2시간의 만찬 시간은 여유롭게, 느긋하게, 대화를 즐기며, 그리고 ‘많이’ 먹기 위해 필요한 조건임을 확인했다. 낭만과 포만이 함께 하는 그들만의 식탁에 함께 가보자.

말차이트! 비엔나 식탁에 대한 몇 가지 코드 비엔나에서 식사 초대를 받았을 경우 손님은 조용히 주인을 쳐다보다 호스트가 식사를 시작하면 ‘말차이트(Mahlzeit)’라고 말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이것은 비엔나 식탁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이다. 물론 레스토랑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맛있게 드세요’ 또는 ‘맛있게 먹겠습니다’ 정도의 의미를 가진 식탁 인사 말차이트는 식탁 위에서의 예절과 음식에 대한 매너를 중요시하는 비엔니즈들에게 기본 규칙과도 같은 것이다.
오늘 저녁, 레스토랑에서 비엔나 사람들과 정찬을 먹기로 결정했다면 식사 시간이 2시간 넘게 이어져도 지루하거나 답답해 해서는 안 된다(밤 10시부터 시작된다 해도 말이다). 약속 장소에 나가기 전, 예약된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물어본 뒤 적절한 차림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비엔나에 테이크 아웃 전문점이 아닌 이상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은 거의 없으니 응당 옷을 조금은 차려 입어야 한다는 사실은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식사가 시작되면 테이블에 팔을 괴는 일 따위는 잊어라. 두 손을 테이블 위에 둔 채로 상대와 가급적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 음식 사이 시간이 너무나 길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외에 딱히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음료가 나오고 전채가 나오고 메인이 나올 때까지, 당신은 한국에서처럼 여러 번 자기도 모르게 재촉을 하려 들 지도 모른다. 참자. 비엔나에서는 어린 아이들도 지루한 시간을 이겨 내며 1인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양을 소화해 내고는 한다. 어릴 때부터 교육 받은 일이라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레스토랑에서 뛰어다니거나 칭얼대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 역시 위에 언급한 몇 가지 조건들만 지키면 무례하다는 말은 듣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콜레스테롤이 가득한 요리를 그것도 엄청난 양으로 섭취하는 비엔니즈를 보고 놀라지 말라. 유시민의 저서 ‘****’에 ‘그들이 자신의 가장 빨리 삶을 죽음으로 유도하는 방법은 식사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이 엄청난 고기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해치우고 소화에 대한 어떤 어급도 하지 않을 때 놀라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어떤 비엔니즈에게도 인정 받게 될 것이다.

COURSE1. 채소를 만나는 절호의 기회, 전채요리 채식주의자는 오스트리아에서 살기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기를 사랑한다. 고기가 지겹다면 에피타이저 시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등장하는 스프가 다소 짜더라도 부디 먹어두라. 샐러드를 따로 주문하지 않는 이상 채소를 섭취할 수 있는 시간은 이 때뿐이다. 물론 식사 전에 레몬에이드나 과일주 등의 음료를 마실 수 있지마 본격적인 채소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이 순간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이 몹시 춥고 길기 때문에 스프가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는 분석은 거짓이 아닌데, 오스트리아에서 나는 풍부한 겨울 채소를 이용한 스프는 오스트리아인들이 고기 외에 섭취하는 거의 유일한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레드 캐비지 스프 또한 그렇다. ‘소화가 되지 않는 음식을 빨리도 먹는’ 것으로 유명한 비엔나 사람들 사이에서 당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속도의 경쟁을 시도해볼 만한 시간도 오직 이 때뿐이다. 

COURSE2. 일례로,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매일 쇠고기 엉치살(Tafelspitz)을 먹었다고 한다. 엄청난 콜레스테롤과 기름덩어리를 섭취하고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당시 수많은 남자들이 삶은 쇠고기에 열광했다. 대유행은 전통이 되었고, 지금도 비엔나 사람들은 쇠고기 덩어리에 으깬 야채나 사워소스를 곁들여 정찬을 즐긴다. 쇠고기 엉치살 요리로 유명한 레스토랑 플라츄타(Plachutta, www.plachutta.at)가 언제나 붐비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고기 요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송아지 커틀릿인 슈니첼(Schnitzel)이다. 돈가스와 비슷한 맛의 얇은 커틀릿은 아무런 양념도 없이 레몬만 뿌려 먹는 것이 특징이다. 지름 30센치미터는 기본이다. 아마도 이 메인 요리 시간에 당신은 비엔나 사람들의 놀라운 소화 능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COURSE3.가벼우면 디저트가 아니다 소식가에게는 다소 힘겨운 양의 만찬이 끝나고 나면 디저트 타임이 찾아온다. 기다리던 디저트가 나왔을 때, 때에 따라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아직 요리가 끝나지 않았나?’ 디저트를 커다란 접시 위에 점 하나 찍은 듯한 감질맛 나는 모양새로 생각했다면 정말 오산이다. 비엔나 사람들은 빵과 케이크,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풍부한 양을 자랑하는 달콤한 디저트를 굉장히 사랑한다. 달콤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생크림을 가득 올린 비엔나 스타일 커피와 함께 커다란 케이크나 패스트리를 (또 한 번) 한 상 가득 채우는 디저트 타임에 환호성을 내지를 것이다. 살 찌는 것만 고려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비엔나의 디저트 타임은 즐거움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그 중 비엔나를 넘어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는 살구잼을 바른 초콜릿 케이크인 자허토르테(Sachertorte)다. 19세기 초 오스트리아 총리를 지낸 메테르니히의 개인 패스트리 요리사였던 헤르 자헤르가 개발한 것이다. 이후 그의 아들은 1876년 가문의 이름을 딴 호텔을 열었고, 비엔나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중 하나로 키워냈다. 그리고 현재 자헤르 호텔 1층 카페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이 호텔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원조 자헤르 토르테를 맛보기 위해서다. 그 밖에도 패스트리와 푸딩, 송로버섯향을 낸 치즈와 과일 등이 인기 있는 디저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