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민족이었다

얼마 전에 캄보디아의 씨엠립에 다녀왔다. 곳곳에 역사와 신화, 전설이 묻어나는 그곳은 마치 신기함과 오묘함으로 가득 찬 보물섬처럼 보였다. 하루는 그 유명한 앙코르와트를 비롯해 바이욘 사원, 코끼리테라스 등을 관람하고 저녁식사를 위해 '평양냉면'에 갔다. 이곳은 북한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역시 같은 민족이어서인지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음식이 조금 느끼해서 마음껏 먹을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고 식사를 하는 도중에 북한 아가씨들의 공연도 펼쳐졌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 반갑습니다. 얼싸안고 좋아 웃음이요. 절싸안고 좋아 눈물일세~"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았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래가 들려오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노래와 함께 전통춤을 선보인 뒤 마지막으로 '또 만나요'라는 곡을 부를 때는 정말 분단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공연이 막 끝났을 때 갑자기 관광객 한 분이 무대로 올라오셨다.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40대의 여성이었는데, 마이크를 잡더니 공연을 너무 감동적으로 보았다며 자신이 받은 감동을 북한 아가씨들에게도 들려주고 싶다고 하셨다. 알고 보니 그분은 대학에서 성악을 가르치는 성악가셨고, 관광객과 북한 아가씨들은 박수를 보냈다.
"누구의 주재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 이천 봉 말은 없어도, 이제야 자유 만민 옷깃 여미,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그분은 정말 마음을 다해서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셨고, 이를 보는 많은 이들은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아마 북한 아가씨들도 깊은 감동을 받지 않았을까? 비록 노래 한 곡이지만 서로 총을 겨누는 한 민족, 헤어진 가족, 갈 수 없는 땅 같은 분단된 조국에서 사는 현실에 모두 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난 그날로 노래를 들려준 성악가분의 팬이 되었다. 한 곡의 노래로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안겨주신 성악가 박은정 님께 정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그분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통일된 땅에서. (정다혜 경기 안산 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