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son Hideaway Resort
나짱의 리조트엔 자연의 숨결이 있다

베트남이란 이름에서 신혼여행이나 휴가를 위한 최고급 리조트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몰디브나 발리, 푸껫과 같이 한국 사람들이 많이, 너무나 많이 찾는 휴양지 대신 이곳을 택하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푸른 바다를 건너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당신은 그 모든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 베트남에도 옥색 바다를 가진 멋진 리조트가 있었나?' 하고, 혹 놀라움을 표시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베트남에 대해 심각하게 오해를 하고 있거나 유통 기한이 지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그러나 뿌리 깊게 우리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그러나 뿌리 깊게 우리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슬플 것만 같은 그런 이미지는 더 이상 베트남을 제대로 요약하지 못한다. 베트콩의 집요한 항전지 혹은 고엽제와 포탄에 상처받은 땅이라는 이미지부터 떠올리기에는 세월도, 세상도 이미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투쟁보다는 삶을, 분노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해변 휴양지인 나짱의 바다 역시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부서지는 에메랄드빛 파도보다 훨씬 아름다운 평화다.

바다 건너 오랫동안 숨어버리고 싶은 그곳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1시간 남짓 비행기로 이동하면 베트남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인 나짱에 닿는다. 호치민에서 비행기로 불과 40여분 정도 떨어져 있는 인구 30만 명의 소도시 나짱에는 낮은 습도와 맑은 기후, 멋진 백사장 등의 조건 덕에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해변 리조트 타운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멋진 곳'은 '붐비는 곳'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고, 왁자지껄하게 붐비는 곳에서 허니문이나 럭셔리한 휴가를 꿈꿀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바다 건너 15분 정도 고속 보트를 타고 달려야 닿는 한적한 해변에 베트남의 최고급 리조트인 에바손 하이더웨이가 자리하고 있다. 손님에게 한층 더 고급스러운 시설과 서비스를, 한층 더 조용하고 때 묻지 않은 장소에서 제공하기 위함이다. 직원의 밝은 웃음과 함께 제공되는 음료를 마시며 보트에 올라 바다를 달리면, 수평선 너머로 나짱 시내가 사라질 즈음 리조트에 닿는다. 반달 모양으로 움푹 패인 만을 따라 베트남 전통 가옥 형태의 갈색 빌라들이 늘어서 있다. 해변에 자리한 빌라는 백사장에서 물장구를 치기에 그만일 것 같고, 언덕 중턱에 자리한 빌라는 전망이 멋질 것 같고, 바닷가 커다란 바위 위에 그림같이 자리 잡은 빌라는 그저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하다.

젊은 리조트, 깨끗한 시설 에바손 하이더웨이는 나짱에서 가장 젊은 리조트에 속한다. 개장한 지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은 리조트이기에 모든 시설이 최고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의 리조트라면 세계 어딜 가나 시설이 낡아서, 혹은 비품이 너무 오래되어 불편을 겪는 일은 결코 없다. 그렇더라도 나무로 지어진 집 구석 구석에서 아직은 은은한 나무 향이 날 정도의 '새 느낌'은 여간 기분 좋은 것이 아니다.
에바손 하이더웨이의 객실은 빌라의 위치와 방 구조에 따라 여러 가지 타입으로 구분된다. 비치 풀 빌라는 해변에 바로 인접한 리조트 중앙에 위치해 있어 해변이든 각종 편의시설로든 접근이 가장 용이한 대신 완전히 고립돼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따라서 여러 명의 일행이 몇 개의 빌라를 쓰는 경우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와 달리 언덕 중턱에 있는 힐 탑 빌라와 스파 스위트 빌라, 바닷가 바위 위에 그림처럼 올라앉은 워터 빌라와 현재 공사 중인 락 빌라는 그 무엇보다 조용한 자신들만의 공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다. 특히 무동력 나무 보트를 타고 입구까지 가야 하는 워터 빌라는, 앞으로는 탁 트인 나짱의 바다와 하늘을, 뒤로는 원숭이가 사는 숲과 바위를 마주하고 있어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준다. 이곳의 하늘은 오전 시간에 아주 맑다가 오후 늦게 비구름이 잠깐 몰려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상, 워터 빌라에 앉아 있으면 바다 저편에서 구름이 피어올라 리조트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해를 서서히 가리며 공기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구름의 조화가 장관을 이룬다.
 
음식도, 자연도 한번에 음미한다 리조트 중앙 해변에 위치한 메인 레스토랑에서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뷔페 혹은 개별 주문으로 맛볼 수 있다. 일급 요리사가 선보이는 요리도 물론 훌륭하지만 - 단,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뷔페의 경우 메뉴가 매일 바뀌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 입에 맞는 음식을 찾지 못하는 날이 있을 수 있다 - 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더욱 맛깔 나게 하는 것은 역시 베트남의 아름다운 자연이다. 유리창 같은 '현대적'인 장치는 하나도 없이 나무 지붕과 나무 기둥, 풀로 만든 발로만 이루어진 레스토랑이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색과 하늘색이 그대로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가 되기 때문이다. 가끔 원숭이가 레스토랑 처마 밑을 방문해 온갖 요리를 즐기고 있는 손님들을 군침만 흘리며 바라보다 숲 속으로 사라지곤 한다.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있는 바 역시 같은 종류의 즐거움을 어느 손님에게나 선사할 준비가 되어 있고,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은 항상 손님이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잃지 않게 한다. 바에서든 레스토랑에서든, 커다란 바위 속에 위치한 리조트의 와인 저장고에 있는 세계 각지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이름 있는 와인 외에도 주방장이 고심해서 고른 루마니아,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온 제 3세계 와인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비웠다 다시 채우는 몸과 마음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새벽부터 어둠이 몰려오기가지, 마음만 먹으면 온갖 종류의 재미를 찾아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천지가 깜깜한 새벽에는 요리사와 직원들을 따라 나짱 시내에서 열리는 새벽시장을 방문할 수 있고, 그곳에서 새벽잠을 쫓아 보내고 돌아온 손님들은 테니스, 스노클링, 트레킹 등 다양한 종류의 스포츠를 위한 시설과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원하는 만큼 이곳의 자연과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몸이 지쳤다 싶으면 연못 위로 머리를 내민 바위를 통통 뛰어 스파 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된다. 그 다음 이미 충분한 명성을 갖고 있는 식스 센스 스파에서  필요한 처방을 받으며 재충전을 한다. 철저한 훈련으 거친 전문 테라피스트의 손길에는 역시, 몸과 머릿속을 새로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다. 해질녘에 리조트 뒤에 위치한 산의 능선을 주의 깊게 보면 나뭇가지들 사이로 타원 모양의 검은 점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는데, 직원들에 의하면 이들이 모두 숲 속에 사는 원숭이들이라 한다. 이 귀여운 녀석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계절에 따라 낮동안 열리는 트레킹에 꼭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물론 그들이 눈앞에 가까이 나타날지 아닐지는 당신의 매력(?)과 그날의 운에 달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