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의 설경을 보는 네 가지 시각 
Let it snow Let it snow

캐나다 서남부 지역에는 토론토도, 밴쿠버도 없다. 다만 눈의 여신이 살고 있는 밴프가 있다. 밴프가 가진 건 눈과 로키 산맥뿐이다. 과거 이 지역의 철도가 들어설 때, 노선 확정 팀장 톰 윌슨이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기가 막히는 풍경이 거기 있다. 눈과 로키 산맥이라는 두 요소가 빚어내는 설경. 인간은 감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전제는 이럴 때 가혹하게 느껴진다.

캐나다의 대자연을 카메라에 담을 때, 두 가지 엇갈린 의견이 있다. ‘찍기만 해도 그림이다’와 ‘인간의 눈 외에는 결코 담을 수 없는 풍경이다’. 이런 광활함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담기란, 자연이 치는 장난에 알면서도 속는 것과 같다. 분명 캐나다의 티 없는 자연은 찍기만 해도 그림이다. 그러나 눈으로 본 것 ‘만큼’의 감동을 사진에 넣을 수는 없다. 카메라를 내리면 분명 거기에 흰색과 청록색과 희미한 푸른색이 공존했는데, 이 기계는 짙거나 옅은 두 가지를 가려낼 뿐이다. 엇갈린 두 의견은 모두 타당하다. 그러나 겨울날 캐나디언 로키를 찍는 기자의 심경은 후자에 가깝다. 사진 기술도 좋지 못하면서 딴에는 한 번 봤다고 아름다움에 찬사를 감하지 않지만, 보는 이도 느껴줄 지는 의문이자 걱정이다.

찬사가 아깝지 않은 샴페인 파우더 우리는 3월이면 으레 봄을 맞지만 밴프는 5월에도 눈이 오고 스키장은 성업 중이다. 알다시피, 세상의 겨울은 한 종류가 아니다. 우리는 영하 5도만 넘어도 외출을 포기하고 사흘 나흘 칩거하지만 그래 봐야 영하 몇 도고, 그래 봐야 석 달이다. 그 겨울이 다인줄 알았는데 밴프에 와서 깨달았다. 영하 20~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6개월 가량 지속되는 밴프에 와서, 추위를 받아 들이는 방법을 우리는 잘 모르고 살았구나, 생각했다. 뚜렷한 사계절이라는 신의 축복 뒤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엄살을 부렸던가.
그래서 밴프에서 만난 눈은 새로운 자극이다. 흰 조미료를 뿌려놓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그러면서 물기 없이 푹신한 설질은 ‘샴페인 파우더’라는 애칭을 받을 만하다. 로키 산맥에 쌓인 눈은 또 어떤가. 깊이 400미터가 넘는다는 정상의 눈들은 멀리서 보면 마치 팥빙수에 흐르는 연유 같기도 하고, 호밀빵에 발라놓은 크림치즈 같기도 하다. 그만큼 부드럽고 탐스럽다. 로키국립공원의 총 면적은 20,238평방킬로미터다. 남한 면적의 20퍼센트나 되는 크기다. 밴프에는 6,641평방킬로미터 규모의 밴프국립공원이 있다. 1885년,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이 이곳에 생겼다. 고도는 1,400미터로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다. 이런 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자연의 정취에 놀라거나 등산화를 든든하게 챙겨 신고 국립공원을 거닐거나 인공적인 것이라고는 곤돌라뿐인 설산스키장에서 멋지게 내려오는 것뿐이다. 또한 밴프에서 재스퍼로 이어지는 300킬로미터 정도의 도로는 세상의 모든 자연과 모든 경이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목적지가 어디든 달리는 내내 당신은 아름다움에 눈이 시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눈 앞에 걸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로키국립공원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기 때문에 밴프에서는 나무 높이보다 높은 3층 이상의 건물은 지을 수 없는데, 도시의 번잡함에 지친 사람에게 이 환경적 도시가 쾌적함을 선물해 주리라.

1. 물 위에서 Lake Louise
밴프에 겨울이 찾아오면 레이크루이스도 얼어붙는다.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다는 레이크루이스의 물빛을 보지 못했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스키든 썰매는 스케이트든 그 위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빙하가 흘러내려 형성된 호수. 1800년대, 인디언들을 고용해 이곳을 탐험하던 사람들이 고된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2. 하늘에서 Icefield Helicopter
‘캐나다의 자연의 진짜 신비로움은 겨울에 온다’는 말이 있다. 헬리 투어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헬리콥터를 이용하면 서울의 1/3 크기인 광활한 얼음벌판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시야가 미치는 곳은 모두 빙하와 산. 1억 7천 5백만 년 전의 태평양 밑바닥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을 몇 장의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3.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Ski Resort
3월과 4월, 자국의 겨울을 잃은 수많은 스키 마니아들이 밴프를 찾는다. 평균 시즌은 11월부터 4월까지며 밴프에만 총 274개의 슬로프가 있다. 평균 적설량은 9미터. 그 중 1926년에 개장한 마운트 노퀘이(Mt. Norquay, +403-762-4421 www.banffnorquay.com)와 레이크 루이스 마운틴 리조트(Lake Louise Mt Resort, +403-522-3555 www.skilouise.com)가 대표적이다. 마운트 노퀘이는 유일하게 금요일 저녁 야간 스키가 가능해 젊은 스키어들이 많이 찾는 곳. 또한 밴프에서 가장 유명한 레이크 루이스 스키 리조트는 슬로프에서 보는 로키의 놀라운 경치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북미 최고의 경관으로도 꼽히며, 캐나다 최고의 급경사면도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