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1. 自然
만끽하라, 자연을

유명한 관광지가 넘치는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고, 아무도 찾지 않는 한적한 시골마을을 홀로 여행하는 것도 그만의 운치가 있습니다. 아마도, 여행이 지닌 ‘일상탈출’이라는 의미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무엇을 하든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돗토리로 여행을 떠나신다면, 그곳의 자연 속을 꼭 거닐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과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수려한 경관, 겨우내 열심히 일한 결과로 꽃망울을 틔우는 예쁜 꽃들 속에서 제가 얻어온 ‘맑음’과 ‘깨끗함’이라는 선물을 당신도 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우연찮게도 한 달 사이에 돗토리를 여행할 기회를 두 번이나 얻었다. 날짜로는 모두 12일. 한 지역을 돌아보기에 결코 짧지 않은 일정이다. 말 그대로 돗토리 전 지역을 샅샅이 훑고 다녔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두 번의 여행을 통해 얻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의 사람들은 무척 친절했고, 웃음이 많았고, 넉넉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시골 사람들은 친절하고, 인심이 좋다’고 말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빌딩숲이 아닌 산과 나무와 꽃과 물과 더불어 살아가며, 조건 없이 많은 것을 내어주는 그들의 풍요로움을 닮아가기 때문은 아닐까. 그곳 사람들의 모습은 높은 곳에 오르려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산과 닮아 있었고,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절경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고, 화려한 색채로 단장하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꽃의 예쁜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취재를 위해 돗토리로 출발하기 전, ‘자연’이라는 주제를 하나의 테마로 잡을 때는 그저 그곳의 유명한 자연 환경들을 소개하자는 마음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것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自然 1 일본엔 후지산, 돗토리엔 다이센산
모든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후지산이 영험한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돗토리현 한중간에 위엄 있는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는 다이센산은 돗토리 사람들의 마음의 안식처다. 지금은 잠시 활동을 쉬고 있는 휴화산인 다이센산의 높이는 1729미터. 한국의 설악산과 비슷한 높이다.
이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목적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등반이다. 동해시와 돗토리를 오가는 페리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 등반객들도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현재는 1709미터까지만 오를 수 있는데 정상까지 가는 길이 무척이나 위험해서 등반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더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는데, 지난해 9월에는 이런 이점을 살려 주목할 만한 대회가 하나 열렸다. 바다에서 카약을 탄 후 다이센산까지는 사이클로 이동, 산 정상까지 다시 걸어서 오르는 철인 3종 경기가 펼쳐진 것. 첫 대회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한국인 참가자 수도 20여 명에 달했다. 돗토리현청은 올해에도 역시 9월 경 이 대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다이센산은 등산 외에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승마. 산 아래 위치한 다이센 승마클럽에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코스의 승마체험을 준비해놓고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승마클럽 내부를 한 바퀴 도는 체험 승마다. 각각 20분과 40분, 80분 동안 다이센산 주위의 길이나 근처 호수를 돌아보는 1, 2, 4킬로미터 코스(각각 3,500엔, 7,000엔, 13,000엔)도 체험할 수 있다. 6명의 전문 인스트럭터가 상주하고 있어 단순한 체험 뿐 아니라 전문적인 강습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주말과 공휴일이 붙어 있는 골든위크나 여름 방학에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다. 승마 클럽 내부를 도는 코스나 1킬로미터 코스는 동시에 두 명이 탈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도 체험할 수 있으나 2, 4킬로미터 코스는 혼자서 타야 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되어야 체험이 가능하다. 승마클럽에는 작은 기념품 숍이 함께 자리 잡고 있어 기념품을 사거나 간단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특히, 자신이 탔던 말의 사진을 구입해 그 날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젖소목장도 가볼 만 하다. 3월부터 12월까지 운영하는 목장에서는 우유로 만든 여러 가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소젖 짜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스키도 다이센산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 중 하나다. 산 주변으로 모두 6개의 크고 작은 스키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한국의 스키장과 같이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 있지는 않지만 다이센산과 인접해 있는 요나고시와 해안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스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겨울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自然 2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 산인해안 지오파크
돗토리현의 자연을 제대로 느끼려면 산인해안(돗토리현과 효고현, 교토후의 해안을 통틀어 산인해안이라 부른다)의 지오파크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산인해안은 현재 일본의 국립공원이자 지오파크(Geopark)로 지정되어 있는데, 지오파크란 지구과학적인 특징을 2개 이상 포함한 자연공원(2004년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세계지오파크네트워크가 발족하면서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지역들을 지오파크로 지정하고 있다)이다. 2만여 년 전까지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던 일본 열도는 빙하기와 간방기를 거치면서 1만 2천여 년 전 대한해협과 쓰가루 해협의 생성과 함께 유라시아 대륙에서 완전히 분리되었는데, 산인해안에 이 역사를 알 수 있는 지질학적 증거들이 남아있다. 이런 의미를 인정해 지난 2008년 12월 일본 정부는 이 지역을 지오파크로 지정했고, 현재는 세계지오파크로 등록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더 큰 이유는 해안선을 따라 기암괴석과 절벽, 작은 섬,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다색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서다. 해안가에서 출항하는 마츠시마 유람선을 이용하면 바다 위로 나가 섬과 섬 사이를 누비면서 자연이 만들어내는 박력 있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데, 거친 파도가 만들어낸 단애절벽과 봄이면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나타네지마 섬의 풍경이 백미다. 만약 파도가 높아 유람선이 운영하지 않으면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155번 해안도로를 따라 경치를 보면 된다. 산인해안은 또 파도가 비교적 높아 여름이면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기도 한다. 기자가 찾았던 2월 초에도 서핑을 하는 사람들-춥지도 않은지!-이 있었을 정도. 해안가에 위치한 우라도메 마을을 통해 갈 수 있는 우라도메 해안을 많이 찾는데, 흰 모래와 푸른 소나무, 암석들이 만들어내는 절경을 즐기면서 서핑이나 해수욕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自然 3 모래사막의 축소판, 돗토리 사구
돗토리에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연 경관 하나가 존재한다. 남북 2킬로미터, 동서 16킬로미터의 광활한 대지가 온통 모래로 뒤덮여 있어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돗토리 사구다. 일본 내에는 사실 여러 곳의 사구가 존재하는데, 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돗토리 사구다. 현재 모래 바닥 밑으로는 먼 옛날 다이센산이 분화했을 때 덮였던 화산재가 있고, 그 밑으로는 옛날 사구의 모래들이 잠들어 있다.
이 사구는 대략 10만여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모래와 바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경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도로와 인접한 사구의 입구에서 출발해 모래언덕을 넘어 20여 분 정도를 걸으면 바닷가에 닿을 수 있다. 신발이 잠기는 모래 언덕을 오르내리는 일은 생각보다 꽤 많은 체력을 요구하지만, 바다와 인접해 있는 높은 언덕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줄어든 체력을 회복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각기 다른 모양의 모래 위 물결무늬는 사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그림을 선사해주며, 특히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날의 무늬가 무척 아름답다. 눈이 오는 겨울에는 온통 하얀 색 밖에 보이지 않는 색다른 풍경도 펼쳐진다. 모래 언덕이 만들어내는 곡선도 눈이 오면 더 부드러워진다고 하는데, 예술가들은 이 광경을 두고 여성의 몸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곡선에 비유하기도 한다고.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과 함께 이곳에서는 모래로 만든 인공적인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사구 옆에 위치한 작은 공원에서 정기적으로 모래조각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 얼마 전까지는 ‘오스트리아’를 주제로 한 조각 작품들을 전시했으나 현재는 문을 닫았고, 오는 4월 29일부터 다음해 1월 10일까지 아프리카의 동물들을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고 하니 참고하자.
사구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도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다. 모래 언덕의 기복이 심해야 탈 수 있는 호주의 샌드보드가 대표적. 일본 내의 사구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샌드보드를 탈 수 있는데 교육을 해주는 인스트럭터가 상주하고 있다. 렌탈과 보험, 지도료를 모두 포함해 2,500엔을 내면 두 시간 동안 여간해서는 경험하기 힘든 샌드보드를 마음껏 타볼 수 있다. 단, 모래가 젖어있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눈이 자주 오는 겨울에는 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샌드보드 뿐 아니라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사구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나를 전한다. 한참 돗토리 사구를 취재하던 중 설명을 해주던 가이드가 기자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한국에서 보내오는 선물이 무척 많아요.”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들려준 말은 다음과 같았다. “세제용기, 페트병, 콜라캔 등이 한국의 동해에서부터 많이 흘러오거든요. 하하.” 얼마 전 전라남도 해안에 중국에서 건너온 쓰레기가 많다는 뉴스에 누리꾼들이 비난을 퍼붓는 댓글을 많이 달아놓은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가이드는 웃었지만, 기자는 웃을 수 없었다. 뚜르드몽드 독자들은 부디,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을 하지 마시길.

自然 4 꽃들이 있어 더욱 즐거운 이곳, 하나카이로
일본인들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유독 좋아해서인지, 일본에서는 전국 어디를 가나 꽃을 주제로 만들어놓은 공원들이 있다. 돗토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큰 규모의 꽃 공원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총 50헥타르의 넓은 부지 위에 지어진 하나카이로다. 사시사철 다양한 종류의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중앙의 플라워 돔과, 돔 주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꽃 회랑이 공원의 중심.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 플라워 돔이 눈에 띄는데, 물론 실내에서 자라고 있는 많은 꽃들도 좋지만 단연 백미는 돔 주변으로 자리를 잡고 들어선 다양한 주제의 작은 공원들이다. 멀리로 다이센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꽃의 언덕에는 계절 따라 팬지와 포피, 루드베키아, 사루비아 등이 피어나고, 유러피안 가든에는 작은 풍차와 연못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이른 새벽녘, 안개를 머금은 화단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안개 정원과 갖가지 허브가 자라고 있는 허브 가든, 연못과 꽃이 어우러지는 수상화단도 인기다. 하나카이로와 교류를 하고 있는 네덜란드로부터 온 튤립 뿌리로 만든 튤립 가든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이 지나가는 2월 말부터는 난 축제가 열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수국과 백합, 장미, 데이지 등 수많은 꽃들의 향연은 다양한 조명을 밝히고 야간 개장을 하는 여름철에 절정을 이룬다.

일본 최초의 러브스토리 발상지, 하쿠토 해안
산인해안 중 해수욕장이 위치한 하쿠토 해안은 현존하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고문서에 등장하는 러브스토리의 무대로 유명하다. 이 러브스토리의 내용은 이렇다. 해안가의 작은 섬에 갇혀 뭍으로 건너오지 못하던 토끼가 주변에 살던 상어에게 누구 친구가 더 많은지 일렬로 줄을 서자고 꾀여 섬을 탈출했고, 속은 것을 안 상어는 토끼의 털을 모두 뽑아버렸다고. 그곳에 살던 9형제의 신 중 막내를 제외한 못된 성미의 형들이 토끼에게 소금기가 있는 바닷물에 담그면 나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고, 막내 신인 오구니누시가 토끼에게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려 토끼의 목숨을 살려줬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인간 세상의 공주인 야카미 히메가 9명 중 한 명을 선택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토끼가 제일 착한 오구니누시를 선택하도록 도와주었다는 것. 하쿠토 해안에 남아있는 작은 섬과 해안가에는 그래서 이 토끼를 모시는 신사가 만들어져 있다.

Information
페리 이용하는 법
DBS크루즈훼리에서 운항하는 페리를 이용해 돗토리로 갈 수 있는데 강원도 동해시에서 3월부터 11월까지는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 6시에 출발, 다음날 아침 9시에 요나고의 사카이미나토항에 입항하며 사카이미나토항에서는 금요일과 일요일 저녁 7시와 8시에 출항한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출항과 입항 시간은 같으나 날짜가 달라진다. 가격은 10만 원 대부터 300만 원 대까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548-5502 www.dbsferry.com

마츠시마 유람선
산인해안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63년부터 운항을 시작했으며 운항횟수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9시 10분부터 4시 10분까지 2~30분 간격으로 유람선을 운항한다. 단체 손님의 경우 희망하는 시간에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유람선의 운항 시간은 40분이며 성인은 1,200엔, 어린이는 600엔에 탑승할 수 있다. 주소, 전화번호 후에 추가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