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는 화산의 에너지를 닮은 그들
KIA ORA, THE LAND OF MAORI PEOPLE

온몸에 문신을 한 채 두 눈을 부릅뜨고 괴성을 지르며 긴 혀를 내민다. 단번에 상대를 제압하는 그들은 용맹한 전사다. 커다란 통나무를 깎고 다듬어 아름다움은 물론 자신들의 역사를 담은 조각품을 만들어낸다. 정교한 조각기술을 가진 그들은 뛰어난 예술가다. 화산의 뜨거운 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왔다. 자연을 지혜롭게 이용할 줄 아는 그들은 현자다. 뉴질랜드 땅의 주인인 마오리는 그렇게 지금까지 자신들의 찬란한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아주 오래전, 폴리네시아로부터 카누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이들은 그때까지 아무도 살지 않던 남태평양의 한 섬나라에 정착했다. 화산으로 이루어진 이 땅을 신의 축복을 받은 터전이라 여긴 사람들.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Maori)족은 위험천만한 환경을 지혜롭게 이용하며 살아갔고, 그렇게 천 년을 이어오며 다양한 예술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18세기경, 유럽인이 이주해왔다. 이쯤 되면 여느 서구 나라가 그러하듯, 원주민을 몰아내고 이 땅을 차지한 이야기가 예상되지만, 뉴질랜드에서 그린 역사는 찾을 수 없다. 이들은 1840년, 조약을 맺어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은 오늘날까지 유지되며 천 년을 이어온 마오리 족의 문화를 찬란하게 이어가고 있다. 공존의 가치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마오리 족의 문화를 찾아서
영국의 마오리 족 사이의 조약은 공존하는 삶을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용맹하고 지혜로운 마오리 족의 문화를 만날 수 있게 하였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면서 마오리 사람들의 삶도 변화했다. 하지만, 현대화된 생활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았고, 뉴질랜드 정부의 보호 아래 마오리 문화는 뉴질랜드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관광 자원이 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마오리 문화를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은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로토루아(Roturua)의 테 푸이아(Te Puia)다. 화카레와레와(Whakarewarewa) 계곡을 끼고 있는 이곳은 로토루아 최대의 지열지대로, 예로부터 따뜻한 기온과 물을 구하기 쉬운 이점으로 인해 마오리 족 사람들의 터전이 되었고, 그들은 이곳에서 온천지열을 이용한 치료법과 요리법을 발전시키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오늘날 뉴질랜드 관광지의 대명사가 된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간헐천을 비롯해 보글거리는 진흙풀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마오리 예술 공예원이다. 마오리 전통예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1963년 설립된 기관으로, 조각공예 학교, 마오리 미술관, 마오리 마을 등을 갖추고 있어 주변의 다양한 볼거리와 더불어 마오리의 문화와 정신을 체험할 수 있다.

조각으로 새기고 역사를 말한다
'천국의 기원'이라는 뜻을 지닌 테 푸이아 정문, 테헤케탕아 아랑이(Te Heketanga a Rangi)를 지나면 본격적인 테 푸이아 관광이 시작된다. 짧게 줄여서 테 푸이아라 불리는 이곳의 원래 이름은 '테화카레와레와탕아 오테오페타우아 와히아오'. 한 번에 읽기 조차 힘든 긴 이름의 뜻은 '와이하오 전사의 출정식장'으로, 마오리 사람들은 이름 속에 그곳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길게 이름을 짓는다고 한다. 정문 옆에는 마오리 문화를 소개하는 갤러리가 자리한다. 갤러리에는 뉴질랜드를 탐험한 최초의 폴리네시아 항해가 중 한 사람인 쿠페(Kupe)에 관한 자료부터 마오리 족의 이동경로, 테 푸이아 지역의 옛 모습 등 다양한 자료가 보관되어 있어 테 푸이아를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 마오리 족의 역사를 살피기에 좋다.
조각공예학교와 직물학교는 뉴질랜드 정부에서 마오리 문화를 발전·계승하기 위해 전액 장학금으로 운영하는 학교다. 이곳 테푸이아에서의 모든 수익금은 이곳을 위해 쓰이는데, 특히, 표기법이 없는 마오리 족에게 조각품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서 구전으로 전해오는 신화와 역사, 전설을 기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언어다. 그래서 전통 공예 조각가는 마오리 문화 계승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조각공예학교는 18세부터 30세 사이의 마오리 족 남자만 입학이 가능하다. 1967년부터 이곳에서 조각 기술을 전수했다는 제임스 리카드(James Rickard) 씨는 이곳을 단순히 조각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마오리 문화를 전수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마오리 족 중에서도 마오리 언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에게 언어부터 역사, 문화 등을 가르쳐 마오리 정신을 심어주죠. 마오리 조각의 모든 문양은 역사에서 오거든요.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조각가가 될 수 없죠." 이런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에 조각공예학교는 1년에 단 4명의 학생만을 받으며, 이들이 공부하는 3년 동안은 외부활동을 금지한다. 마오리 정신을 배우기 전 상업적으로 물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며, 실제 세계적인 조각가 중에는 이곳 조각공예학교 출신이 많다고 한다. 직물학교는 조각공예학교보다는 좀 더 실용적인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플렉스(Flax)라는 뉴질랜드 전역에 자라는 파초 같은 식물을 홍합으로 긁어서 실처럼 만들어 직물을 짜는데, 가방, 옷, 신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광경을 곁에서 구경할 수 있다.

솟아오르는 물기둥의 장관
테 푸이아 관광은 계속해서 포호투 간헐천(Pohutu Geyser)으로 이어진다. 화카레와레와 지열계곡의 여러 간헐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포호투 간헐천은 매시간 한 두 번씩 커다란 물기둥을 분출하는 진기한 볼거리를 선사하는데, 높을 때는 그 높이가 30미터에 이른다고. 부족회관 뒤쪽으로 산책로 처럼 난 숲 길을 따라가면 멀리서부터 진동하는 유황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계곡 위에는 다리가 놓여 있어 간헐천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바위틈에서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수증기와 끓어오르는 진흙 바닥, 그리고 간간이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간헐천이 상상 속 지옥의 불구덩이를 연상케 한다. 포호투 간헐천 근처에는 진흙 열탕이 있는데, 진흙이 부글거리는 모습이 마치 뛰어오르는 개구리와 같다고 해서 유럽인들은 이곳을 '개구리 열탕'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모습만큼이나 부풀어오른 진흙이 '뿅뿅' 하고 터지는 소리가 인상적이다. 테푸이아를 저녁에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면 마오리식 조리법인 항이(Hangi)를 이용한 식사도 할 수 있다. 항이는 지열을 이용한 음식을 요리하는 방법으로 고구마, 감자, 닭고기, 각종 채소 등 원하는 재료를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는 곳에 넣어두면 되는데, 별다른 양념도 없이 단순히 뜨거운 수증기에 익히기만 한 음식이 구수한 향과 함께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지열을 이용한 그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놀랄 뿐이다.

거칠게, 그리고 따뜻하게
마오리 문화를 가장 확실히 체험할 수 있는 건 부족회관에서 열리는 마오리 민속공연이다. 이곳의 부족회관은 뉴질랜드에서 몇 안 되는 완전 목각형 부족회관으로, 선조의 얼을 기르는 곳인만큼 이곳에 들어가려면 마오리의 오랜 전통방식에 따라 방문의식을 치러야 한다. 포우히리(Powhiri)라고 불리는 환영의례는 처음 만나는 쌍방이 조우를 하는 의식으로, 나팔을 불며 부족회관에서 나온 마오리 족은 창을 휘드리며 공격적인 포즈를 취하는데, 이는 방문객이 적인지 친구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 그렇게 한참 상대방의 의사를 살피다가 마오리의 한 전사가 나와 바닥에 나뭇잎 하나를 내려놓는데, 방문객의 남성 대표가 그것을 주워들면 적의가 없다는 뜻으로, 그제야 환영의 소리를 외치며 방문객을 부족회관으로 안내한다. "키아 오리(Kia ora, 안녕하세요)"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서로 코를 맞대는 마오리식 인사인 홍이(Hongi)를 하고 나면 민속공연이 벌어진다. 마오리 족의 전설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액션 송, 솜으로 만든 공을 돌리는 마오리 족의 전통댄스인 포이(Poi), 노래에 맞춰 2명 혹은 4명이 막대를 주고받는 막대놀이 티티토레아(Tititorea)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는데,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전투를 하기 전 전사들이 치르는 도전 의식인 하카(Haka)다. 혹시 럭비 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인 올블랙(All Black)이 경기 시작 전 단체로 추는 춤이 바로 하카로, 눈을 부릅뜨고 혀를 길게 내밀면서 발을 구르는 등의 격렬한 동작을 통해 상대에게 자신들의 강임함을 보여주고 겁을 주기 위한 일종의 군무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 위에서 포이댄스와 하카를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여자들이 포이댄스를 추는 모습은 제법 그럴듯 하지만, 하카를 추는 남자들에게선 상대를 제압하는 기세는 커녕 어설프게 혀를 내민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INFORMATION
Te Puia
주소 Hemo Road, Rotorua
오픈시간 여름 08:00 ~ 18:00
         겨울 08:00 ~ 17:00
         (TePo 18:15 ~ 21:00)
가이드투어 09:00부터 매 시각 정각
공연시간 10:15, 12:15, 15:15
요금 TePuia 어른 NZ$40, 어린이 NZ$20
     TePuia Combo(전통공연 포함)어른 NZ$50, 어린이 NZ$25
     TePo 어른 NZ$99, 어린이 NZ$49.50
     TePoCombo(Te Puia포함) 어른 NZ$130, 어린이 NZ$65
문의 +64 7 348 9047 www.tepuia.com

호수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온천욕의 여유
폴리네시안 스파

로토루아에서는 어딜 가나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 오래전부터 마오리 사람들은 이곳의 온천수를 요리, 난방 등에 이용했는데, 후에 유럽인들에 의해 온천ㅅ의 효능이 밝혀지면서 이곳은 세계적인 온천도시로 떠오르게 되었다. 로토루아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폴리네시안 스파(Polynesian Spa)다. 로토루아 중심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1882년 뉴질랜드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설립한 곳으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콘데나스트지(Conde Nast Traveller Magazine)가 선정한 세계 10대 스파로 지정되었을 만큼 국제적 명성을 자랑한다.
이곳은 라듐이 함유된 산성수와 알칼리수 온천 등 두 개의 천연 미네랄 온천으로 유명한데, 이는 관절염과 근육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이곳이 매력적인 건 로토루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호반에 위치한 노천에서 온천을 즐기며 아름다운 호수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온천풀은 총 28개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성인풀&프리스트 스파(Adult Pools&Priest Spa)'와 아이들을 위한 '가족 스파(Family Spa)' 가족 혹은 연인끼리 독립된 공간에서 스파를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풀(Private Pools)', 최상의 경관과 휴식 라운지, 바 등을 갖춘 '레이크 스파(Lake Spa)' 등 4가지 스타일로 구분되므로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온천욕 외에도 테라피룸이 마련되어 있어 따끈한 광천수에서 몸을 푼 후 마사지로 남은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으며 스파용품 전문점에서는 진흙팩, 스크럽 제품, 향초 등 다양한 목욕용품을 구입할 수 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커피 같은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 카페도 자리한다. 폴리네시안 스파는 모두 남녀 구분이 없는 노천탕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프라이빗 풀을 이용할 계획이 아니라면 반드시 수영복을 준비해야 한다.

INFORMATION
주소 Lakeside, Hinemoa St. Rotorua
오픈시간 08:00 ~ 23:00(마지막 입장 22:15, 스파테라피 09:00 ~ 20:00)
가격 Adult Pools&Priest Spa NZ$20
     Family Spa 어른 NZ$13, 어린이NZ$6, 가족NZ$32
     Private Pools 디럭스NZ$25, 스탠다드 어른NZ$18, 어린이NZ$6
     Lake Spa 어른NZ$40, 어린이15
     그 외 목욕가운·타월NZ$4, 라커NZ$4
문의 +64 7 348 1328
www.polynesianspa.co.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