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 of Aduenture and Challenge
짜릿함과 두려움 사이

뛰어난 자연경관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분명 축복받은 일이다. 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이들에겐 몇 날 며칠 자연만 바라보며 사는 것이 다소 지루할 터. 그래서인가 보다.
뉴질랜드가 레저 스포츠의 천국이 된 것 말이다. 평화로운 대자연과 짜릿한 레저의 완벽한 궁합. 뉴질랜드에서는 맥박이 강하게 뛴다. 설레서 혹은 두려워서.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 국내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는 죄다 시시한 기자는 뉴질랜드의 모든 레저를 섭렵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그 말을 들은 포토그래퍼는 고소공포증이 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뉴질랜드를 떠나는 날, 두 사람은 공항에 앉아 스카이 점프대 위에 섰을 때의 짜릿함을, 동그란 공 안에 들어가 비탈길을 굴러 내려올 때의 재미를, 번지점프를 뛸 때의 공포를 떠올리며 상기된 얼굴로 쉼 없이 떠든다. 뉴질랜드는 그런 곳이다. 레저 마니아를 자칭하는 사람은 물론 고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까지도 도전하고 흥분하게 만드는 곳. 번지점프대에 올라 허공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날린 우리에게 함께 한 가이드는 말했다. "You are crazy!" 그의 말에 우린 답한다. "No, We are brave! 용감무쌍했던 두 여자의 짜릿한 순간을 소개한다.

나는야 도심의 슈퍼맨
예정된 다양한 익스트림 레저에 도전하기에 앞서 몸 풀기에 들어갔다. 바로 오클랜드(Auckland)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스카이 타워(Sky Tower)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 점프(Sky Jump)가 그것. 뉴질랜드의 관문인 오크랜드는 대도시의 활기와 평화로운 자연의 여유, 그리고 다채로운 즐거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스카이 점프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코스. 보기만 해도 아찔 192미터 높이에서 와이어네 몸을 의지한 채 뛰어내리는, 워밍업 치고는 강도가 센 액티비티지만, 도심 속에서 하늘을 나는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어 스카이 타워는 늘 뛰어내리는 용감한 자와 입을 쩍 벌린 채 이를 구경하는 심약한(?)자들로 붐빈다.
이른 아침, 스카이 타워로 향한다. 그리고 서약을 한 후 스카이 점프를 위한 특수복장으로 갈아입는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익스트림 레저를 할 때마다 사고 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을 공포지수를 한층 높여준다. 스카이 점프를 하려면 고속 엘리베이커를 타고 53층 높이까자 올라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 바닥 중간이 투명으로 되어 있어 벌써부터 아찔함을 느끼게 한다. 두 명의 스태프가 안전장치를 더블체크하고 도전자를 전망대 밖으로 삐죽이 나온 난간으로 데려간다. 이전까지만 해도 다소 여유를 갖고 미소를 잃지 않던 이들도 난간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굳은 얼굴로 긴장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왔다는 아주머니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훌쩍 뛰어내렸다. 같은 도시에서 온 아저씨는 한참을, 정말 한참을 망설이다가 점프에 성공했고 동행도 없이 혼자 올라온 20대 여자는 결국 뛰는 걸 포기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드디어 기자의 차례. 자신만만하게 올라갔지만 막상 점프대 앞에 서자 긴장감이 몰려왔다. '과연 내가 이 손을 놓을 수 있을까?' 생각이 채 정리되지 않았는데 스태프가 소리친다.
"레디?쓰리, 투, 원, 점프!"
"네? 지금 뛰라고요?"
"그래! 다시, 쓰리, 투, 원, 점프!"
"아악~!" 짧은 비명과 몸을 던진다. 3초 남짓 됐을까? 로프가 멈추고 위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포토 타임이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해맑게 사진을 찍는다. 그 다음부터는 아찔함이나 두려움 대신 편안함이 이어진다. 시속 75킬로미터의 속도라는데, 빠르게 낙하한다는 느낌보다는 부드럽게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도심의 풍경을 감상하고 슈퍼맨처럼 두 주먹 불끈 쥐고 나는 시늉도 하면서, 그렇게 11초 동안 하늘을 날고 착지하면 누구라도 외친다." 나 이거 또 하고 싶어!"

스카이 점프에 관한 몇 가지 팁
첫째, 일행의 스카이 점프 장면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착지 장소에서 기다리자.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을 땐 스카이 타워 메인 전망대로 가면 된다. 이곳이 바로 스카이 점프 도중 잠시 멈춰 사진을 찍는 장소로 정면으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찍을 수 있다.
둘째, 스카이 타워에서는 스카이 점프뿐 아니라 1.2미터 너비의 난간을 걷는 스카이 워크(Sky Walk)를 즐길 수 있다. 두 가지를 모두 즐기면 70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둘 다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셋째, 스카이 점프를 하면 당일에 한 해 스카이 타워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는 티켓을 준다. 낮에 올라가 대롱대롱 줄에 매달린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저녁에 올라가 야경을 감상해 보자.

Fun Fun World
오클랜드에서의 워밍업은 로토루아(Rotorua)에 있는 아그로벤처(Argroventure)를 위함이었다. 오클랜드에서 차로 3시간 거리, 뉴질랜드 북섬 중앙부에 자리한 로토루아는 화산으로 형성된 온천지대, 15개 호수가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 마오리 문화 그리고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득한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휴양지다. 이곳에 자리한 아그로벤처는 양털깍기 쇼로 유명한 아그로돔(Agrodome)에서 운영하는 어드벤처 공원으로, 이곳에 마련된 레저 스포츠는 단 5가지 뿐이지만, 웬만한 담력으로는 도전하기 어려운 '센'것들만 모여 있어 이 작은 공간에서는 늘 과도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곳의 모든 어트렉션을 즐길 수 있는 VIP카드를 손에 쥐고, 가장 먼저 아그로제트(Agrojet)를 선택했다. 아그로제트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빠른 제트보트로, 시속 100킬로미터의 스피드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4.5초. 숙련된 드라이버는 직선 코스뿐 아니라 구불구불한 코스를 돌 때도 전혀 속력을 줄이지 않은 채 코너 회전을 하며 승객을 스릴 넘치는 세계로 안내한다. 마치 물속에 빠질 듯 아슬아슬하게, 물살을 가르며 달리던 아그제트의 피날레는 360도 스핀! 초고속에 정신없이 내지르던 환호가 절정에 달한다. 아그로제트 앞에서 캡슐 형태의 동그란 통이 레일에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는 뉴질랜드 개발자가 만든 쉬윕(Shweeb)이라 불리는 모노레일로, 통 안에 들어가 누운 듯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직접 페달을 밟아 레일을 도는 놀이기구다. 쉬윕은 심장을 콩닥거리게 하는 스릴은 없지만, 은근한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킨다. 200미터 길이의 랩을 총 3바퀴 도는 동안의 기록을 재기 때문. 기자는 안쪽 레일에, 포토그래퍼는 바깥쪽 레일에 달린 캡슐에 들어가 경주를 시작한다. 헥헥, 온몸을 비틀며 젖먹던 힘까지 짜내 스피드를 내보지만 포토그래퍼 1분 21초 00, 기자 1분 22초 04로 결과는 포토그래퍼의 승리. 국가별, 나이별에 따른 최고 기록도 나와 있는데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57초 01, 기자 나이대 여자의 최고 기록은 1분 03초 01이다. 캡슐 내부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경주를 하는 동안의 얼굴 표정이 고스란히 담기며 이는 이메일을 통해 받아볼 수 있다.

하늘을 날고픈 욕망이 실현된다
한참 전부터 자꾸만 뒤쪽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다를까, 스우프(Swoop)를 타는 이들이 공중에 매달린 채 재밌어서인지 무서워서인지 모를 소리를 지르고 있다. 스우프는 마치 옷처럼 생긴 안전장치를 착용한 채 안전장치와 연결된 끈에 매달려 40미터 높이까지 올라가 반원을 그리며 급하강하는 기구로, 바람을 가르는 상쾌함과 짜릿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스우프에는 한꺼번에 3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데,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연인인 듯 보이는 두 사람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시속 135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두 사람. 여자는 신이 난 얼굴로 환호성을 지르고, 남자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괴성을 지른다. 꼭대기에 매달리면 오른쪽 사람이 안전장치 옆에 달린 고리를 힘껏 당겨 안전장치와 연결된 끈을 풀어야 아래로 떨어지는데, 기자가 한 번에 고리를 풀지 못하고 몇 번씩 시도하는 바람에 언제 떨어질지 모른 채 기다려야 했던 포토그래퍼는 몇 배의 공포를 맛보았다지. 스우프에서 내려온 우리는 프리폴 익스트림(Freefallxtreme)으로 발길을 돌린다. 시속 180킬로미터의 바람을 이용해 사람을 공중에 뜨게 하는 프리폴 익스트림은 스카이 다이빙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기구다. 바람을 맞으며 공중에 붕붕 떠 있는 기분은? 바람으로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헤어스타일이 엉망이 되는 것을 감수할 만큼 황홀하다.
아그로벤처의 마지막 도전과제는 번지점프다. 사실 살짝 두려운 마음에 망설였다. 그런데 포토그래퍼가 위풍당당하게 번지를 하겠노라 선언하는게 아닌가? 정말 고소공포증 있는 거 맞을까?' 기자는 그녀를 의심했다. 번지는 알다시피 발목에 끈을 묶고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레포츠다. 영화 속 장면처럼 100미터가 넘는 높이의 다리에서 강을 향해 몸을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43미터 높이의 크레인 끝에 서면 누구라도 발이 얼어붙는다. 그런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쓰리, 투, 원, 점프!"라는 외침에 여이서 망설이면 절대 뛰지 못하리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허공을 향해 몸을 날렸고, 그렇게 발을 뗀 순간부터 바닥에 내려올 때까지 내내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솔직히 하늘을 나는 짜릿함, 바람을 가르는 장쾌함은 없었다. 그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전율과 공포가 있을 뿐. 번지를 마치고 내려온 기자에게 가이드는 말한다. "한국에 계신 엄마가 네가 지르는 소리 들었을 거야."

떼구르르 구르면 까르르 웃음이
번지점프 덕에 아직 혼미한 정신으로 아그로벤처에서 5분 거리의 조빙(Zorbing) 장소로 향한다. 혹시 조빙이라는 스포츠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우리나라에는 조금 생소한 조빙은 1990년대 두 명의 뉴질랜드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조브(Zorb)라는 대형 플라스틱 공 안에 들어가 낮은 언덕을 굴러 내려오는 스포츠다. 약 3미터 지름의 공 안에는 3명의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원형의 공간이 있고, 그 사이에는 60센티미터 두께의 에어 쿠션이 있어 탑승자는 전혀 외부의 충격 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언젠가 TV에서 보고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한데, 우리가 찾은 로토루아가 최초이자 가장 널리 알려진 조빙 장소라니 이럴 땐 여행기자라는 직업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이곳에는 직선으로 쭉 뻗은 코스와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두 가지 코스가 있으며 조빙은 공 안에 물을 넣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조빗(Zorbit)과 지드로(Zydro)로 구분된다. 물을 넣지 않는 조빗은 벨트를 이용해 공 안에 몸을 고정한 채 공과 함께 구르면서 언덕을 내려오는 방식이다. 짜릿할 것 같지만 번지점프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인지라 보고만 있는데도 살짝 어지러워 지드로를 타기로 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물을 채운 조브 안으로 들어가면 스태프가 언덕을 향해 공을 굴리는데, 데굴데굴 구르는 공 안에서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면 된다. 어떤 느낌이냐고? 흔들흔들, 출렁출렁한 것이 마치 워터 슬라이드를 타는 것 같기도 하고, 언덕을 구르며 공이 통통 튈 땐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하기도 한데, 사실 이는 글을 쓰기 위한 표현일 뿐, 내려오는 내내 공 안에서 기자가 한 것이라고는 그저 깔깔거리며 웃고 또 웃는 것이었다면 그 재미의 정도가 전해질는지.

로투루아를 한 눈에
신나게 액티비티를 즐기고 난 뒤 출출하다면 농고타하 산(Mt. Ngongotaha)의 스카이라인 스카이라이드(Skyline Skyrides)로 가보는 건 어떨까? 해발 487미터 지점에 자리한 스카이라인 스카이라이드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부터 양식, 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갖춘 레스토랑이 있어 로토루아의 파노라마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곳에 오르려면 스카이라인 정류장에서 곤돌라를 타야 하는데, 곤돌라는 출발한 지 단 5분 만에 정상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곤돌라에서 내리면 햇빛에 반짝이는 로토루아 호수, 마치 호수의 배경처럼 자리한 타라웨라 산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도심이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그야말로 숨 막힐 만큼 아름답다. 경치 감상이 다가 아니다. 식사를 마치면 또 다른 재미가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루지(Luge)라고 불리는 세 바퀴의 카트 라이딩이 그것. 헬멧을 쓰고 총 5킬로미터의, 3개 트랙을 달리며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 첫 번째 트랙에서는 레드우드 나무가 우거진 숲의 경치가, 두 번째 트랙에서는 조금 전 곤돌라에서 바라본 로톨아의 장관이 펼쳐지며, 어드벤스 코스인 세 번째 트랙에서는 좀 더 스릴 넘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3개의 트랙을 달리고 다시 곤돌라를 타기 위해 올라가는 리프트에 앉아 한없이 평화로운 로토루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떠올린다. 짜릿하고 스릴 넘쳤던, 신나고 재미났던 뉴질랜드에서의 시간들. 다른 건 몰라도 번지점프는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스멀스멀 다시금 도전 욕구가 솟아나는 건 넘치도록 즐거웠던 기억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