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iness is Here and Now
미얀마 사람들의 행복찾기

불안한 정치상황, 빈약한 기반시설, 어려운 경제사정, 찌는듯한 불볕더위, 그럼에도 미얀마인들의 행복지수는 언제나 높다. 그들만의 행복찾기. 4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무거운 발우를 들고 관광객들에게 시주를 받고 있는 동자승들에게 행복에 대해서 묻는다면 그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서서히 동이 터오기 시작하는 새벽녘 미얀마 양곤에 있는 마하시 명상센터는 아침 공양을 마친 수행자들의 움직임으로 부산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붉은색 가사를 걸치고 발우(승려들이 소지하는 밥그릇)를 가슴께에 든 스님들이 숙연한 모습으로 열을 맞추는가 싶더니, 4번의 북소리와 함께  탁발 행렬은 짧은 속세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깨달음의 세계 마하시 명상센터 마하시 명상센터는 미얀마의 대표적인 수행사원으로 1949년 당시 수도인 양곤에 설립되었다. 이름을 초대법사인 마하시 사야도(Mahasi Sayadaw. 1904~1982)에서 가져와 지었으며, 2만 5천 평의 대지에 수행을 위한 여러 건물을 지어 한 번에 3천여 명의 수행자가 머무를 수 있고, 국내외에 300 여개의 분원을 가지고 있다. 명상센터에서는 '위파사나'라고 하는 수행을 기본으로 하게 되는데, 이것은 곧 느림의 미학이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먹고, 천천히 말함으로써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온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느끼는 것이 수행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출가자뿐 아니라 일반 불자나 외국인도 간단한 절차를 거쳐 수행할 수 있는데, 그 기간에 숙식은 무료로 제공된다. 미얀마 사람들은 삶의 위기가 찾아오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이곳에 들어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수행을 하며, 스스로 삶을 뒤돌아 본다. 관광객들도 예외는 아니다. 마하시 명상센터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세상이 아닌 자신에게서 깨달음을 찾는 이유에선지 연방 셔터 소리를 내며 구경하는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별문제가 아닌 듯싶다.
탁발은 수행의 연장선에 있다. 보통 인근 마을을 두 시간 정도 돌며 진행된다. 낭비를 막기 위해 그날 공양할 집을 미리 정해 놓으면, 정해진 집은 빈부에 상관없이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한다. 탁발 시 수행자들은 맨발로 걷게 되며, 보통 때와는 달리 어깨를 내놓지 않는다. 탁발 행렬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 대로를 질주하던 차도 행렬이 지나갈 동안은 움직이지 않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수행자들을 향해 합장한다. 아직 잠에서 덜 깨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이들도 나와서 합장하는데, 수행자들은 보시 받은 사탕이나 음료수 등을 나누어 준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주위에 있는 여행자들에게도 이것들을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사탕을 빼앗는 것 같아 손을 흔들던 사람들도 이네 가만히 손에 사탕을 들고 서있는 수행자에게서 공손히 사탕을 받아들고 합장을 한다. 조금 전 그저 탁발 행렬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구경하던 이방인들이 그 순간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순간이다. 이색적인 풍경과 그것을 지켜보던 여행자는 어느새 같은 풍경 속에 서로의 느낌을 공유한다. 이른 아침 아직 깨어나지 않은 마을을 말없이 움직이는 행렬은 이렇듯 주위에 모든 것들을 흡수하며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2천5백년 동안 자라고 있는 나무 쉐다곤 파고다 2천5백여 년 전 인도를 방문한 한 상인이 부처님께 머리카락 8개를 받고 돌아와 왕에게 바쳤고, 왕은 부처님 머리카락을 27미터 높이의 탑에 모시게 된다. 1372년 빈냐우 왕은 탑을 재건했고, 한따와디왕조 때인 1453년 쉐다곤 파고다가 건립되었다. 1455년부터 1462년까지 신소부 여왕이 높이 90미터로 증축하고, 여왕의 몸무게와 같은 양인 40킬로그램의 금을 입혔다. 그 후, 역대 왕과 왕비들은 이곳에 각종 보석과 황금을 기증했다. 1774년 신뷰신왕때 다시 보수하게 되고, 현대에 와서는 1990년대부터 관리위원회에서 일반인들에게 금판 기증을 권유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쉐다곤 파고다는 현재의 5,448개의 다이아몬드, 2,317개의 각종 보석이 붙어있는 둘레 426미터, 높이 100미터의 거대한 탑과 64개의 작은 탑, 72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사원으로 자라나게 된다. 1995년의 조사에 따르면 탑 외벽에 붙여진 금판의 무게만도 54톤에 이른다고 한다.
비단 사원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해서 '자라난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가보면 이 탑은 정말 살아 있는 나무의 느낌이 든다. 마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에이와나무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나비족의 모습처럼 이곳 사람들에게 쉐다곤 파고다는 삶을 살아가는 중심이자, 지친 영혼을 보듬어 주는 안식처이다. 조그마한 금판에는 그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 쉐다곤 황금대탑은 그렇게 그들의 소망을 얻어 조금씩  커진다. ‘양곤에서는 쉐다곤 파고다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얼마큼 이곳을 아끼고 사랑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의 상징이자 정신인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 고대 도시 바간 미얀마는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지방 도시는 비행기를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내 항공만 4개의 항공사가 있는데, 완행열차처럼 한 비행기가 여러 공항을 거치며 승객들을 내리고 태운다. 양곤에서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간은 6시 15분. 1시간 반 정도의 비행 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바간의 모습은 이곳이 탑의 도시임을 상기시킨다.
11세기에서 13세기까지 이곳은 바간 왕조의 수도였다. 6천여 개가 넘는 탑과 사원이 지어졌으나, 지금은 전쟁과 지진으로 2천5백여 개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바간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으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루와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손꼽히고 있다. 이곳의 유적지는 ‘살아 숨 쉬는’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나 세계 최대의 옥으로 조성된 로카찬다 파고다와는 달리 고대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느낌이 든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위에 어디를 둘러봐도 탑과 사원뿐이다. 왕위 계승자를 뽑기 위해 흰색 우산을 던져 우산 끝이 가리키는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우산을 던진 곳에 세워졌다는 틸로민로 사원이나 좁은 사원 속에 거대한 불상을 세워 감옥생활을 한 왕의 느낌을 표현한 마누하 사원 등 작은 탑부터 유럽의 성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사원까지 이곳의 사원들은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천 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이곳에는 수많은 탑만이 남아 있지만 그 탑의 불상 하나, 벽 하나, 무늬 하나하나에는 그 세월을 살았던 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현재를 사는 후손들에게 그들의 삶을 전해준다. 탑의 모습에서 그들의 삶을 볼 수 있고, 그들의 삶에서 탑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사원에서, 시장에서, 또는 거리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탑 속에 간직한 수많은 사연을 전해 들으며 그들은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게 된 것 일까.
시간의 의미가 무뎌지는 고대 도시에서의 하루. 해지는 차창 밖으로 무심히 흘러가는 수많은 탑들을 보며, 저 이름 없는 탑에 담긴 사연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