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Japan inside Japan ‘Central AICHI’
일본 속의 또 하나의 일본 ‘중부 아이치’

취재를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도 줄곧 걱정이 꼬리를 물었던 이유는 실상 ‘그곳’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이 너무도 보잘것없기 때문이었다. 현지(도쿄)에서 살아 봤음은 물론 취재나 기타 목적으로 제 집 드나 들듯이 하는 일본이지만, 웬일인지 그 동안 ‘중부’와는 인연이 ‘전혀’ 닿지 않았었음을 상기해 보니 고개는 자연스레 ‘절레절레’ 하지만 걱정의 반대편으로부터는 ‘첫 경험’에 대한 기대감이 소리 없이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미에, 기후에 이은 일본 중부의 매력을 듬뿍 담은 마지막 편, 일본 선진 기술의 메카 아이치를 소개한다.
글과 사진 임성훈기자 취재협조 일본 정부 국토교통성 중부운수국 (wwwtb.mlit.go.jp/chubu), 중부국제공항(센트레아)주식회사(www.centrair.jp), 주식회사 JTB 중부, 제주항공

선진 기술의 메카, 아이치 현
렉서스가 토요타 자동차의 브랜드인 것은 알지만 토요타 자동차의 본거지가 나고야인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인 나고야의 시내를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쿄만큼 큰 부자도 없고, 오사카만큼 화려한 네온사인도 없습니다, 하지만 평균 이상의 생활 수준을 영위하고 있는 시민들과 탄탄한 산업기반을 가지고 있는 곳이 나고야입니다”
‘나고야시’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은 이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야경 스팟 ‘미드랜드 스퀘어’ 의 통 유리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활기찬 분위기에 ‘풍요로운’ 나고야를 느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울러 최첨단 플라네타리움과 다양한 과학의 원리를 만끽할 수 있었던 나고야시 과학관을 둘러 보면서 이런 ‘나고야’를 역내에 가진 아이치 현이 일본 산업의 메카라는 것에 동의함도 역시 매우 쉬운 일이었다.

도자기로 유명한 도코나메(常滑)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도코나메 시는 슬로건처럼 박물관 많기로 유명한 도시이다. 하지만 그보다 여행자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이 도시 중심부에서 발견되는 굴뚝과 가마들의 풍경이다. 이는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도자기의 도시, 도코나메를 상징하는 흔적들이기 때문이다. 도코나메가 도자기 생산지로서 최 전성기였던 때는 새까만 연기를 뿜어 대던 굴뚝이 400개를 넘었다고 한다. 당시 이 지역에 사는 어린아이들이 이웃마을에 놀러 가 검지 않은 참새를 보고 놀랐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니 당시 도요지로서 도코나메의 위용이 어땠을 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 ‘도자기 산책길’로 명명된 나지막한 언덕을 걷다 보면 도자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도코나메임을 더욱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 19세기말 메이지 시대의 토관과 쇼와 초반부에 생산된 소주병들을 쌓아 거대한 벽을 만들어 둔 토관 언덕길, 과거 전성기 시절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굴뚝과 가마터. 그리고 다양한 도기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도자기 공방 등…… 4km에 달하는 산책로의 구석구석이 도자기와 연결되지 않은 게 없다.
도코나메 도자기 거리와 이어져 있는 ‘INAX 라이브 뮤지엄’은 ‘도기류’에 관심이 많다면 반드시 들려 보도록 하자. INAX는 타일과 변기 등을 생산하는 일본의 유명 기업으로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American Standard’의 일본 버전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도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만큼 박물관의 내용과 규모가 매우 충실하다.

라이브 뮤지엄을 구성하고 있는 테마는 크게 5가지. 그 중 기원전부터 근대까지 생산된 것 중, 그 가치를 인정받는 ‘타일’ 약 1000여 점을 전시해 둔 세계타일박물관이 주요 볼거리. 흙의 성질을 체험하고 도자기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흙, 진흙관’이나 ‘도가쿠 공방’ 등도 공들여 둘러볼 만 하다. 도코나메 하면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행운을 가져다 주는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다. 일본 최대의 마네키네코 생산지가 도코나메이기 때문. 일본에서 생산되는 마네키네코의 약 80%가 도코나메 산이란다. 때문에 마네키네코에 대한 도코나메 주민들의 애정은 특별하다. ‘도코냥’이라 불리는 거대한 크기의 마네키네코에게 도시의 수호를 일임할 정도로 말이다. 도자기 산책길의 서편에 위치한 언덕길을 걷다 보면 그 애정의 정도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도코나메 마네키네코 스트리트’라고 이름 지어진 이 길은 벽면을 따라 조각된 39마리의 복 고양이들이 주인이다.  각자가 39가지의 직업과 상황에 대해 복을 염원하고 있다는데,
내재된 ‘묵직한’ 의미와는 별개로 익살스러운 표정과 재미난 포즈를 지니고 있는 것이 많아 보는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거대한 야외박물관 메이지무라(明治村)
아이치현의 이누야마시에 가면 일본의 근대인 ‘메이지시대(1868~1912)’가 여전히 현재진행중임을 느끼게 되는 장소가 있다. 약 100만㎡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야외박물관이 그 주인공으로 이름은 ‘메이지무라’. ‘일본인들에게는 낭만의 시기로 회자되는 메이지 시대를 보존한다’는 취지 하에 당시 지어졌던 건물들을 수집하여 전시 중에 있는데 그 수가 무려 64채나 된다.
그 중 상당수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역사적 가치가 크다.
전시된 건물들 중에는 덩치나 규모가 압도적인 것들이 많아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보존 상태 역시 우수하여 예를 들어 중요문화재인 ‘우지야마다’ 라는 우체국은 현재도 우편업무를 취급하고 있을 정도. 결국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혹시 이들 중 단순히 재현만 해놓은 것은 없는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메이지무라에서 만나게 되는 건물들은 모두 메이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진품들입니다. 원래 있던 장소에서 하나하나 해체하여 들여 온 후 다시 정확하게 복원해 놓은 것들 ‘뿐’이지요” 라는 관계자의 대답이 돌아왔다.  

건물의 성격이나 종류도 다양하여 심심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일본 근대시대를 풍미했던 일반주택부터 교량이나 관공서, 호텔, 심지어 감옥까지 만날 수 있다. 또한 일본에는 흔치 않은 ‘성당’ 건물이나 하와이, 브라질 등 해외에서 들여 온 것들도 있으니 메이지무라의 ‘건물’ 수집 욕은 정말 챔피언 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지무라는 “지금 되살아나는 낭만의 시대”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에겐 ‘낭만’과 거리가 먼 시절일 수 있겠다. 그러나 과거를 보존하고 후세에 온전히 전하려는 메이지무라의 노력은 발전과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좋았던 것들’까지 앞뒤 안 가리고 ‘없애 버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겠다.

중부 국제 공항 센트레아(Centrair)
‘중부국제공항 센트레아’는 연간 900여 만 명이 이용하고 세계 28개 도시(서울, 부산, 제주포함)와 연결되어 있으며 주당 263회의 항공편이 운항되는 명실상부한 일본 중부지역의 관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표면적인 모습에 앞서 센트레아는  ‘재미’ 있는 공항이다. 공항이 재미있다는 표현이 생소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자칫 딱딱해 보이기 쉬운 공항의 내부는 꼭 ‘테마마크’를 연상케 한다. 보고, 먹고, 즐길 거리가 한 가득 인데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요소요소에서 묻어 나와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함을 느껴 볼 여유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식당 가 하나만 놓고도 ‘평범’을 거부한다. 공항 내부의 한쪽 면은 일본 전통 거리를 재현해 놓고 ‘쵸칭거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안에서는 오로지 ‘일본요리’들 만을 판매한다. 그 반대 편에는 유러피안 스타일의 벽돌거리를 조성해 놓고 ‘이국적인 요리’들 만을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거리의 분위기만을 보고도 자신이 어떤 요리를 선택하면 좋을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의 아이디어는 겉보기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내용에도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다시 한번 식당 얘기로 돌아 가 볼까? 센트레아 공항에서 맛 본 음식의 맛과 질이 상당했다. 공항에 위치한 음식점이 ‘맛집’ 으로 소문 나 일부러 사람들이 찾아와 줄을 설 정도.


이제껏 세계 수많은 곳을 여행해 왔지만 공항의 이런 면을 목격한 것은 센트레아가 처음이었다.
상점가의 중앙에는 넓은 광장이 있다. 이벤트 플라자로 불리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각종 전시 및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전시물의 내용과 감각 역시 훌륭하여 오가는 사람들마다 그것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곤 했다.  
“센트레아는 공항 내에 웨딩 홀과 국제회의장은 물론 로봇 체험관, 대중 목욕탕 등을 설치해 두고 복합적인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 데크와 함께 인근에 인공해변도 조성되어 있어 입체적으로 공항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공항 관계자의 얘기를 듣는 동안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도대체 센트레아…… 공항이 맞긴 한 거야?’

지금까지 3회에 걸쳐 미에 현, 기후 현, 아이치 현을 넘나들며 일본의 중부지역을 소개해 보았다.
하지만 그곳이 지닌 다양한 흡입요소들에 비해 그 소개의 정도가 빙산의 일각인 듯싶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일본의 중부는 도쿄나 오사카, 교토 등으로 대표되는 유명 여행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지역이다. 때문에 기자는 강조해 두고 싶다. 그렇기에 오히려 ‘신선한 일본의 모습’을 발견할 확률이 더 ‘높은 곳’ 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