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roes made ??the kingdom of love and desire, Xi'an
두 영웅의 욕망과 사랑이 만들어 낸 왕국, 시안

시안센양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기 시작하자 도로 주변은 하늘을 찌를 듯 한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지금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마치 고대 도시 장안(시안의 옛 이름)이 아닌 현대 도시 시안으로 잘못 찾아온 실수를 범한 듯. 하늘도, 땅도 모두 누른색의 뿌연 고대 도시 장안에는 시황제와 현종이라는 위대한 왕국을 일으켰다가 스스로 무너뜨린 두 영웅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오늘도 몰려들고 있다.
글·사진· 여병구 편집장│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02-773-0687 www.cnto.or.kr

중국의 지도를 보고 닭 모양처럼 생겼다고 한다. 닭의 중심부가 되는 곳이 산시성이고 그곳이 바로 심장에 해당하는 시안이다. 시안은 중화 민족과 중화 문명의 발원지로 5,000년의 세월동안 주, 진, 한, 수, 당 등 13개 왕조와 73명의 황제가 이곳에 수도를 세움으로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1,100여 년 전, 당나라 때 시안은 지구 최강의 국가였고,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가 모여들면서 아테네, 로마, 콘스탄티노플과 함께 세계 최고의 국제도시가 되었다. 그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이 머나 먼 길을 달려온 우리의 유학생도 있었으니 그가 바로 신라의 12살 최치원이다.

시안 중심가의 대표 유적지_성벽, 비림, 대안탑
시안의 중심가에는 거대한 성벽이 자리하고 있다. 명대 성곽으로 1369년 명태조가 당나라 장안성을 기초로 만든 성벽으로 현재 둘레만도 12.9km이다. 성곽에는 동서남북 4개의 문이 있으며 황제는 남문만을 사용하였다 하여 오늘날에도 입성식을 할 때는 이곳에서 행한다. 성벽 위에는 수많은 탑과 누각이 서 있고, 버스가 양방향으로 다닐 만큼 넓은 도로처럼 되어있다. 성벽 남문 근처에 있는 비림박물관은 당나라 때는 국립대학 격인 태학이 있던 곳이고, 송대에는 공자 사당이었다가 1950년대부터 박물관이 되었다. 이곳에는 한나라에서 청나라까지 2,000여 년의 비석, 묘지 등 3000여 점이 보관되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석각 서고’라고 부른다. 초서나 예서와 같이 우리가 아는 수 많은 필체와 구양순, 안진경과 같은 명필들을 만져보고 감상할 수 있다. 석각예술관에는 당 태종이 전쟁터를 누비며 타고 다니던 말을 부조한 6준마라 불리는 육준부조가 보존되어 있다.
시안 시내에서 6킬로미터 쯤 떨어진 곳에 대자은사 대안탑이 있다. 자은사는 당나라 3대 황제인 고종 이치가 태자로 있을 때 죽은 어머니 문덕황후의 자애로움을 보은하기 위해 지은 사찰이다. 대안탑은 당나라의 명승 현장이 인도에서 불경을 가지고 돌아온 후, 이곳에서 불경을 번역하고 보관하기 위해 652년에 세운 높이 64미터의 7층 벽돌 탑으로 위로 올라 갈수록 좁아지는 전탑. 처음에는 5층으로 축조, 이후 7층으로 재건했다가 당 태종이 10층으로 높였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해 3층이 무너져 내려 현재 그대로다. 중국 전통 건축 예술의 걸작으로 시안에서 가장 높은 탑이다. 그 밖에 도심에는 장안의 수많은 이슬람 사람들을 위해 당 현종이 세운 이슬람 사원 다칭전쓰(대청진사), 아침 시간을 알리는 누각 종루, 저녁 시간을 알리는 북문의 고루가 있다.



위대한 왕국과 사랑이야기_진시황릉, 병마용, 화청지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온다고 해서 지하철도 마음대로 건설하지 못하는 시안, 아니 위대한 왕국을 세웠다가 스스로 무너뜨린 땅 속에 잠자고 있는 두 황제의 무서움 때문일까? 진시황과 당 현종,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왕들인 이 두 사람의 흔적은 황릉의 위용에서, 땅 속의 거대한 유적지 병마용, 아름다운 화칭츠(화청지)에 비친 현종의 사랑에서 그들이 지배했던 것이 정녕 위대한 왕국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진시황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 시킨 황제로, ‘황제’라는 제도를 처음 만든 왕이다. 우리에게 폭군으로 알려졌지만 부지런하고 일을 많이 한 황제로도 알려져 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마차를 타고 중국 전역을 50바퀴나 돌았고, 하루에 70킬로미터나 되는 문서를 다 읽지 않고는 잠을 자지 않았다고. 문자, 화폐, 도량, 와당(기와), 마차 폭 다섯 가지를 통일시키고, 만리장성을 축조했다. 하지만 학자들이 자신을 비방하지 못하도록 서적을 불사르고 460여 명의 학자들을 생매장 시킨 ‘분서갱유’, 70여 개의 궁전을 지어 아방궁에서 향락에 빠져 백성을 돌보지 않았던 타락한 황제로도 기억되고 있다.

진시황릉은 진시황 생전의 생활 모습 그대로를 장인 78만여 명을 동원하여 36년간에 걸쳐 완성한 황릉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매장된 유물의 부식을 막기 위해 많은 양의 수은을 함께 넣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황릉으로 오르는 계단을 이용하여 정상에 오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적 보호 차원에서 주변만 둘러 볼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시안을 여행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는 진시황 병마용의 웅장함에 우리들을 아쉬움에서 탄성의 놀라움으로 반전시킨다. 20세기 최대의 고고학적 발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선정, 중국 최대 고대 군사박물관, ‘세계 8대 기적’ 중의 하나로 진시황이 사후에 그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만든 거대한 지하군단으로 진시황릉의 일부에 속한다. 병마용 갱에는 실물 크기의 제각각 다른 얼굴 모양의 병사와 말들의 인형이 눈을 부릅뜨고 진시황의 출동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듯 도열하고 있다. 이곳의 모든 인형들은 원래 여러 가지 색으로 완벽히 채색까지 되어 있었다고 한다. 색을 보존하기 위해 표면에는 약 0.1밀리미터 두께로 코팅이 되어 있는데, 이 코팅이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해 색이 변해 버리기 때문에 일부러 병마용을 모두 땅에서 파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주력부대가 있는 2호 갱은 아직도 땅속에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비록 일부분이지만 가장 완전하게 발굴된 3호 갱도 관람할 수 있다. 

이제 죽어서도 양귀비의 연인이기를 바랐던 끝에 사랑과 왕국을 바꾼 한 남자의 이야기인 화칭츠에 얽힌 당 현종의 러브스토리로 들어 가보자. 화칭츠는 양귀비에 푹 빠진 현종이 그녀를 위해 만든 온천 휴양지다. 중국 4대 미인 중의 한 사람인 양귀비의 약점은 겨드랑이 냄새였는데, 이곳의 온천수가 겨드랑이 냄새를 없애는데 좋은 효과가 있어서 양귀비는 특히 좋아했다 한다. 원래 아들 수왕의 부인, 즉 자신의 며느리였던 양귀비를 아들과 헤어지게한 뒤 비로 삼아 늘 이곳에서 함께 몸을 담그고 사랑에 빠지면서 예전의 총명함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안녹산이 난을 일으켜 나라를 망친 원흉 양귀비와 그의 일족들을 죽이라는 압력에 굴복해 양귀비를 목매달아 죽게 만든다. 화칭츠의 온천 탕 벽에는 그들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러브스토리의 장면 장면을 볼 수 있다. 또한 백거이(白居易)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장한가(長恨歌)’가 바로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이야기를 읊은 것이다.

대명궁, 법문사, 건릉, 역사박물관, 한양릉박물관
대명궁은 중국의 3대 궁 중의 하나로 둘레가 7.6km로 원래 자금성 보다 두 배 크기였다고 한다. 당나라를 세운 인 황제가 새로운 궁전을 짓고 싶어 했지만 아들인 태종 이세민이 반대하여 짓지 못하고 있다가, 후에 이세민이 아버지를 위해 지은 궁이다. 불에 타 없어진 궁터를 복원하여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고, 어마어마한 옛 궁터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미니어처를 통해 당시의 웅장한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특히 당시의 시대상을 3D 영상을 통해 스펙터클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관광객들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현재도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안 시내에서 3시간 거리에 인도 아소카왕 탑(진신보탑)이 있는 사찰 법문사가 있다. 법문사는 당 태종 이세민이 이용한 황가사원으로 석가모니의 손가락인 불지진신사리를 모셨던 곳이다. 

1,7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법문사가 유명해 진 것은 148미터의 진신보탑 때문이다. 당나라 때는 목탑이었으나 명나라 때는 새로이 전탑으로 건립되었다가 1981년 홍수로 서쪽 부분이 반파되어 방치해 뒀다가 1987년에 보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부처님의 불지사리, 세계 제일의 석장, 측천무후의 자수치마 등이 발굴 되면서다. 시안 서북쪽으로 가면 당 3대 황제인 고종과 그의 부인이자 ‘여제’였던 측천무후의 합장한 무덤 첸링(건릉)이 있다. 두 명의 왕을 갈아치우고 스스로 황제에 오른 측천무후의 유언에 따라 장안에서 양산으로 운구 되어 합장하였다. 건릉에는 측천무후의 비문이 없는 ‘무자비’와 당 고종의 장례식 때 조문을 온 중국 주변의 61개국의 사절들을 조각한 머리가 잘려 나간 61 석인상이 있다.
 
또한 시안의 역사를 한 눈에 정리하며 느낄 수 있는 1991년에 개관 한 산시성 역사박물관과 2006년에 문을 연 중국의 최대 지하박물관 한양릉박물관을 둘려보자. 한양릉박물관은 전한의 6대 황제였던 한경제의 무덤 한양릉이 있는 곳에 있다. 우선 박물관으로 입장을 하려면 나눠 주는 비닐 덧신을 신고 유리 복도 위를 걸어가면서 당시의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다. 진시황 병마용 갱과는 다른 출토된 유물들을 볼 수 있는데, 특이한 것은 조립식 도용으로 팔이 없고 옷을 입지 않은 나체 병마용이다. 이는 흙으로 사람 모양을 빚은 후 나무로 만든 팔을 조립해서 붙이고 명주로 짠 옷을 입혔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와 천은 삭아 없어지고 알몸만이 남았다고 한다. 또한 영상실에서는 3D로 만든 생생한 당시의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