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ips you have four hearts, Shikoku
사심(四心)을 가지고 떠난 여행, 시코쿠(四國)

시코쿠로 떠남에 앞서 마음을 네 등분 해 두었다. 정신을 한 데 모아 전심전력 취재해도 모자를 판에 마음을 나눈다니 그런 여유는 웬 말이냐고 묻겠지만 기자는 그것이 '예의'라고 판단했다. 비록 '시코쿠'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였지만, 제 각각의 매력으로 무장한 개성파 '3현'과 이웃집 오카야마를 온전히 품에 안기 위해서는 말이다.
글과 사진 임성훈 기자 취재협조
 
일본을 어지간히 다니는 기자이지만 시코쿠는 언제나 멀게만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또한 간단치 않은 낯섦이었는데 그것은 심정적인 거리감에서 기인했다. 시코쿠는 섬나라 일본의 뼈대를 이루는 4개의 섬(혼슈, 홋카이도, 큐슈, 시코쿠) 중에서 가장 작다. 그리고 43개나 되는 일본의 현 가운데 고작 '4개의 현(에히메, 고치, 카가와, 도쿠시마)'만을 보유한 초 경량급 지역이기도 하다. 작음은 비주류를 의미했고 보잘것없다는 감정을 유발했다. 때문에 언제나 선택의 우선순위는 '다음 그 다음'의 자리로 시코쿠를 밀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이제껏 등한시했던 그곳의 한가운데에 끄집어 내자면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치명적인 여행의 재미들이 숨겨져 있었음을......

볼거리가 너무 많아 고민 되는 에히메 현
문학과 역사가 숨을 쉬는 마츠야마 시
터져 나오는 행복한 비명을 멈출 수 없었던 에히메 현. 쏠쏠한 볼거리들과 거침없는 풍경, 만족스러운 체험요소들의 절묘한 조합에 모자란 시간을 원망하기도 했는데. 그런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은 한적한 시골도시 마츠야마의 ‘도고’에서부터였다. 도고는 온천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가장 오래된 온천마을이다. 그 역사는 자그마치 무려 3,000년. 그 가운데 1894년 건축, 개장한 '도고온천 본관'은 이 유서 깊은 온천마을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곳이다. 일본의 전통양식을 자랑하는 수려한 외관과 더불어 수질 또한 훌륭해서 영업이래 왕실을 비롯, 수많은 명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해왔다. 특히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 작가 '나츠메 소세끼'는 이곳을 통해 작품의 여러 부분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미슐랭은 최고등급인 '3스타'를 선사했고 일본정부는 국가문화재라는 영예를 부여했다. 도고온천 본관은 문화재로 지정된 후에도 현재까지 영업중인 데, 하루 평균 2,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연일 북새통을 이룰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도고온천마을을 떠나 마츠야마 시내로 나오니 거리의 구석구석이 시비(詩碑)나 문학 작품에 관련된 어구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제껏 수많은 소설 작품의 무대가 되었고 다수의 작가들이 사랑했다는 문학도시 마츠야마다운 모습에 '과연'을 연발할 수 밖에. 시내 한복판에선 자동차들 사이로 노면전차가 활보하고 다니는데, 이제는 일본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풍경인 탓에 독특한 정취가 전해졌다.   그 가운데 간간히 눈에 띄는 구식 증기기관차는 묵직한 노스텔지아를 풍기며 시선을 자극했는데, 알고 보니 앞서 언급한 나츠메 소세끼의 국민소설 '봇짱'에 등장한 열차를 재현해 놓은 것이라고. 

자전거로 달리는 바닷길, 그리고 예술이 되어 버린 타올. 이마바리 시
에히메 현의 이마바리 시와 혼슈인 히로시마 현의 오노미치 시를 연결하고 있는 총 70Km의 도로인 시마나미 해도. 세토 내해Seto-Inland Sea의 절경을 만끽하며 달리는 로맨틱한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이 나 있었는데 최근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여행자들에게 더욱 인기가 높아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이클링 여행'. 체력만 뒷받침 된다면 여행의 방법은 간단하고 편리하다. 시마나미 해도의 요소요소에 14개의 '렌탈 사이클 터미널'을 설치해 두었는데 이곳을 통해 하루 이용요금 500엔(성인 기준)과 보증금을 지불하면 누구나 렌탈 사이클을 이용할 수 있다. 안전을 위해 자전거 전용도로도 말끔히 닦아 두었다. 내용이 궁금해 일부 구간을 약 2시간 동안 달려 봤다. 페달의 속도에 맞춰 코를 간질이는 부드러운 갯바람이 끊임없이 달려 오고 또 물러갔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널 때는 통행료도 지불해야 했다. "자전거를 통해 만나 보는 시마나미 해도는 정말 최고입니다. 자동차라면 놓치고 갈 법한 풍경들이 전부 눈에 밟히지요. 게다가 바다를 바라보며 달릴 때의 그 시원함이란...... 어후~" 일본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사장교라는 '타타라 대교'에서 만난 현지인. 사이클링 여행이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에 장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그를 배경으로 한낮의 햇살을 받은 세토내해의 섬들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시마나미 해도를 품고 있는 이마바리 시는 온난한 해양성 기후대에 속해 예로부터 품질 좋은 작물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 일본 최초의 레몬 재배지로, 귤과 유자, 목화의 고장으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그 가운데 특히 목화를 많이 재배하는데 이로 인해 일본 제일의 면 생산지가 되었다. 품질 또한 우수해 이마바리 산 면으로 만든 수건은 일본 최고라는 평가를 넘어 세계 최상급으로 인정을 받는다. 세계 각지의 유명 호텔들이 앞다투어 이마바리 산 수건을 사용하기에 열을 올린다는 것은 농담 같은 사실. 타올 미술관인 '이치히로ichihiro'는 '타올 제국' 이마바리의 명성을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타올 들은 생활용품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다양한 색조로 태어난 실들은 작가의 섬세한 손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거쳐 화려한 패턴을 가진 작품으로 거듭났다. 그 하나하나의 타올 작품에 감탄사를 내뱉다가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타올은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