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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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아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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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아키타

愛するしかない, 秋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아키타

세 번째의 만남이면 이제는 질릴 법도 하건만 전보다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다. 정이 들어 버려서 일까? '그렇다'는 단순한 대답으로 마무리 하기엔 아키타는 너무도 사랑스럽다.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거듭거듭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 역시 아키타의 그러한 매력에 빠진 것은 아닌 지. 시즌 1에 이어 아이리스2도 아키타를 배경으로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 냈다. 전보다 더욱 아름답게.

글과 사진 임성훈 기자 취재협조: 아키타 현, 인페인터 글로벌(아키타 현 코디네이터 사무소 akita.or.kr, 02-3473-5822), 아이리스 사진제공: (주)태원 엔터테인먼트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아키타는 설국이었다. 도로는 물론 산과 강, 들판 할 것 없이 저마다 흰 눈으로 덮여 있었다. 폭설과 눈보라로 인해 아키타 행 '도호쿠 신칸센'의 선로가 이탈해서 운행이 중지 되었다는 며칠 전의 뉴스(신칸센 운행 사상 두 번째 발생된 일로 40년 만이라고 한다)가 절로 실감이 되었다. 어쨌든 매화 꽃이 속속 피고 파란 새싹들이 봄을 알리고 있던 도쿄 주변과 비교하면 아키타의 겨울은 꽤나 긴 시간 동안 하얀 눈과 함께 진행 중이었다. 흐뭇했다. 이제껏 아키타의 눈은, 그리고 겨울은 지독함보다는 다정함으로, 차가움보다는 순수함으로 다가왔으니까!

온천, 아키타를 말하다

아키타를 취재하고 돌아올 때마다 언제나 가지고 돌아 오는 것이 있다. 진한 여운과 함께 옷에 밴 '냄새'가 그것인데, 아키타에 대한 여운이 언제나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면 몇 번을 빨아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강한 향은 때로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일본인들이 '이오우 쿠사이'라고 부르는 이 냄새는 바로 온천이 지닌 유황성분에서 비롯된다. 제대로 된 온천에서만 가져올 수 있는 향인 것이다. 아키타는 구석구석 이런 '진짜배기' 온천들로 빼곡하다. 이로 인해 온천을 통해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때문에 아키타를 얘기함에 있어 온천을 빼 놓는다면 이보다 더한 실례가 없다. 그 가운데 드라마 '아이리스 1'에서 이병헌과 김태희의 온천 장면에 등장해 익숙해진 뉴토온천향의 '츠루노유'. 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뼈대 있는 온천 료칸으로 '아키타의 온천'을 대표할 만큼 유명하다. 특히 '자신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뽀얗고 진한 우윳빛 물색은 그 중 압권. '혼욕'이라는 설명에 주춤거렸던 노천 탕에 몸을 담가보니 거짓말처럼 온몸의 모든 곳이 가려졌다. 그리고 곧 부끄러움의 자리를 신선한 자유로움이 조용히 대체하더라. 고전적인 일본의 목조건물들이 양 옆으로 도열해 있는 이색적인 풍경 또한 츠루노유가 지닌 특별한 매력 포인트. 아키타를 소개하는 사진집이나 엽서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눈이 쌓인 겨울의 정경도 유명하지만 특히 단풍이 온 산을 뒤덮는 가을의 아름다움은 황홀할 정도. 덕분에 가을 시즌의 숙박은 단 하루 만에 예약이 마감될 만큼 절정의 인기를 누린다고. 츠루노유 인근에 위치한 가니바 온천은 화려한 명성이나 그럴 듯하게 치장한 외관과는 거리가 멀다. 오로지 내실만을 염두에 둔 듯한(아키타의 대부분의 온천료칸이 그렇듯) 자연스럽고 소박한 모습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켰다. 츠루노유와는 다르게 노천온천의 물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부드럽고 맑았다. 하지만 성분이 다를 뿐 온천욕의 효과는 츠루노유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이리스 촬영 당시 백산 역으로 분한 탤런트 김영철씨가 찾아 극찬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참고로 '가니바'라는 이름은 과거 이 노천 온천 주위를 흐르는 개천에 '게'가 많이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게'는 일본어로 '가니'라고 표현한다.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 싸인 탓에 멋진 전망을 가진 다에노유. 특히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노천온천이 압권인데 마치 태고의 자연인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든다. 료칸의 내, 외부는 전통과 모던함을 아기자기하게 조화시킨 디자인으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고. 아이리스 촬영 당시 들렸던 이병헌이 맛보고 엄지손가락을 들었다는 '버섯 스프' 는 다에노유의 매력에 방점을 찍는다.

아이리스2에서 주인공인 '유건(장혁 분)'이 기억을 상실한 후, 아이리스의 킬러인 '켄'으로 변신하여 살아가던 집을 기억하는 지. 예사롭지 않은 외관을 지닌, 일본 전통양식의 이 건물은 쇼호엔이라는 온천 료칸이다. 건물이 건축된 시기는 약 100년 전. 당시 아키타에서 내로라하는 대부호의 집이었단다. 료칸 영업으로 전환한 것은 1971년. 건물은 역사성과 보존가치를 인정 받아 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중화를 위해 일정량의 물을 섞는 일반적인 온천과 달리 용출되는 그대로를 온천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00% 천연 온천수라는 말이지요. 때문에 입에 대면 신맛도 강하게 느껴지고 사용한 수건에 붉은 색도 많이 묻어 나올 겁니다. 처음에는 자칫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만큼 온천효과는 탁월합니다." 쇼호엔의 대표인 오야마다 아키라상은 자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전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다양한 볼거리

#다자와호수의 ‘다츠코 상’, 아키타 최고의 일몰 ‘산바시’

센보쿠시에 위치한 다자와 코는 일본에서 제일 수심이 깊은 호수로 아키타를 대표하는 자연 경관이다. 기자가 처음 다자와 호수를 찾은 것은 2년 전이었다. 당시 바다만큼 넓디넓은 호수의 규모에 압도된 채 '이곳은 도대체 바다야 호수야'를 중얼거리며 한동안 멍하게 서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나의 정신을 수습하고 현실세계로 되돌려 준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우월한 바디라인을 가진 황금색의 동상에 시선이 꽂히면서부터였다. 다자와 호수의 심볼인 이 동상을 현지인들은 '다츠코'상 이라고 불렀다.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있는 전설의 주인공이라고도 했다. 다자와 코를 찾은 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고도 했다. 실제로 그런 행위(다츠코 상을 넣어 사진을 찍는 것)는 사진적으로 매우 타당해 보였다. 황량하리만치 넓은 이 호수에서 다츠코 상 만한 포인트를 찾아 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 이니까. 어쨌든 그 후로 다자와 호수 하면 다츠코 상이고 그것의 주변만을 맴도는 것 만으로도 소임은 완수라고 단정해 버렸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번에 깨닫게 된 사실 하나. 그렇게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기에 이 호수는 너무도 넓었고 그 안에 아직 꺼내놓지 않은 매력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특히 아키타 최고의 일몰을 경험했던 선착장 '산바시'와 주변의 수려한 풍경에 반해 감탄사를 연발했던 '고자노이시 신사'는 드라마 아이리스 2에 등장하며 '명소'로 화려하게 거듭났다. 산바시는 낚시를 마친 유건(장혁 분)과 린타로(극중 아역의 이름)가 함께 장난을 치던 장소로, 고자노이시 신사는 귀가 하던 둘이 아키타 견 '하치'와 우연히 조우하는 배경으로 사용되었다.

#작은 교토 가쿠노다테

아키타의 명소로 유명한 가쿠노다테는 일본 동북지방의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러한 별칭은 이 마을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지명들 속에 오랜 동안 인연을 맺어 온 교토의 흔적들이 자리잡고 있기에 비롯되었다. 하지만 가쿠노다테의 인상은 '교토적인' 세련미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차라리 묵직하다거나 정중하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 법 하다. 아마도 그것은 검은 담장 속에서 긴 시간 동안 가쿠노다테를 지켜 온 '부케야시키'들 때문일 테다. 부케야시키는 과거 무사들이 살았던 가옥을 일컫는 말이다. 벚꽃이 피어 나는 시기가 되면 가쿠노다테는 그 아름다움이 찬란한 빛을 발한다. 검정 담장과 벚꽃이 만들어 내는 화려한 앙상블은 동북지방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평가 받을 정도. 그래서일까? 가쿠노다테에는 벚꽃을 테마로 한 제품들이 유독 많다. 그 가운데 특히 사토쿠 가든이라는 목 공예품 가게는 머스트 비짓 스팟. 일상에 사용되는 소품들의 적재적소에 벚꽃을 새겨 넣은 디자인 감각이 탁월하다. 깐깐한 장인의 손길로 섬세하게 마무리된 아이템들이 많아 탐을 내며 보는 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인근에 위치한 상점 '가츠키' 역시 목 공예품에 관심이 있다면 짬을 내 볼 만하다. 부담스러운 가격이 흠이지만 고품격을 자랑하는 하이엔드 제품들에 안구가 정화된다.

#가라마츠 신사와 미사토초

가라마츠 신사와 미사토초는 이번 취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보석 같은 장소. 먼저 다이센 시에 위치한 가라마츠 신사는 좋은 기를 북돋워 주는 파워 스팟이자 불임 여성들에게 임신의 가능성을 높여 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신사의 입구로 향하는 가로수 길이 매우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아이리스 2의 제작진 역시 이 길의 매력에 빠져 예정에도 없던 촬영을 이곳에서 감행했다고. (유건과 아이리스 요원 제이미의 액션 씬 배경이 바로 여기다) 실제로 폭이 좁은 길의 양 옆으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그 모습은 누구나 반할만 했다.

미사토초는 용천수로 유명한 고장이다. 마을의 200여 군데가 넘는 샘에서 물이 솟아 나는데 신비할 정도로 물맛이 달고 톡 쏘는 느낌이 좋다. 그 물을 이용해 생산되는 천연 사이다 '니테코'는 지역 특산품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최근에는 같은 이름으로 '탄산수'도 개발하여 시판 예정인데, 시음해보니 '페리에' 보다 뛰어난 맛이었다고 하면 기자의 지나친 표현일까?

#에리어, 나카이치, 아키타 현립 미술관

끝없이 펼쳐지는 아키타의 자연에 조금은 식상해 진다면(물론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단언할 수 있지만)아키타 시의 중심지로 나가 볼 일이다. 아이리스 2에서 장혁과 유민이 장을 보는 장면이 촬영된 '에리어 나카이치'나 저렴하게 작년 7월 완공된 아키타 현립 미술관은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도'의 작품으로 유려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정식 개장 일은 올해 9월28일로 현재는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벌써 다녀간 사람이 20만 명을 넘길 정도로 그 인기가 상당하다. 정식 오픈 전까지는 기획전 위주로 운영된다고. 아키타 출신인 토토로의 작가 '오카 카즈오'를 기념한 지브리 전시회나 지진피해 지역의 아이들과 디자이너가 콜라보레이션한 손수건 작품전을 기획하는 등 전시의 내용이 상당히 알차다.

더욱 깊어진 아이리스의 향기

아이리스의 시즌 1에 이어 2까지 아키타를 배경으로 촬영되면서 아키타와 아이리스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사실 지난 시즌 1에서 이병헌과 김태희의 러브 씬이 공개되기 전까지 아키타를 여행지로 주목했던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당시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일본의 변방 아키타의 지명도는 눈 깜짝할 새에 높아졌고 그곳을 향한 한국인들의 발걸음도 부쩍 늘어 나게 되었다. 아키타현 입장에서는 드라마 아이리스가 일구어낸 이른바 한국특수였다. 하지만 아키타 사람들은 그런 현상들을 그저 손 놓고 즐기고만 있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고장임을 부각시키는데 전심전력했고 이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했다. 아이리스 기념관이 그 한 예인데 이는 해외에 세워진 최초의 한국 드라마 기념관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아이리스의 촬영지가 된 아키타 현지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현의 지사가 단역으로 출연했을 만큼 관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시청률은 어떠한지부터 시작해 이러이러한 장면이 나왔었는가, 그때는 이랬다는 둥 가는 곳마다 아이리스 얘기로 화제만발이다. 심지어 아주 잠깐 엑스트라로 나온 현지의 일반인이 사인 요청을 받는 장면도 목격했으니. 어쨌든 시즌 1에 이어 2가 더해지며 아키타 사람들에게 아이리스는 더욱 각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들에게 아이리스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인 아키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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