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key's Holiday

미키의 휴일

도쿄디즈니리조트에서 신명나게 놀고 웃다 거울을 보았다. 평소의 칙칙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생기 있는 얼굴에 깜짝 놀란다. 보톡스도 필요 없는 진정한 주름개선제는 과연 동심과 행복이었다. 꼬박 한나절을 놀고 나면 5년은 젊어지게 만드는 미키마우스의 행복한 휴일을 즐기러 떠나보자.

글과 사진 이소윤 기자 취재협조 도쿄디즈니리조트 www.tokyodisneyresort.co.jp, 화인존 www.finezone.co.kr

환상의 세계 도쿄디즈니랜드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내년 4월까지 이어지는 도쿄디즈니랜드의 30살 생일파티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도쿄디즈니랜드는 늙을 줄을 모른다. 오히려 매년 젊어지며 더 많은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깨어있는 시간은 온통 이곳에 빠져있고 싶어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도착한 도쿄디즈니랜드에는 이미 전국방방곡곡에서 찾아든 꼬마, 학생, 어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개장을 하고 30년 동안 일본에서 테마파크 인기 순위 1위 자리를 내어놓은 적이 없는 곳. 그 명성이 하도 자자해 기자도 개인적으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완전한 여행자로서 찾아갔던 시절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방문한다면 추억을 곱씹기에도 바쁠 것 같았다. 하지만 도쿄디즈니랜드는 추억을 되짚어볼 여유는커녕 5년이라는 시간만큼 더욱 더 다양해진 볼거리와 축제, 놀이기구들로 정신을 쏙 빼놓았다. 이것이 바로 명불허전 최고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유다. 거의 모든 방문객이 두 번, 세 번, 네 번째로 오는 손님이라는 디즈니랜드는 갈 때마다 새로움을 기대하게 만드는 불로불사의 동심을 지녔다. 그래서일까. 도쿄디즈니랜드를 둘러보는 내내 이곳에 들어온 모든 이가 여행자의 설렘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알록달록한 월트디즈니 기념품들을 온몸에 휘두르고 환한 웃음으로 사진에 추억을 남기기 바쁜 사람들. 정문까지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유심히 들여다보던 기자도 이곳의 분위기에 어느 순간 퐁당 빠져버렸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가이드에게 저 놀이기구 한번만 더 타자고 애교까지 피웠다. 어른이건 아이건 마음껏 유치뽕짝해도 되는 곳이다.

1년 365일 사람으로 붐비는 도쿄디즈니랜드는 밀당의 고수다. 잔인한 도쿄의 햇볕 밑에서 놀이기구를 타기위해 최소 30분씩 줄을 서있다 보면 잠시 돋아났던 낙척적인 마인드가 어느 순간 지루함으로 돌변해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건 단 5~10분 동안의 어트랙션을 즐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다시 행복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짧고 강렬한 재미를 선사하는 어트랙션을 타고 내리고 기다리기를 반복해보니 사람들이 이곳에 한번 오고나면 두 번 오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한번만 와서는 일명 뽕(?)뽑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원채 볼거리 자체도 다양하고 매일 방문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도 큰 이유다. 고로 하루 안에 도쿄디즈니랜드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주요 인기 어트랙션의 ‘패스트패스’를 끊어놓길 바란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곳의 패스트패스를 받아놨다간 한정된 시간 안에 돌아야 하는 곳이 많아져 더 힘들어질 수 있으니 과욕은 금물이다. 발에 부리나케 어트랙션 원정을 다녔다면 오후 3시부턴 도쿄디즈니랜드의 30주년 생일을 축하하는 ‘해피니스 이즈 히어Happiness is Here’퍼레이드를 관람하며 진정한 환상의 세계를 체험해보자. 사실 우리나라에선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테마파크를 찾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여기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좋은 자리에서 퍼레이드를 관람하기 위해 땅이 지글거리는 오후 2시부터 그늘도 없는 맨바닥에 앉아있는 열정을 보인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쏘 판타스틱! 올해에만 특별하게 진행되는 이 퍼레이드에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현실세계로 탈출해 우리의 눈앞에서 춤추고 하이파이브를 한다. 토이스토리, 알라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데렐라 등 브라운관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던 어릴 적 친구들이 눈을 맞추고 흔들어주는 손인사만으로도 마음이 폴짝거린다.

낭만적인 어드벤처 도쿄디즈니씨

도쿄디즈니리조트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뭘까. 도쿄디즈니랜드는 2001년 도쿄디즈니씨라는 독보적인 작품을 건설하며 테마파크에서 디즈니리조트로 타이틀을 바꿨다. 그래서 도쿄여행 중 이곳을 방문하려는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디즈니랜드를 갈 것이냐 디즈니씨를 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감히 플랜 비를 제시하자면, 둘 다 가보는 건 어떨까? 하루에 두 곳을 모두 방문해보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곳의 입장료가 원화로 5만원을 호가하는데다 기다림이 불가피한 놀이공원의 특성상 무리인 감이 있긴 하다. 그런 이유로 개인적인 여행을 할 땐 디즈니랜드만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취재를 기회로 방문한 도쿄디즈니씨는 듣기보다 생각보다 훨씬 멋진 장소였다. 그래서 생각해본 도쿄디즈니리조트에서 최대한 알차게 놀 수 있는 스케줄은 이렇다. 쨍한 아침부터 퍼레이드가 끝나는 오후 중순까지 디즈니랜드에서 시간을 보낸 후, 모노레일을 타고 도쿄디즈니씨로 이동해 이곳의 노을과 야경을 감상하다 나이트타임 쇼 ‘판타즈믹!’까지 감상하는 것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너무 알차서 터질 만큼 풍성한 하루가 될 것이다. 혹은 도쿄디즈니리조트 내에 위치한 수많은 호텔들 중 한곳에서 숙박을 하며 하루에 한 곳씩 방문해본다면 아이들에게 천국의 이틀 같은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 실제 바다를 곁에 두는 도쿄디즈니씨는 고풍스러운 유럽의 항구도시를 콘셉트로 지어졌다. 도쿄디즈니랜드가 어린이들을 위한 테마파크라면 도쿄디즈니씨는 어른들을 위한 곳. 한 가지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쿄디즈니랜드에서는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 반면, 도쿄디즈니씨에서는 가능하다. 더불어 놀이기구의 난이도에도 차이를 뒀다.

도쿄디즈니랜드는 어트랙션 고유의 스토리와 볼거리에 집중해있는 반면, 도쿄디즈니씨는 조금 더 성인의 입맛이다. 만약 디즈니랜드에서 두 눈은 황홀했지만 몸이 약간 근질거렸다면 당신은 디즈니씨 타입일 확률이 높다. 이곳은 2001년에 지어진 테마파크이지만 안을 거닐다보면 역사가 100년도 넘는 유럽의 옛 도시를 산책하고 있는 기분이 들 만큼 건물 하나, 길가의 화단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디자인되어있다. 크게 7개로 나뉘는 구역은 각기 다른 테마를 지닌다. 그 중 눈에 띄는 아메리칸 워터프론트는 뉴잉글랜드 어촌의 매력을 풍기고, 아라비안 코스트는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고향 아라비안나이트의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았으며, 머메이드 라군은 인어공주 애리얼이 헤엄치던 바다 속 왕국처럼 신비롭다. 섬처럼 물에 둘러싸여 있는 이 모든 곳은 도쿄디즈니씨만의 증기선을 타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이 섬은 밤이면 진가를 발휘한다. 낮과 밤의 디즈니씨는 전혀 다른 향을 풍긴다. 인위적인 형광등을 찾아볼 수 없는 거리에는 주황빛 전구들이 둥둥 떠다니며 운치 있게 거리를 밝힌다. 가로등 빛으로 물든 거리거리는 서로의 얼굴만을 마주한 커플들이 천천히 물길 옆을 산책하고 있다. 실제로 굉장히 많은 커플을 찾아볼 수 있었던 도쿄디즈니씨. 어른들의 조금은 순수하고 무척이나 로맨틱한 데이트 장소로는 이만한 곳이 없다. 해가 졌다면 머지않아 도쿄디즈니리조트의 하이라이트인 나이트쇼 ‘판타즈믹!’이 시작한다는 신호다. 저녁 8시에 디즈니씨의 중앙 호수인 메디테러니언 하버에서 펼쳐지는 ‘판타즈믹!’은 가히 압권이다. 시작과 동시에 파크 내의 모든 불이 암전되고, 눈에 들어오는 건 쇼가 뿜어내는 화려한 조명과 분수, 불꽃뿐이다. 기자가 관람한 날에는 바람이 심한 편이어서 불과 폭죽 순서가 많이 제외되어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쇼에서 두 눈을 한시도 뗄 수 없었다. 미키가 꾸는 꿈을 따라 나서는 여행길이라는 주제로 이어지는 쇼의 스토리는 여러 월트디즈니 캐릭터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며 화려한 엔딩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