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춤, 아와오도리阿波踊り

하와이는 훌라, 브라질은 삼바, 그럼 도쿠시마는? 단연 아와오도리다. 아와오도리가 없는 도쿠시마는 상상할 수 없다. 시내 이곳저곳에 붙어있는 아와오도리 포스터 속에서 춤추는 사진과 그림들, 심지어 아스팔트 도로 위에도 아와오도리를 추는 여인이 새겨져 있다. 매년 4일의 축제기간 동안 130만 명도 넘는 구경꾼들을 불러들이는 아와오도리 축제가 8월 15일에 막을 내린 후라 수백 명의 춤꾼들이 길을 가득 메우는 절경은 감상할 수 없었지만, 어디에서든 플랜 비는 존재하는 법! 도쿠시마에는 이 멋들어진 춤을 365일 감상할 수 있는 ‘아와오도리 회관’이 있다. 아와오도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채 모양으로 지어진 회관은 낮에도 밤에도 춤바람이 나는 곳. 매달 둘째, 넷째 주의 수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낮과 밤마다 아와오도리 공연을 선보인다. 아담한 공연장에서 관객의 시선에 맞춰 턱을 없앤 무대는 그 누구든 언제든 뛰어들어보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이내 객석이 어두워지고 무대의 커튼이 젖혀지자 무대 오른편으로 옹기종기 모인 악사들이 북과 장구, 피리와 꽹과리, 샤미센을 연주한다. 아와오도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6가지 악기들이 바로 ‘나리모노’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조메키 리듬은 동동한 박자 위에 뾰족한 꽹과리 소리가 얹히고 맑은 피리 멜로디가 흘러간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것 같지만 잔잔하게 사람을 중독 시키는 리듬 앞으로 전쟁을 앞둔 전사같은 비장함과 요염함을 동시에 품은 여인들이 등장한다. 와! 하는 감탄사가 반사적으로 터졌다. 어린아이부터 청년과 중년, 노년의 춤꾼들이 한 몸이 되어 객석으로 다가온다. 아와오도리는 두 팔을 어깨 위로 편안히 들고 팔과 다리를 한쪽씩 번갈아가며 앞으로 내미는 전진하는 춤이다. 여자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무릎을 스치며 우아하게 나아가지만 남자는 마치 개구리처럼 무릎을 구부려 몸을 낮춘 채 호쾌하게 움직인다. 공연의 중간엔 춤을 직접 배우고 춰보는 시간이 주어진다. 아와오도리를 제대로 추기 위해선 3가지 포인트를 명심해야한다. 첫째, 왼손을 내밀 땐 왼다리가 나가고 오른손을 내밀 땐 오른발이 나간다. 둘째, 항상 스마일. 셋째, ‘쿵짝~쿵짝’ 2박자에 몸을 맡겨라. 춤을 직접 춰보기 위해 무대로 나가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단순한 춤동작인데도 몸이 어찌나 따라주지 않는지! 온몸에 힘을 빼고 음악에 맞춰 발끝부터 손가락 끝까지 은은하게 움직이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함께 춤추는 여인들의 작은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며 움직여야했다. 그런 열의에 대한 보답일까. 매 공연마다 관객들 중 가장 훌륭하게 아와오도리를 춘 이에게 선사하는 대상을 이 몸이 받는 쾌거를 이뤘다. 귓가에서 서성대는 조메키 리듬에 최면이 한번 걸리면 이 춤이 계속 보고 싶어진다. 같은 춤이 400년도 넘도록 사람들을 흥겹게 만들었으니 그 중독성은 이미 역사가 증명한 것이리라. 또한 이런 전통춤을 당당히 축제로 삼고 시민들부터가 뜨거운 애정을 보이는 모습에서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공존을 목격했다. ‘춤추는 바보에 구경하는 바보, 다 같은 바보인데 추지 않으면 손해로다!’ 아와오도리에 빠진 이들을 위한 적절한 조언이다. 도쿠시마의 흥에 근심걱정 날리고 싶은 이여, 내년 아와오도리를 잊는다면 진짜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