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talgia For Coney Island

향수 어린 코니아일랜드

빛바랜 사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향수를 일으킨다. 이런 감성적인 사진을 얻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오랫동안 묵혀두거나, 여전히 과거의 잔향을 머금고 있는 피사체를 찾으면 된다. 뉴욕의 유원지 코니아일랜드는 정확히 그런 장소다. 5~60년대 그대로의 빈티지함과 오묘한 화려함으로 오늘도 뉴요커들을 짙은 향수에 잠기게 한다.

글 이소윤 기자 사진·자료제공 뉴욕관광청 www.nycgo.com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항상 그 자리만을 지켜온 것 같은 장소들이 있다. 우리 집 앞 놀이터나 가끔 찾아뵙는 할머니 댁이 그렇다. 뉴욕의 유원지 코니아일랜드는 땅에서 나무가 자라듯 당연하게 생겨나 자라온 것 같은 묘한 공간이다. 많은 이들이 품는 아메리칸 드림처럼 쾌락과 즐거움, 희망을 상징하는 원색의 디자인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반면 그 이면에는 떨칠 수 없는 쓸쓸함과 무관심, 허무함이 느껴진다. 단지 웃음만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설계에 맞춰 지어진 놀이공원들과 코니아일랜드가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이다. 마냥 천진난만한 철부지보다는 어느 정도 고난을 거쳐 성장한 아는 언니의 성숙한 미소가 떠오르는 곳.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최초로 1830년대에 유원지가 들어선 코니아일랜드는 한동안 사람들의 무관심에 힘겨웠던 시절에도 꿋꿋이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려왔다. 뉴욕의 최남단에 위치하며 바로 앞으로는 뉴욕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 브라이튼 해변이 11킬로미터도 넘게 이어지는 곳. 탁 트인 모래사장 곁의 보드워크 산책로를 걷고, 그 뒤로 화려한 옷을 입은 놀이공원을 볼 수 있는 뉴요커들의 주말나들이 장소로 단연 으뜸이다.

만만하게 봤다간 비명 지를걸!

오랜 역사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땅이라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코니아일랜드는 놀이공원으로 깊이 각인되어있다. 나이가 지긋한 놀이공원이라고 해서 삐거덕 거리는 놀이기구만을 상상했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 코니아일랜드에는 최근 새롭게 수리를 마친 일명 스크림 존, ‘루나파크Luna Park’가 있다. 총 19개의 놀이기구와 6개의 게임 존이 들어서있는 루나파크에서는 역사적인 롤러코스터 사이클론Cyclone을 반드시 타야 한다. 롤러코스터계의 대부로 여겨지는 사이클론은 1927년에 지어져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스릴을 선사한다. 여태까지 사이클론을 룰모델로 삼은 롤러코스터만 전 세계에 7대가 지어졌다. 웬만한 희열에는 기별도 안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인기 만점이니 처음 지어졌을 당시의 논란은 가히 상상 이상이었을 테다. 사이클론 외에도 익스트림 스릴을 선사하는 놀이기구가 4개, 하이 스릴 놀이기구 8개가 사방에서 비명을 터지게 한다. 물론 이와 함께 소풍 나온 가족 방문객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디노의 원더힐 놀이공원Deno's Wonder Wheel Amusement Park’은 어른보다도 어린이를 더욱 배려한다. 지금까지도 무사고를 기록하며 쉬지 않고 몸통을 돌리는 뉴욕의 랜드마크 디노의 원더힐 대관람차 뒤로는 17개의 어린이용 놀이기구들만을 모아놓은 ‘키디파크Kiddie Park’가 따로 마련되어있다. 넘치진 않지만 부족함도 없이 모든 걸 갖추고 있는 코니아일랜드의 두 놀이공원 덕분에 이곳은 여전히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쌓을 최적의 공간이 되어준다.